큐피드 불화살 맞아 '붉게' 물든 화살나무?
꽃이야?...단풍이야?...베롱나문가?...지난주 서울 송파구에 있는 몽촌토성과 올림픽공원을 방문 하며 몽촌토성을 향해 길을 걷다가 맨 먼저 눈에 띈 붉은 모습을 보며 내 뱉은 말이었습니다. 먼곳에서 보니 마치 꽃 같기도 하고 나뭇잎에 가을 단풍이 든 것 처럼 보이기도 했으며 베롱나무의 꽃 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불같이 타오르는 장면을 가까이서 보니 붉게 물든 '화살나무'의 잎이었습니다. 정말 황홀한 광경이었습니다.
대체로 가을이 깊어가면 단풍이 붉게 물드는 모습을 보고 '불타는 듯한' 표현을 쓰지만 화살나무가 붉게 물든 모습을 보니 불타는 듯한 모습은 화살나무에만 어울리는 수식어 였습니다. 화살나무의 잎이 붉게 물들어 멀리서 보면 베롱나무의 붉은 꽃과 같이 빨갛게 타오르고 있었던 것이죠.
가끔 아파트단지나 조경수가 잘 가꾸어진 곳에서 화살나무를 만난적은 있지만, 이렇듯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군무를 즐기는 듯한 모습은 생전 처음보는 장면이었습니다. 마치 이들은 10월의 마지막 주를 위해 봄 부터 여기까지 쉼없이 치장을 해 온 귀품이 넘치는 아리따운 귀부인의 모습을 닮았다고나 할까요?
무리를 지어 화려하게 물든 붉은 잎들은 때로는 무도회에 참석한 남성들을 휴혹하는 짙은 루즈를 닮았으며, 막 무도회에 발을 들여놓은 남성들이 전장에서 흘린 피의 빛깔 처럼 선홍색의 고운 빛으로 10월을 저만치 배웅하려 줄지어 늘어선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붉게 물든 화살나무 숲은 큐피드의 화살과 같은 운명의 불화살을 맞은 연인들의 속마음을 닮아, 주체할 수 없이 환장할 정도로 사랑이 철철 넘쳐 흐르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무엇이 이들을 그토록 붉게 만든 것일까요? 큐피드가 실수한 화살을 각색하여 재현해 보니 이렇군요.
줌마렐라였던 큐피드의 어머니 '비너스'는 유리구두를 신고 다니는 프시케 때문에 도무지 세상 살맛이 나지 않았습니다. 프시케의 미모는 줌마렐라였던 비너스와 도무지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 였습니다. 요즘 잘나가는 고현정 보다 더 인기를 누리고 있었으니 줌마렐라의 질투심이 가만있을 수 없었던 거죠.
그래서 정말 그런가 하고 거울을 들여다 보며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성은 누~구?!..."하고 물으면 거울은 그때 마다 "...프시케!...프시케!..."하고 앵무새 처럼 조잘거리는 게 화가 나 거울을 내 팽개친 대신 화살에 이름모를 약을 바른 다음 그의 사랑하는 아들 큐피드에게 건네주며 이렇게 말했죠.
"...사랑하는 아들 명사수 큐피드야...나 완전 돌아버릴 것 같아...ㅜ "
"...엄니 시방 왜그러신데요?...(걱정 걱정)..."
"...응 나 말이다...고현정은 용서가 되는데...프시케를 용서할 수가 엄서..."
"...에이...농담도 잘하시네요. 프시케가 글케 미인이세요?..."
"...야는?...난 미실이 덕만공주를 질투하는 것 보다 더 싫은 게 프시케야..."
"...우짜라고요..."
큐피드 이미지 출처 wahooart.com
큐피드는 줌마렐라가 일러준 명령에 충실하여 프시케를 만나 화살을 날릴 참이었는데, 프시케를 보는 순간 미모에 깜짝 놀라 그만 그 화살을 자신의 심장에 꼿고 말았습니다. 더 놀란 것은 프시케였습니다.
