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땅에 앉아서 본 '에어쇼' 이래서야
그림에서 보는 이 장면은 서울 공군기지(서울공항)에서 개최되고 지난 25일 막을 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방위산업展,(Seoul Int'l Aerospace & Defense Exhibition 2009, 약칭 Seoul ADEX 2009)'을 관람하기 위해 모여든 구름관중의 모습입니다. 서울공군기지의 활주로를 따라 끝없이 펼쳐진 전시회장과 지상 최고의 에어쇼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중들이며 각자 사는 곳은 다르지만, 이 분들은 이곳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살고있는 서울시민이나 수도권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모습이었죠.
그런데 자세히 그림을 살펴보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깔고 앉을 수 있는 '돗자리' 등을 준비해야 했는데 행사장이 워낙 광범위 하여 동선이 지나칠 정도로 길고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장소와 함께 서울공군기지 활주로에 전시되어 있는 각종 항공기나 에어쇼를 제대로 관람하기 위해서는 단 한차례 방문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행사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포기해야 할 부분이 있었는데요. 저 같은 경우에는 매우 난감한 선택이 행사장 앞에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에어쇼를 중점적으로 관람한 후 선택적으로 몇가지 취재원(?)을 따라 부지런히 움직였는데, 가도가도 끝이없는 길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지친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에어쇼를 관람할 때는 여간 곤혹스럽지 않았습니다. 굉음을 내며 순간적으로 이동하며 사라지는 에어쇼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쪼그려 카메라를 들이댓는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멋진 광경을 맨땅에 쪼그려 앉아서 보고 있었습니다. 한순간 사라지는 에어쇼 때문이었죠. 맨 땅에 앉아서 본 '에어쇼' 현장 같이 가 보실까요?
행사장에 도착하면서 저는 일찌감치 F-15 Slam Eagle의 곡예비행과 지축을 흔드는 요란한 굉음에 홀딱 반하여 발걸음은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허공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대단한 광경이었습니다.
행사장은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었고 볼거리가 너무 많아 아침 일찍 부터 찾아온 시민들은 가족단위로 돗자리를 활주로에 깔고 잔뜩 준비해 온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는데, 모처럼 즐거운 시민들의 발길을 담을 수 있는 장소를 찾지 못해 구름관중을 촬영한 모습은 너무 평범하기만 합니다. 카메라 각도를 내리면 활주로 상공을 스쳐지나가는 에어쇼 장면은 놓칠 것 같아 이렇게 촬영해 봤습니다.
그러나 서울공군기지 동편 활주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의 모습과 전시된 항공기들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보다 입체적인 장면을 담고 싶어 두리번 거렸는데, 마침 행사 준비를 위해 한쪽으로 치워둔 철제 프레임이 눈에 띄어 기를 쓰고 올라가서 이런 장면을 촬영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제가 올라서자 무게중심이 이동된 프레임은 흔들거렸는데 활주로 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올라 서 보니 행사장이 한눈에 조망되고 있었습니다.
우리손으로 개발한 T-50 항공기는 물론 우리손으로 만든 방산 결과물들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런 모습들은 우리 국민들을 뿌듯하게 하고 전시회장을 찾은 사람들을 흥분 시키며 우리나라를 지키는 국방의 모습이 매우 믿음직해 보였을 것입니다. 실제로 저는 이런 모습을 보며 얼마나 가슴 뿌듯했는지 모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래전 학창시절에 돌려보고 빌려주기도 했던 '갈매기의 꿈'이 절로 떠 오를 정도였으니 말이죠. 베스트셀러였던 갈매기의 꿈의 주제를 이루고 있는 내용은 '보다 더 높이 보다 더 멀리'로 요약될 수 있을 정도로 책을 읽는 동안에는 스스로 갈매기가 되어 창공을 날으는 기분이 들 정도로 현장감이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1970년 미국에서 발표된 소설 '갈매기의 꿈-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은 '리쳐드 바크'의해 쓰여진 베스트 셀러였는데요. 그 줄거리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갈매기 '조나단'은 매일 같이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마다하여 무리로 부터 따돌림을 당하여 무리로 부터 멀리 떨어진 채 혼자서 '더 멀리 더 높게 날으는'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조나단 외 대부분의 갈매기들은 잘 나를 수 있는 게 목적이 아니라 배를 불려줄 '음식'이 목적이었던 것이죠.
그러니 어떻게 하면 잘 나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조나단의 모습이 잘난체 하는 모습으로 보였을 것이었고 갈매기족의 전통과 존엄성을 파괴하는 아웃사이더를 가만둘 리 없었던 것이죠. 그러거나 말거나 조나단은 자신의 한계에 봉착한 비행에 대해 고민하며 날 또 날기를 반복하며 평범한 비행을 넘어 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의 동료들이 볼 때는 '쓸데 없는 짓'으로 보이기에 충분했죠.(흥!...갈매기 주제에...)
