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사태 사측 정부의 '몇가지' 자충수
-쌍용차사태 노사협상 타결을 보며-
어제(6일) 오후 2시50분쯤, 우리 국민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가슴 답답하게 만들었던 쌍용차사태가, 지난 5월 22일 공장 점거농성에 들어간지 76일 만에 노사협상이 타결됨에 따라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내 도장2공장을 점거하고 있던 노조원 400여명이 농성을 풀었다는 반가운 소식이고 속이 후련하다. 아울러 경찰은 폭행, 업무방해, 퇴거불응 등 혐의로 노조 집행부 21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상태로 전해지며, 경찰은 이들을 포함, 화염병 투척과 새총 발사 등 폭력시위 장면이 영상 또는 사진 증거로 확보된 노조원 100여명을 연행해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단순 가담한 300여명은 간단한 조사를 마친 뒤 귀가시킨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나 여러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사태가 좀 더 일찍 끝났으면 했지만 잘 알려진대로 쌍용차 노사간 견해차가 컷던 것은 사실이고, 사측이 공권력을 투입하고 노조원 고사작전에 돌입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었으나 그나마 어제 극적 타결을 본 게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사태가 더 늦게 장기화되었을 경우 사측이나 노조원들 그리고 공권력은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며, 쌍용자동차 이미지나 국가이미지 실추도 불보듯 했을 것이며 실제 사태 초기보다 뚜렷이 실추된 기업 이미지다.
어제 경찰의 입장에서는 쌍용자동차 평택공장내 도장2공장을 점거하고 있던 노조원 400여명에 대해 사안별로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노사정 모두 그동안 피해를 고려하면 아쉬움이 적지않지만, 어제 오후 경찰이 선무방송을 통해 노조원들을 향해 밝힌 입장은 선처를 약속한 바 있어서 노사정 모두 신뢰를 회복 할 수 있는 정도 선에서 쌍용차 사태를 마무리 했으면 하는 바램 간절하다. 그러나 쌍용차사태가 노사간의 대협상을 끝으로 회생의 실마리를 겨우 잡게 되었지만, 사측이나 정부에서 잘못 둔 자충수는 복기하고 넘어가야 할 듯 싶고 그렇게 해야만 우리나라에 '건전한 노사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몇자 끄적이고 있는 것이다.
첫 번째, 사측이나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건전하지 못한 노사문화는 노동자의 생각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금번 쌍용차사태에서 보듯 노동자들은 사측의 의도에 따라 언제 어떤 방법으로든지 정리해고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없는 불합리한 노동문화 속에 있는 것이며, 이런 노사문화는 쌍용자동차에서 보듯 부실경영으로 퇴출이 불가피할 경우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사측의 처분만 기다리는 종래의 관습(?)으로 부터 진일보 하여 극렬저항하는 방법을 낳게 되었고, 노사양측 모두 생사고락을 함께 하자는 결론으로 치닫게 만드는 한편, 평화적인 방법으로는 노사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종래의 문제를 되풀이한 고질적이고 올바르지 못한 노사문화가 잔재함을 보여준 모습이다.
사측이나 보수적인 정부의 종속적인 기업관에 따르면 괘씸하기 짝이없는 노조의 선택처럼 여겨지겠지만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타당한 면이 없지않고 비정규직이 난무하는 불안한 노동시장에서 노동자들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투쟁'의 형태로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적지않은 기업인들은 이렇게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향하여 '불순분자' 또는 '빨갱이 집단' 등과 같은 방법으로 공공연히 매도하며 우리사회로 부터 분리해 보고자 하는 노력이 부른 불상사가 금번 쌍용차사태로 보이는 것이다.