"...이런 이런...큐피드님...이 무슨 변고랍니까?...119 부를까요?..."
"...윽...그럴 필요없소. 프시케...걍 날 안아주면 그만이요."
"...일케요?..."
그렇게 하여 큐피드의 품에 억지로 안겨버린 프시케와 큐피드는 줌마렐라가 바른 이름모를 약 때문에 사랑에 빠져 붉게 물들게 되었는데, 큐피드의 실수 때문에 온 몸이 붉게 물들어 미모를 알 수 없게 만들려던 줌마렐라의 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는 말도 안되는 큐피드 화살의 각색 이야기 입니다. ^^
가을은 남성들을 고독하게 만드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큐피드의 실수 처럼 남성들이 여성들에 의해 무차별 정복 당하는(?) 계절이 또한 가을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 것도 화살나무의 선홍빛 붉은 단풍잎의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 몽촌토성 둘레 일부를 수 놓고 있는 화살나무의 붉게 물든 잎이 정말 큐피드의 실수로 만들어진 연인들의 꽃일까요?
화살나뭇잎이 붉게 물든 주변에서는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연신 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마도 그들의 가슴속에는 '콩깍지'로 불리우는 큐피드 화살의 묘약이 독기운 처럼 번져서 화살나뭇잎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사랑의 열병을 앓으며 사는 연인들이 바라보는 세상이나, 산전수전 다 겪은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은 늘 변함없는 것 같은데 가을이 되면 무엇이 그토록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렇듯 아름다운 계절이 다 가기 전에 붉은 화살나무 숲이 있는 몽촌토성을 찾아 데이트를 즐기면 개떡같이 굳어있던 사랑의 불길이 찰떡 처럼 물러지며 뜨거운 사랑의 불길이 활활 타 오를지 또 누가 압니까? 사랑은 큐피드의 실수 처럼 찾아와야 오래토록 기억에 남는 법이지요. ^^
화살나무는요.노박덩굴과(―科 Celastraceae)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키는 3m 정도 자란다고 하는데 몽촌토성에서 만난 화살나무는 그 보다 조금 더 큰 것 같았습니다. 그림에서 보시는 바와같이 줄기에는 화살의 깃처럼 생긴 코르크의 날개가 길게 발달하여 '화살나무 Euonymus alatus'라고 하구요. 타원형 또는 피침형의 잎은 마주나는데 가장자리에는 잔 톱니들이 있습니다. 그 잎이 이렇듯 선홍빛으로 붉게 물들어 시선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백과사전에 나와있는 정보를 더 살펴보면요. "연한 초록색의 꽃은 5월경 잎겨드랑이에서 취산(聚散)꽃차례를 이루며 무리져 핀다. 꽃받침잎·꽃잎·수술은 모두 4개씩이며, 암술대는 1개이다. 10월경에 붉은색으로 익는 열매는 터져 나와 흰색의 씨가 황적색의 씨껍질[種衣]에 싸인 채 열매에 매달린다. 관목으로는 드물게, 가을에 잎이 붉게 물들어 붉은색의 열매와 잘 어울린다. 열매를 새가 먹는 것으로 알려져 새를 불러들이기 위한 조경용 나무로 정원이나 공원에 흔히 심고 있다.
음지에서 잘 자라지만 해가 비치는 곳에서도 자란다. 추위에는 잘 견디지만 공해에는 약하며, 잔뿌리가 많고 가지가 많이 나오므로 어떤 토양에서든지 쉽게 뿌리를 내리고 잘 자란다. 이른봄에 어린잎을 따서 나물로 먹기도 하며, 코르크의 날개를 봄 가을 햇볕에 말린 귀전우(鬼剪羽)를 치풍제·지혈제 및 광증 치료에 사용하며, 낙태에도 쓴다. 줄기에 화살깃 같은 코르크가 발달하지 않은 종류를 회잎나무라고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큐피드 불화살 맞아 '붉게' 물든 화살나무 잘 보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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