동료들로 부터 멀리 떨어진 벼랑 끝에서 날개짓을 거듭하던 조나단은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되는데요. 조나단은 그로 부터 새로운 비행술을 배우며 훌륭한 갈매기 무리의 일원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리쳐드 바크는 갈매기를 통해 새로운 꿈을 심어주고 있었는데요.
"...지금의 생에서 어떤 배움을 얻는가에 따라서 다음 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진리와 함께 "빨리 날기 위해서는 그곳이 어디든 자신은 이미 그곳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 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깨달음을 얻은 조나단이 다시 그를 왕따 시킨 무리로 돌아가서 알려준들 그들이 대꾸나 할 것 같나요?(흥!...너나 잘하세요.) 그건 어디까지나 환상에 붙들린 광신도의 모습과 다름없는 것이죠. 리쳐드 바크는 그런 조나단에게 충고를 거듭합니다.
"...조나단!...네가 생각하는 그런 하늘나라는 없어!...하늘나라란, 어떤 장소나 시간을 말하는 게 아냐...완전한 상태를 말하는 것일 뿐이지!...조나단...넌 추방당한 몸이야...이제와서 너를 추방한 갈매기들이 다시 니 말에 귀를 기울이기나 하겠니?...'가장 높이 날으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는 속담은 알고 있겠지?...그건 진리야!...네가 떠나온 그 장소로 되돌아 가 본들 그곳에는 여전히 저희들 끼리 꽥꽥거리며 싸우고 있을 뿐이야!...누구한테 뭘 보여줄 생각이랑 아예 집어쳐!...그들은 니가 본 하늘은 커녕 그들의 날개 끝도 볼 수 없어!... "
제가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을 떠 올린 대목은 다름이 아니라 에어쇼를 보기 위해 몰려든 구름관중을 위해 주최측이 마련한 '관람장소'였습니다. 그림과 같이 관람객 대부분은 맨 땅에 자리를 펴고 앉아 짧게 펼쳐지는 에어쇼를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서울 국제항공우주.방위산업展은 공군기지의 활주로 규모와 같이 크고 방대하여 볼거리가 풍부한 전시회 였지만, 정작 에어쇼를 보기 위해 찾은 관람객을 위한 배려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죠.
이분들이나 저는 2차원(저지선)에 머물며 3차원을 넘나드는 에어쇼를 관람하고 있었으므로 제대로 된 에어쇼를 관람하기 쉽지 않았으며, 특히나 모처럼 멋진 비행쇼를 촬영하여 기념하고 싶어하는 카메라 마니아에게는 에어쇼 내내 고통을 주는 관람장소 였습니다.
서울 국제항공우주.방위산업전의 풍경을 전한 그동안의 제 포스팅 속 영상들은 맨땅에서 관람하고 있는 시민들 한쪽 편에서 겨우 몸을 쭈그린 채 촬영된 것이며 카메라로 담은 비행쇼 조차 한쪽 귀퉁이 장소에서 촬영했건만 무시로 '앉아!...앉으란 소리 안들려요?...'란 소리를 들어야 했고, 설령 제가 자세를 낮추어 앉는다 해도 찰라의 시간처럼 훽 지나가 버리는 비행쇼를 제대로 즐기기란 매우 힘든 모습이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정부나 군의 존재이유는 우리 국민들 때문이며 국민들의 재산과 생명을 가상 적들로 부터 지켜내기 위해 유지하고 있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어느새 국민들은 행사의 주체가 되지 못한 채 '관람객'으로 전락(?)하여 주최측이 마음대로 그어둔 '저지선' 앞에서 자리를 깔고 앉아 비행쇼를 지켜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느냐구요?
실 예를 들어보면 외국의 에어쇼에서 관람객을 위한 임시 객석을 만들어 귀중한 에어쇼가 앞사람의 뒤통수에 가려 볼 수 없는 불쾌한 일을 막아야 했고, 관람객 대부분이 지참한 카메라에 흥분된 장면을 담아갈 수 있도록 배려 하여 민과 군이 한마음을 이룰 수 있는 조치를 준비해야 했던 것입니다. 그게 비용이 들고 귀찮은 일이라면 최소한 행사용 의자를 마련하여 관람객들이 편안한 자세로 에어쇼를 관람할 수 있는 배려가 무엇보다 아쉬웠던 대목이었습니다.
