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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길 안내한 '우편배달부' 푸짐한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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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안내한 '우편배달부' 푸짐한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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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배달부를 만나고 나니 기분이 얼마나 좋던지요. 영월로 가는 길목에서 인간 네비게이션(?)이 잠시 헷갈려 정차한 곳에 때마침 우편배달부 아저씨가 막 우편물을 건네고 돌아오고 있어서 창을 내리고 물어봤습니다.

"...아저씨...영월 책박물관으로 가려면 이쪽길이 맞습니까?..."

"...네...거서(강원도 버전으로)...좌측으로 가먼 되요...쭈욱 가다가 다리 건너서...오른쪽으로 가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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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배달부 아저씨는 상세하게도 가르쳐 주었지만 오랜만에 작동시킨 네비게이션은 고개를 갸우뚱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방국도 대부분은 한방향으로 가면 거의 목적지가 나타나기 때문에 방향만 가르쳐 준 것 만으로도 고맙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마움을 표시하고 좌회전 깜빡이를 깜빡이고 있는데 고마운 우편배달부 아저씨가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제가 그쪽 방향으로 가는 중이거덩요...내 따라 오먼 돼요."

우편배달부 아저씨는 제 앞에서 저를 배려한듯 낡은 오토바이에 가속을 더했습니다. 오토바이를 뒤따라 가며 추월을 할 수도 있었지만, 친절한 우편배달부 뒷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 좋았던 건 잠시 후 였습니다. 우편배달부 아저씨 옆으로 코스모스 길이 쫙~ 펼쳐진 모습이 얼마나 정겨웠던지 제가 탄 자동차가 마치 우편배달부 아저씨가 배달하는 우편물 처럼 여겨졌지 뭡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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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게 낮선길의 길라잡이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저를 가을 깊숙한 곳으로 배달하고 있었던 거지요. 한때 우편배달부 아저씨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며 사춘기의 열병에 빠졌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빨간 우편배낭을 보면 기쁜 소식이 가득 담긴 마술자루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 자루 속에서 끄집어 낸 소식들은 어떤때는 하늘을 나를듯한 황홀한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고 또 어떤때는 속이 쓰릴 정도로 가슴 아팟던 소식이 들었었는데, 앞 서 가는 우편배달부 아저씨 모습을 보니 세상의 운명을 좌지우지 하는 운명배달부 같기도 합니다. 그는 친절하게도 다리 하나가 나타나는 입구에서 오토바이를 정차한 후 다시금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며 저를 기쁘게 했습니다.

"...이게 그 다리거덩요...걍 쭈욱 가시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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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편배달부 아저씨의 마지막 친절은 배풀지 않아도 될 친절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빨간 우편배낭을 등에 메고 다닐때나 오토바이에 싣고 다닐 때나, 우편물을 받아든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좋은소식인지 나쁜소식인지 금방 알아차리며 뒤돌아 섰겠지만, 기쁘나 슬프나 한결같은 몸에 벤 친절을 보니 이 가을이 풍성하게만 느껴집니다.

베스트 블로거기자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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