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밤 사이 확 달라진 '수영장' 풍경
개장을 코 앞에 둔 야외수영장의 물은 너무 맑아서 옷을 훌렁 벗고 금방이라도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나를 유혹하고 있었고 성급한 엄마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무 그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참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아마 눈치를 봐서 아이들이 보채면 염치불구하고 수영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갈 작정이었나 봅니다. 유모차 곁에는 작은 물놀이 공과 튜브가 보입니다.
이 장면은 서울지역에 물벼락을 퍼붓던 집중호우가 내리기 직전 양재천에 만들어 둔 작은 규모의 야외 수영장 모습입니다. 이곳은 여름이 되면 시민들이(주로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즐겨찾는 인기있는 명소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당시에 이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나온 가족들은 하루밤 사이 이런 풍경이 사라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 또한 그랬으니까 말이죠.
그러나 전국에 물난리를 몰고온 물벼락은 남부지역과 중부지역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낮익은 풍경들을 모두 휩쓸어 버렸고 적지않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남기고 있습니다. 일기예보를 통해서 많은 비가 올 것이라는 소식은 들었지만 누군들 이런 모습으로 변할 줄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그러니까 그저께(15일) 다시 방문한 양재천 야외 수영장의 모습은 하루밤 사이 전혀 다른 광경으로 제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물벼락이 쏟아지기 전 양재천 야외 수영장의 평화로운 모습
양재천 산책로 위에서 내려다 본 수영장의 물은 양재천 물과 금방 비교될 정도로 맑고 깨끗했으며 주변에는 숲이 우거져 그늘을 만들며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도란도란 사는 이야기로 수다를 떨며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언제봐도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있는 풍경은 아름답습니다.
양재천변의 나무들은 짙푸른 잎으로 무성하게 자라있었고 천변 수생식물들과 풀들은 사람들이 출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른 키 만큼 자랐고 어떤 곳은 억새와 갈대와 숲이 어우러져 마치 도심속의 정글을 녕상케 할 정도로 잘 가꾸어진 곳이고 양재천은 생태하천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이 풀숲에는 너구리도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당시 양재천을 방문하여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싶어서 이곳을 방문했고 아래 그림속의 잠자리들이 떼지어 놀고있는 풀숲과 천변 나무사이로 이동하며 조용히 잉어와 누치를 카메라에 담고 있었습니다. '잉어 누치 노니는 호우 직전 양재천'이라는 포스팅에 이곳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도 하구요.
그런데 이렇듯 잘가꾸어진 양재천의 숲이 물벼락으로 하루 아침에 그 모습을 달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래 비교해 본 장면을 보시면 하루밤 사이 양재천에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이틀전과 전혀 다른 모습이고 맑고 깨끗한 물로 가득했던 수영장은 누런 황토물이 가득 차 있었으나 복구가 시작되면서 물을 모두 뺀 상태며 수마가 핥키고 간 양재천의 모습은 처참하게 일그러지고 말았습니다.
물벼락이 쏟아진 후 양재천 야외 수영장의 처참한 모습
위 그림 좌측 중앙의 바위 위에서 아이들과 엄마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오후시간을 즐겁게 보내던 장소 입니다. 하룻밤 사이 믿기지 않는 풍경이 연출된 것이죠.
수영장 곁 울창한 숲은 급류에 떠내려온 생활쓰레기로 누더기를 입은 듯 나무의 윗부분 까지 물에 잠겼을 정도니 물벼락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말끔히 정리해 둔 수영장 곁에는 온통 토사로 채워졌습니다.
맨 처음 그림을 보지 못했다면 아마도 이 장면은 마치 연못처럼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누런 황토가 수영장 주변에 덕지덕지 달라붙어 뙤약볕에 마르고 있었습니다.
수영장은 마치 일부러 황톳빛으로 치장을 한듯 보입니다.
무성했던 풀숲과 나무들이 만신창이가 되었죠.
이렇게요...
바로 이곳에 탈의장이 서 있던 곳입니다만 흔적도 없이 사라졌네요.
탈의장 뒤편 나무 그늘에 앉아 양재천으로 시선을 옮기면 팔뚝만한 누치와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을 치던 곳입니다. 물난리로 녀석들의 모습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물이 맑아지면 곧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누치나 잉어나 이곳을 찾던 사람들은 풍요로웠던 양재천의 숲을 당분간은 만나기 힘들 것입니다. 그 점이 참 아쉽습니다. 천재지변으로 인하여 유실되고 생채기를 입은 곳은 비단 양재천 뿐만 아니라 물벼락이 떨어진 우리 산하의 하천은 같은 모습일 테지만 다시금 잘 가꾸면 전과 다름없는 아름다운 광경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물벼락이나 물폭탄으로 불리는 장맛비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소중한 교훈은, 하천변에 홍수가 머물 수 있는 습지가 거의없는 상태여서 일시에 많은 량의 빗물이 흐르게 되면 홍수를 분산할 수 없으므로 유속도 빠를 뿐만 아니라 급속히 불어난 물로 큰 재앙으로 번질 우려도 없지않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생태하천을 만든다며 너도나도 멀쩡한 하천을 함부로 뒤집으며 하천의 폭을 좁게 만드는 일은 제고해 봐야 할 일이며 아울러 천변에 시설한 적지않은 시설물들이 유실되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정비사업 계획에서도 볼 수 있듯이 홍수방지 목적(?)으로 수심만 깊게 만드는 작업이나 강변이나 강바닥을 함부로 건드리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은 위험한 일이며 이런점은 여러분들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홍수를 방지하고자 강이나 하천에 제방을 높이 쌓은 것 까지는 이해하지만, 그로 인하여 홍수를 사방으로 분산할 수 있는 습지와 유수지가 사라진 곳에 물벼락으로 큰물이 흐르면 양재천과 같은 도심속 하천은 마치 하수구 통로처럼 변하여 하천속의 모든 것들을 쓸어버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자연은 양재천변의 아름다운 광경과 수영장 모습을 하루밤 사이에 바꾸는 능력을 지녔다는 것을 실감케 해 준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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