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극락전 앞 '보살님'의 꿈

SensitiveMedia  


극락전 앞 '보살님'의 꿈



사용자 삽입 이미지

뙤약볕이 내리쬐는 극락전 앞
간편한 차림의 아주머님은 작은 보따리 하나를 꼭 움켜 안고
신문지 한장 깔아 둔 그늘에서 졸고 계신다.
보살님이다.

조계사 극락전極樂前 앞의 풍경이다.

보살님은 극락전 앞에서
 꿈을 꾸고 계신다.

극락전에는 아미타 부처님이 정좌하고 있고
좌우로 아미타불의 권능으로 고해의 중생을 극락으로 인도할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과 협시보살이 자리잡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보살님은 극락전에서 길을 찾지 못해 서성이며
이곳 저곳을 두리번 거리기를 반복하고 극락으로 가는 길을 찾고 있었다.

극락전 앞에는 향을  피워 올린 연기가 자욱하여
마치 안개가 온 세상을 뒤덮고 있는 모습 같았다.

보살님은 극락에 와 있는지
매일 108배를 거듭하던 조계사에 와 있는 것인지
헛갈리고 있었다.

"...南無阿彌陀佛!...(...무슨 극락이 이래!?...궁시렁 궁시렁...)"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극락도 복잡하긴 매 한가지였나?...
차라리 극락이 이럴 줄 알았다면 극락으로 가기전에 잠이나 실컷 자 둘 걸...!

보살님은 극락전 앞에서 우왕좌왕 하며 갈피를 잡지못한 자신을 탓하기 시작했다.
보살님은 극락전에 온 후로 잠 한숨 제대로 못잤다.

그때였다.
관세음보살이 보살님 앞으로 다가왔다.

"...보살님이시죠?..."

"...네 그런데요?...누...구...시더라?..."

"...난 관세음이라 하오"

뒤이어 대세지보살이 협시보살과 함께 보살님 앞에 나타나 자신을 소개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가 보살님을 극락으로 인도할 보살입니다.
그런데 조금 전 부터 보살님을 쭈욱 지켜보고 있었는데...보살님 맞습니까?"

"...그...그런데요..."

그제서야 보살님은 대세지보살이나 협시보살이나 관세음보살에게는
작은 보따리가 없는 것을 눈치챘다.

"...극락에 가시려면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관세음보살이 조용히 보살님께 일렀다.
보살님은 작은 가방을 더 움켜 쥐며 말했다.

"...이 가방이 없으면 극락에서 어떻게 살아요?...
극락에는 전기도 없고 수도도 없나요? 세금은 어떻게 내죠? 아이들 공부는 요?
...이 가방이 없으면 전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해요!...요...요...요..."

보살님은 극락보다 차라리 이 세상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작은 가방을 더 힘껏 껴 안았다.

불볕 더위를 피해 조계사 극락전 앞 그늘에서 잠시 쉬어갈 요량이었는데 보살님은 잠이 들었다. 그 시각 내가 보살님이 되어 꿈을 꾸고 있었다. 이 세상이나 저 세상이나 여전히 만만치 않은 모습이었다. 차라리 이 세상의 모습을 잠시 볼 수 없는 졸음이 피안의 세계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시간 동안 보살님은 잠시 극락에 가 계셨다.


베스트 블로거기자
Boramirang 


SensitiveMedia

MB583 미디어 블로그 - 1인 미디어 연합 MEDIA BLOG
   네이버에서 구독        ※ 마우스를 올려놓고 휠을 사용해 보세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