조나단 리빙스턴의 이야기를 전제한 이유도 조나단의 착각에서 비롯된 '하늘나라'를 꼬집는 대목인데요. 권력처럼 비대해진 국방부나 관계자 등이 최신예 비행기를 도입하는 등, 국방 장비를 개발하는 동안 정작 국민들에게 심어주어야 할 '꿈과 희망'은 도외시한 느낌이 든 것도 맨 땅에 앉아서 첨단 비행쇼를 구경하게 한 조치로 보이는 것입니다.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주최측은 이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나 이 소식을 집에서 지켜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 어떤 분들인지 아시기나 하는 것인지요?...
국방부는 지난 10월 1일, 2010년도 국방예산안을 금년보다 3.8% 증가한 29조 6,039억원으로 편성하여 국회에 제출했는데요. 이 가운데 국방부 소관의 경상운영비는 2.2% 증가한 20조3,563억원이며, 방위사업청 소관의 방위력개선비는 7.3% 증가한 9조2,476억원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돈 다 누가 내는 돈이지요?...정말 천문학적 국방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배경에는 에어쇼를 보기위해 맨땅에 자리깔고 앉은 우리 이웃과 국민들이며 이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란 말씀이지요.
관련기사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9/09/28/200909280385.asp
http://kdia.or.kr/news/board_view.asp?BRD_NUM=589&Brd=D&NUM=589&PAGE=42&TableName=kdia_brd08&Uc=SG
갈매기의 꿈 속에 등장하는 조나단은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며 무리들로 부터 벗어나 새로운 비행을 통한 성찰을 통해 '보다 높이 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는 꿈을 꾸고 있는데 비해, 행사장에서 본 우리 국민들은 보다 더 낮은 곳에서 보다 높이 날고 있는 비행쇼를 맨땅에서 돗자리 깔고 지켜보며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보내고 있는 장면인데 이래서야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누굴 위한 행사였는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것도 사흘동안 일반에 공개한 이런 행사가 요구하는 목적이 단지 우리 방산업의 현실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려고 했다면, 굳이 장소를 서울공군기지를 선택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다녀도 다 못 볼 행사장에서 유일하게 탄성을 지르며 좋아하는 시민들에게 제공한 동편 활주로 옆 맨땅!...이런 행정은 공군이 자청한 일은 아닐 것이며 정부나 국방부 관계자 등이 만든 행사용 시설일 텐데요. 다시금 봐도 너무한 장면이었습니다.
비행쇼의 백미는 공중 곡예 등 비행쇼도 볼거리지만, F-15 Slam Eagle이나 Black Eagles의 이륙과 착륙 과정은 용맹스러운 검독수리와 닮은 백미중에 백미였는데, 이 장면은 활주로 옆에 쳐 놓은 철그물망에 가려 볼썽 사나운 모습만 노출했을 뿐입니다. 어차피 이 행사를 위해 공군기지를 개방했고 행사장 출입시 혹시나 있을지 모를 테러 등에 대비하여 몸수색은 물론 짐 까지 X레이 검사를 마친 마당에 카메라를 든 시민들에게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준들 그게 무슨 해가 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서울 국제항공우주.방위산업전은 건군 60주년과 함께 공군 창설 60주년에 때 맞추어 기획된 행사며, 경제사정도 어려운 이때 우리 국민들에게 무한한 꿈과 희망을 심어줄 절호의 찬스가 아닌가 싶고 행사 내용도 그 어느 행사 보다 볼거리가 풍부했으며 보는이로 하여금 자긍심을 느끼게 해 준 멋진 행사였지만 본말이 전도된 듯한 행사 운영에 관해서는 정부나 국방부 관계자 등이 반성해야 될 부분이 아닌가 여겨졌습니다.
내년에도 같은 장소에서 에어쇼가 재현될 텐데 그때 제가 만나 본 탑건들과 같이 군과 민이 서로 아껴주고 격려하는 아름다운 모습과 함께 정부가 주최하는 행사의 주체는 반드시 위리 국민들이며 시민들이란 것을 보여주는 귀하고 알찬 행사였으면 합니다.
전...맨 땅 관람석 끝부분에서 덩치가 유달리 큰 외국 관광객 등 뒤에서 엉거주춤 쪼그리고 서서 비행쇼를 지켜봤다니까요. ㅜㅜ 다른 곳으로 가지 않았냐구요?...거긴 맨 앞자리에 앉아서 비행쇼를 촬영할 수 없었거든요. 일어서서 촬영하지 그랬냐구요. 아 글쎄 그렇게 되면 관람객 모두가 일어서든가 아니면 제가 조나단 처럼 왕따 당한다니까요!...(앉아!...앉으란 말야!...당신만 카메라 가졌어?... ㅜㅜ) ^^*
하지만 이런 작은 불평에도 불구하고 창설 60주년을 맞이한 우리 공군은 '보다 더 높이 보다 더 멀리 보다 더 강력한 대한민국의 공군'으로 거듭나 주시길 희망합니다. 자랑스러운 우리 대한민국 공군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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