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동화백 눈에 비친 '장자연'의 죽음
'박재동의 손바닥 그림들' 展을 관람하기 위해 종로구 창성동 ZeinXeno 갤러리를 맨처음 만났을 때 조금은 놀라워 했던 게 전시회가 열리는 공간이 너무 초라하고 작은 게 아닌가 하는 거 였고, 갤러리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부터 각 작품에서 풍겨나오는 거대한 메세지들 때문에 다시금 놀라워 했다. 두번씩이나 나를 놀라게 한 손바닥 그림들 전시회는 박화백님의 '시사만평'이 신문속에서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 처럼 갤러리 외양도 그러했지만 실상은 신문의 지면 전부를 압축해 놓은 듯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손바닥 그림들 속에 담겨져 있었다.
그래서 먼저 포스팅한 글에서 나는 자유자재하는 장자의 소요유를 떠 올리고 있었고 그 형상은 마치 '부처님의 손바닥'과 같은 느낌이 든 것이다. 박재동화백의 눈에 비친 세상은 더도 덜도 아닌 현재의 그 모습 그대로 거울처럼 비추어졌고 그 거울에 비친 세상의 빛들은 때로는 찬란한 빛을 발하는 가 하면 때로는 암울한 그림자로 손바닥 그림들 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손바닥 그림전을 관람하기 위해 맨 처음 발을 들여놓은 갤러리 입구에는 박화백님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생뚱맞은(?) 그림 두 점이 작은 그림들과 함께 전시되고 있었는데 나와 안사람은 작은 갤러리에 머무는 동안 그 두 작품을 눈에서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 중 한 작품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가 담긴 이상적인 세계를 그린 작품이었고 또 한 작품은 탤런트 장자연의 죽음을 담은 산수풍경 작품이었는데, 두 작품의 공통점은 작품속의 유서와 함께 세상의 모습과 동떨어진 풍경과 '이발소 그림'을 배경으로 삼았던 점과 '죽음' 이었다. 이 포스팅에서는 장자연의 죽음과 관련된 작품 한 점만 들여다 보기로 한다.
바로 이 작품이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 작품은 손바닥 그림들이라 할 수 없는 대형작품이었지만 박재동화백의 화풍과 거리가 멀어 처음엔 눈길을 주지 않았던 작품이다. 그러나 박화백님으로 부터 이 작품이 탄생된 배경과 의미를 전해듣는 순간부터 이른바 이발소그림에 생명이 더해져 나 뿐만 아니라 전시회에 온 분들의 시선을 계속 붙들어 두고 있는 작품이었다. 박화백님이 이 작품에 '화룡점정 畵龍點睛'과 같은 붓놀림은 그림 우측에 있는 작은 메모지와 섶다리로 보이는 다리위에 놓인 한켤레의 하얀 구두였다.
손바닥 그림들 展 갤러리에서 보면 이와같은 풍경이다. 곁에있는 작품들과 비교해도 금방 차이를 느낄 수 있고 어쩌면 별볼일 없는(?) 작품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속에서 박화백님이 붓을 더한 건 두곳이다.(원내)
바로 이 한켤레의 구두와...
작은 메모지에 남긴 메세지 한장이다. 그곳에는 "저는 힘없는 신인 여배우 입니다..."라고 쓰여져 있을 뿐이다. 나는 이 메모지를 보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처럼 잠시 멍한상태에서 박화백님을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머리속을 떠나지 않을 정도였다. 박재동화백은 인터뷰 속에서 그저 이발소 그림을 육교에서 사고 다시 이런 절차를 통해 '장자연의 죽음'을 담았다고 말했을 뿐인데 나는 작품속에서 우리사회의 모습이 그대로 함축되어 있음을 느끼는 한편, 힘없는 한 신인 여배우와 힘없는 소시민들을 동시에 떠 올리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했고 평범하게 우리들 일상속에서 잊혀져간 이발소 그림이 비로소 생명을 되찾는 순간이었다.
이발소그림으로 만든 작품의 배경과 의미를 되새기는 박재동화백의 모습
이미 널리 알려진대로 장자연의 죽음 뒤에는 방송 연예계의 상납고리와 더불어 새로운 권력으로 부상한 '언론권력'이 도사리고 있었고 언론권력을 지휘하는 사주뒤에는 냉전시대의 이념논리를 가진 한 정권이 검찰과 경찰을 마음대로 부린 결과, 당초 장자연의 죽음을 두고 벌렸던 사회적 논란은 서서히 우리들 곁에서 망각이라는 이름으로 이발소 그림처럼 사라져 가고 있었는데, 손바닥 그림들 전시회에서는 아직도 故장자연양이 죽음을 통해 여전히 우리들 곁에 살아있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속에 등장한 짧은 메세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권력앞의 시민들 모습이 아닌가 싶기도 했던 것이다.
나와 안사람의 케리커쳐를 그려주는동안 전화가 걸려왔다. 참 바쁜 가운데서도 손바닥 그림들 展에 찾아온 손님들의 케리커쳐를 그려주고 있는 박재동화백이다. 많이 귀찮게 해 주시기 바란다. ^^
얼마전 외신을 통해서 본 중국 화가들의 삶 속에 이발소그림과 같은 장르(?)가 생길 정도로 열심히 그림들을 그리고 있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그들은 유명화가의 그림을 거의 그대로 복제하여 그림시장에 내다팔아 우선 생계를 잇는 한편 그들이 추구하는 예술세계를 동경하고 있는 장면을 봤다. 그러나 그들은 유명화가의 그림을 복제하면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이어나가는 것 보다 복제그림에 정신이 더 팔린 모습을 봤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있는 문화의 한장면이지만 한때 '이발소그림'은 이발소나 미장원, 음식점 등 우리사회 모든 공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그림들이었고 이들 그림들의 공통점은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풍경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소시민들은 보고싶지 않아도 눈에 띄는 그림들 속에 등장한 이상적인 세계를 늘 동경하고 있었던 것인데 장자연이 한장의 유서과 한켤레의 신발을 남기고 간 흔적은, 그녀가 늘 동경하던 세계로 몸을 던진 후 였고 세상의 삶은 이상이 아니라 혹독한 현실외 아무것도 아닌것이었다. 그래서 그런것이었을까? 그녀를 앗아간 세상과 달리 이발소그림은 다시금 살아 숨쉬고 있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소시민들의 목을 죄고 있는 사회적 권력구조가 요구하는 건 어쩌면 장자연이 남긴 처절한 유서와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고 시민들은 늘 피안의 세계를 동경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관련 포스팅 박재동화백이 밝힌 '촛불배후'는 장동건?/박재동화백이 담은 '노무현'의 못다한 이야기
** '박재동의 손바닥 그림들 展'에서 담아 온 작품들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성원있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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