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의 '모습'이란?
지난주 88올림픽대로를 따라서 연안부두를 다녀오는 길에 퇴근길 정체를 거듭하는 동안 늘 봐왔던 길옆의 풀꽃이 눈에 들어왔다. 풀꽃들은 늘 이 자리에 있었건만 일상에서 그 존재를 기억하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그들도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잘 자라지도 못할 것 같은 장소에서 싹을 틔우는 한편, 사람들이 마구 짓밟아도 다시금 언제그랬느냐 듯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 풀꽃과 잡초를 일컬어 민초라 부르기도 하는데 권력의 하층을 이루고 있는 백성들의 삶이 이들을 모습과 다르지 않아서 붙인 이름이기도 하다. 이름하여 민중의 모습인 것이다.
이런 잡초가 우리땅에 널려있었고 눈만뜨면 늘 보는 잡초임에도 돌이켜 보면 그들의 존재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본적이 거의 없었고 그들이 내 이웃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을 한번도 내 이웃이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을 만큼 그는 철저히 천대와 외면을 받아온 잡초며 나와 똑같은 모습의 민초의 모습이었다.
대체로 권력은 '권불십년'이라는 말과 같이 오래토록 지속되지 못하고 '화무십일홍'처럼 허망하기 짝이없는 모습이자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해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잡초로 다시금 돌아오건만 권력의 자리에 있는 동안 천년만년 권력을 누릴 것 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권력의 형태가 다양하고 권력을 누리는 방법도 달라서 반드시 정권을 쥔 세력들만 권력을 누리는 게 아니라 정권을 이루고 있는 다수의 세력들 대다수가 권력을 누리는데 오히려 변방에 있던 세력들이 권좌의 권력보다 더 큰 권력을 행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예컨데 국민의 눈과 귀를 자청하고 있는 언론과 방송이 그렇고 만인앞에 평등해야 할 사법부가 그러하며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할 검찰이 또한 그래서 그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민초를 향하여 발길질을 해대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기구들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초들의 삶은 잡초와 같이 끈질긴 생명력으로 이 땅을 푸르게 푸르게 만들며 화려한 꽃이 꺽어진 허망한 자리를 메꾸고 있는데, 오늘도 권력에 빌붙은 미디어들은 앵무새처럼 나불대며 권력의 손과 발이 되어 민초들에게 거짓 바람을 일으키며 독초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88올림픽대로 변에서 자라는 잡초들이나 권력의 변방에 있는 민초들은 짓밟히고 또 짓밟혀도 다시금 5월을 맞이했고, 그 5월은 이 땅에 잡초들이 만개한 것 처럼 민초들의 5월이다. 잡초들은 늘 우리곁에 있었고 앞으로도 우리와 함께 살아갈 것이지만 그동안 나의 착각은 스스로 잡초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너무도 흔한 이 풀꽃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일까? 하찮아 보이던 대로곁 잡초가 유난히도 위대해 보이고 5월에 새로운 역사를 쓴 민초들이 위대해 보인다.
Boramirang
Sensitive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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