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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山들

천왕봉 '나목'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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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 '나목'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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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입술로만 행할 수 없어서 발가벗지 않으면 결실에 이를 수 없는 것일까?...무릇 사랑의 대상들은 모두 발가벗기를 주저하지 않지만 사랑한다면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허례허식을 모두 벗어야 하는 법이다. 지리산 장터목대피소에서 천왕봉 통천문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제석봉 아래서 잠시 숨을 돌리게 만든 '나목 裸木'이 내게 일러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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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머니의 품과 같은 이 산에서 얼마나 오래토록 사랑을 했으면 5월이 되어도 그 흔한 나뭇잎하나 가리지 않고 발가벗은 채 두팔을 벌리고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아직도 그는 뜨겁게 사랑할 일이 더 남아서 수천년을 이어 그렇게 사랑의 몸짓으로 우리를 불러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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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랑의 대상은 너무 허망한 것이라서 이내 망각되고, 마침내 또 다른 사랑의 대상을 찾아나서는 발길은 무겁고 힘이들어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고 차라리 죽어도 좋을 만큼 힘이 든다. 옷만 벗으면 사랑할 것 같았지만 그것 또한 겉치레에 불과했고, 망설임 속에서 정작 벗지 못하고 있는 또 한꺼풀의 거짓된 마음이 두꺼운 옷을 입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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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두팔 벌린 나목은 내게 말했다.
 
"...다 벗으라!...그리하면 통천문으로 너를 인도 하리니!..."

그러한 잠시 내 발길은 무념무상의 가벼운 몸으로 천왕봉으로 향했다.
사랑은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것 처럼 천왕봉의 나목은 내게 무념무상의 사랑법을 전했다.

오래토록 사랑하려면 그저 발가벗는 일 밖에...!

베스트 블로거기자
Boramirang 

 
MB583 미디어 블로그 - 1인 미디어 연합 MEDIA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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