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판대 '1인치' 신문사 운명 좌지우지?
가판대 신문은 왜 헤드라인을 볼 수 없을까?...어제(22일) 서울 차없는 날 행사 때문에 강남의 테헤란로를 다녀오는 길에 지하철 구내 신문 가판대를 지나다가 전철이 도착하지 않아 오랜만에 가판대 앞에서 서성이며 헤드라인을 살펴보고자 했지만 신문가판대는 공평(?)하게 가판대 신문 헤드라인을 교묘하게 모두 감추어 둔 모습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신문사 별 머릿기사를 직접 들추어 볼 수 밖에 없었는데 그제서야 가판대 사정을 조금은 헤아릴 것 같았다.
이를테면 정운찬에 대한 기사를 신문사 마다 모두 다루고 있는데 특정 신문사의 머릿기사는 다른 신문들의 머릿기사와 제목부터 달라 그 제목을 보는 순간 내용이 유추되었다. 뭐...다 아는 사실이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가판대에 감추어진 헤드라인이 얼마나 깊이 감춰져 있나 쳌크하며 쏙 집어 들었더니 그림과 같이 약 1인치 정도의 깊이로 가판대가 제작되어 신문의 종류와 관계없이 머릿기사는 볼 수 없도록 만들어 놨다. 가판대 주인이 그런 나를 흘깃 거렸다.
가판대에 꼿힌 신문을 약 1인치 정도 뽑아 올려보니 이런 모습이다.
신문을 사 보지도 않으면서 뒤적거리고 있는 폼이 못마땅 했을까? 600원을 지불하고 신문한장을 빼 들었다. 그리고 편안하게 사진 몇컷을 남겼다. 나는 신문을 펴 보며 내가 가판대를 운영해도 그럴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다수 신문사들이 학교에서 배운대로(?) 정론직필을 고집하며 사실 보도만 할 경우 특정 신문사만 살아남을 것이므로 민주적인 방식(?)으로 가판대를 설치한 것 같았다. 뒤돌아서며 피식 웃었다. 나는 어느덧 미디어법 날치기 사건을 떠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기업체에서 정운찬에게 돈은 왜 줘?...궁시렁 궁시렁
정부와 여당은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 시키면서 광고방송을 통해 "언론통폐합 29년만에 방송 신문의 칸막이가 마침내 없어졌습니다"라고 선전하고 있는 것을 미리 봤기 때문이다. 그럴리가 없지만 지하철 가판대는 미디어법 날치기 후 방송과 신문의 칸막이가 없어진 것 처럼 평등한 모습으로 헤드라인을 감추고 있었던 것인가? 대단하다.
박근혜 이젠 MB씨와 춤을?...
사정이 이러함으로 멀찌감치서 헤드라인만 보고 신문을 집어들던 구독자들 조차 바쁜 걸음을 가판대에 돌려 세울 필요를 느끼지 못한채 지하철 출구를 향해 종종걸음으로 바쁘게 빠져나가고 있는 모습니다. 결국 미디어법은 언론 평등과 민주화(?)에 큰 기여를 하고 셈일까? 내가 빼 든 신문과 한 신문의 머릿기사를 비교해 보니 시각이 전혀 달랐다. 한쪽은 쥐꼬리를 붙들고 마치 너구리를 잡은듯 하다.
스포츠신문의 운명론이 신문사의 운명론을 보는듯...
사정이 이러니 쥐꼬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누군들 너구리에 신경이나 쓸 것인가? 그래서 가판대 깊이는 1인치로 통일 시켰나 보다 하고 돌아섰다. 가판대 칸막이를 1인치씩만 더 높이면 어떤 신문사들은 하루가 달리 다이어트를 일삼다가 문을 닫아야 할 판인데, 지하철을 타고 귀가 하면서 1인치의 눈높이를 누가 조정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뽑아든 나의 실수를 자책했다. 미디어법이 통과된 이후 다수 언론과 방송들이 광고속 선전과 다름없는 일자리(제 밥그릇)을 지킬 수 있었으니 차라리 모른척 하는 게 훨씬 나았다.
Boramirang
Sensitive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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