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에서 본 '딴나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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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가에서 본 '딴나라' 사람들


인간의 죽음을 놓고 사람들은 망자의 생전의 삶을 비추어 크게 몇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돌아가셨다'라는 표현이나 그보다 더 귀중한 표현인 서거 또는 종교의 관습에 따라 선종,열반 등의 표현을 쓰며 망자의 천도에 복을 비는 것과 그냥 축생들 처럼 생명이 다하여 호흡이 멈추면 법의학적인 표현을 빌어 '죽었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인데, 노 전대통령의 서거를 두고 법의학적인 '사망'을 두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람에 대한 표현이 불경스럽다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 한편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안 이웃에게 나쁜짓이라고는 골라서 한 사람이 죽음에 이르면 '뒤졌다' 또는 '잘 돼졌다'라는 등의 표현으로 살아있는 게 이웃에 전혀 득이되지 않는 사람이 목숨이 다할 때 붙이는 죽음의 모습이다. 최소한 세가지 중 마지막 경우의 죽음을 당해서는 안될 것 같다.

 아무튼 인간은 죽음에 이르면 돌아가시거나 죽거나 뒤지거나 어느 하나의 죽음의 모습에 이를 것이지만 사정이 그러하다고 해서 막상 원수같은 사람이 죽음에 이르면 '아이고 불쌍한 사람'이라며 그가 생전에 못다한 업에 대해서 용서의 마음으로 그가 다시 인생길로 태어나더라도 전생에 지은 행위와 같은 짓을 반복하지 말기를 기원하는 모습 등은 상가에서 흔히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도 상가마다 달라서 고인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이는 다툼들은 왕왕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그림은 본문의 내용과 관련없는 박재동화백의 '손바닥 그림들 展'에서 본 한 작품
 
이른바 고인이 남긴 유산을 두고 재산다툼을 하며 형제와 동기간 의를 상하게 하는 사람들이나 생전에는 찍소리도 하지 못한 사람들이 고인의 죽음을 놓고 함부로 고인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상가에서 만취하여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 보다 더 추해 보이고 상가에서 화투패를 돌리다가 본전을 챙겨넣는 사람들 보다 더 자잘해 보이는 것이다.

그 뿐인가? 슬픔에 잠긴 상주들에게 사소한 일로 욕설이나 비방을 늘어놓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와 같거나 유사한 사람들을 '호래자식'이라 부르고 어떤 지방에서는 '호로새끼'라고 부르기도 한다. 부모나 스승이 없이 제 마음대로 자라 세상물정도 모르고  버릇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정말 이런 표현은 뒤졌다라는 말을 듣는 것 보다 산사람에게는 더 굴욕적인 표현이 될 것이다. 호래자식이나 인간의 죽음에 대한 표현을 두고 장문을 늘어 놓은 건 다름이 아니다. 노 전대통령의 투신 서거 후 아직 49제도 끝나지 않았는데, 이명박정권과 한나라당은 반성의 기미는 커녕 전직대통령의 서거 원인은 도외시한 채 정치적이익 챙기기에 분주한 모습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마자 상주격인 민주세력 등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네티즌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http://media.daum.net/politics/view.html?cateid=1002&newsid=20090615151504815&p=ytni

그들도 조만간 인간에게 주어진 운명을 맞이하며 죽음의 몇가지 모습에 이르게 될 터인데 아무리 봐도 그들의 죽음을 놓고 세간의 평들은 '돌아가셨다'라는 표현이나 '서거'라는 표현은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인간이 축생들과 다른점은 최소한 상가나 애도기간에 지켜야 할 예의나 범절은 안다. 그들의 종말이 벌써부터 기다려 진다.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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