두 번째, 이런 기업인들의 건전하지 못한 노사관은 스스로 방만한 경영으로 부실을 초래한 결과 대부분을 노동자들에게 책임전가하고 있는 모습이고, 노조와의 대화에 시종 불성실한 자세를 보임에 따라 노사관계는 물론 노노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케케묵은 방법의 구사대를 조직하여 노노간의 반목과 대립을 부추긴 점은, 쌍용차 회생에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의 시각이자 현장에서 지켜본 모습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쌍용차사태를 힘들게 만든 세 번째 자충수는 사측이 불러들인(?) 공권력투입 결정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쌍용차사태를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몰아가며 회생의 실마리를 꼬이게 했던 것은 노동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동안 경찰이 노사문제에 적극 개입하면서 부터였고 사측이나 경찰이 점거농성중인 노조원을 고립시키기 위해 고사작전을 펼치면서 사태는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악화됐다. 결과적으로 무탈하게 사태가 진정되기는 했지만 정부와 여당이 뒷짐을 지고있는 동안 사측이 불러들인 공권력은 자칫 대형참사를 부를 수 있는 극히 위험한 선택이었고, 이러한 선택은 향후 노사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게 틀림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런 한편, 쌍용차사태 현장에는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시민단체.학생 등이 고립된 쌍용차 노조원을 응원하고 있었는데 반해, 대통령은 여름휴가 중이었고 한나라당은 애써 이 사태를 관망한 한편 뜨거운 감자를 놓고 민주당 등 야당은 미디어법 원천무효만 외치며 정작 시급하고 중요한 일에서 발을 뗀 형국이었고, 500여명의 생사가 달린 민생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이런 모습은 건전한 노사문화를 해치는 정치인들의 당리 정략적인 한 모습이고, 노동자들 입장에서 보면 '믿을 놈 한명도 없는' 어둡고 캄캄한 세상이 될 수 있는 암담한 현실로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표를 의식하여 적정한 거리를 두고 소극적인 자세로 이 사태를 관망했다고 볼 수 있는데, 오히려 정부와 여당 및 민주당의 이런 소극적인 태도로 말미암아 쌍용차사태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악화되어 갔고, 굳이 노동자들의 표심을 가정하면 민주노동당 70%, 민주당 20%, 한나라당 10% 정도의 지지가 이어지지 않겠나 싶은 생각도 아울러 드는 것이다.
그저께(5일) 격렬했던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 속에서 보름달이 둥실 떠 올랐다.
그동안 쌍용차사태는 경기침체의 어려움 속에서 회생이 불가능해 보였고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없이는 그나마 살아날 기미도 보이지 않았던 기업이었던 만큼, 노조원들의 점거농성 자체로 쌍용자동차가 회생할 길이 막혔다고 단언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이제 남은 일은 이른바 정리해고에서 '살아남은 자'와 '죽은 자'로 대변되는 사원들 간의 반목을 회복하는 길과 함께, 평택시에 깊이 드리워진 어두워진 불신을 노사정 모두 협력하여 잘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노사문제에 공권력투입과 같은 결정은 정부나 사측이 함부로 기대해서는 곤란한 결정이므로 건전한 노사문화와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공권력투입과같은 결정은 시회통념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행사되어져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쌍용자동차 정문 곁 울타리에 핀 능소화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듯 활짝 피어있다.
그림들은 그저께(5일) 오후 7시경 부터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 집결한 시민단체 등 시위대를 강제해산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가 살포를 멈추는 과정에서 시위대 진입을 막기위해 도로를 막고 있던 한 경찰의 머리위로 물대포 세례를 퍼붓고 있는 모습이다. 살수차가 일부러 제 새끼(?)를 겨냥할 리 없지만, 줄을 잘못 선 경찰의 뒷통수를 향하는 그림 때문에 긴장하며 지켜본 진압장면 중 잠시 웃음을 머금게 한 모습이었다. '제 발등 찍기'와 같이 공권력이 자초한 '이미지 실추'의 한 장면이자 시사하는 바 큰 사진 몇장이다. 아울러 어렵기만한 쌍용차회생 절차에 노사정 모두 힘을 쏟아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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