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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기차 '안 댕겨' 많이도 섭섭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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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안 댕겨' 많이도 섭섭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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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두물머리가 내려다 보이는 운길산을 다녀 오면서 공사가 한창이던 중앙선 복선이 개통되어 전철이 다니는 것을 보게 됐다. 북한강 양수철교 옆에 신식 전철역이 들어서고 등산객 몇몇은 이 전철을 이용하여 운길산으로 등산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춘가도를 자주 지나쳤지만 전철이 언제쯤 다닐것인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고 그쪽 전철을 타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하산을 하며 귀가하는 길에 근처 밭미나리가 많이 생산되는 철로변을 지나치다가 교통표지판이 쓰러져있는 모습을 보고 이게 왠일인가하며 사진 몇장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주변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무슨 공사라도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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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 철로변에서 미나리밭 등 농사를 짓고 있는 연세 지긋한 한분에게 이게 무슨 영문인지 물어보았다.

"인제 기차 안댕겨!..."

철로는 멀쩡한데 기차가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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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부터요?..."

그분은 손짓으로 운길산역을 가리키며

 "저~기 역 생겼잖아. 인제 이쪽으로 기차 안댕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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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리의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이 철교와 철로는 철거될 예정이다. 원내는 촬영장소 두 지점

그러고 보니 철로 건널목에 세워 두었던 교통표지판도 쓸모없게 되어 이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치워져 있었던 것이다.그리고 한편에서는 쓸모없게된 철로변 자갈이 무슨 용도였는지 얼마간 사라져 있기도 했다. 멀쩡한 철로는 봄볕을 받아 이글거리며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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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전 까지만 해도 나는 안사람과 함께 철로를 촬영하면서 혹 다가올지 모르는 기차를 신경썼는데 막상 기차가 이 철로를 안다닌다고 생각하자 웬지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과 동시에 소중하게 아끼던 소장품을 잃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난 혼자말로 중얼 거렸다.(...허...참...아깝네!...)그런 한편 다시금 그분께 내 심경을 비교하듯 물었다.

"서운하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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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막 일을 끝내고 귀가하는 길이었던지 소주 한병을 들고 이제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로 곁에 서서 나의 귀찮은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을 해 주셨다.

"...왜?!...많이도 섭섭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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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분은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연세로 보아 철로변을 꽥꽥이며 다니고 가끔은 길다랗게 연결된 기차가 지겨웠을법도 한데 섭섭하다고 하셨다. 그의 평생을 함께 했을 기차가 어느날 보이지 않으니 친구 하나를 잃었을 법도 했다. 이 마을에서 읍내로 나가려면 양수대교를 건너가야 하는데 그때마다 이 철로를 횡단했을 그분은 철로가 통행에 늘 불편을 주었을 것이지만 어느덧 철로는 그의 추억에서 지울 수 없는 존재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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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철로를 횡단하기 위해서 건널목에서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동안 기차 창에 기댄 사람들의 모습을 수도 없이 봤을 것이고, 그 기차속에서는 창밖에서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촌로의 모습이 기억속에 어슴프레 남아 여행을 즐겁게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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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인가? 이 철로를 따라 오간 무수히도 많은 사람들이 중앙선에 몸을 싣고 풍광이 수려한 두물머리를 지나는 동안 삶 속에서 덕지덕지 달라붙은 찌꺼기들을 씻어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낭만적인 풍경을 볼 수 없게 되었고 삶은 늘 낭만적이지도 못해서 보다 빠르고 편리한 교통수단인 전철에 몸을 싣고 총알처럼 세상을 관통하듯 터널을 통하여 강 저편 양수리로 이동되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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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쪽 끝 남양주시 덕소 방면에서 새로생긴 운길산 역을 통과하여  양수리 양평으로 이어지는 복선 전철이 생김으로 말미암아 사라지게 된 이 철로는, 동시에 이 철로 중간에 있던 팔당대교앞 팔당역이나 다산 정약용선생의 생가와 묘소가 있는 능내역도 폐쇄되거나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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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않은 분들이 서울에서 강원도 방면으로 이동하려면 중앙선 철길 곁 국도를 이용하며 한번쯤은 중앙선을 달리는 기차와 마주쳤을 텐데, 이 길은 서울지역에서 팔당호로 들어서는 초입부터 능내리나 양수리 까지 갈 동안 비로소 도시를 떠난듯한 느낌을 제일먼저 안겨주는 아름다운 곳이다.
 
따라서 이 지역(남양주시) 사람들은 사라질 운명에 처한 팔당역을 지역관광명소로 개발하기로 마음먹고 있으나 코레일이 팔당역을 매각할 의사가 없다고 하는데 이 지역사람들은 특정 시멘트회사의 수입원 때문에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당역을 일반인에게도 개방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http://www.wa-bu.net/bbs/view.php?id=news&no=6583
이 철로는 당해 코레일이나 정부가 실정에 맞게 처리할 일이지만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팔당역에서 양수대교, 양평에 이르는 구간은 풍광이 수려함으로 원형을 보존하는 것을 전제로 섬진강변을 달리는 증기기관차 처럼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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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동안 재개발 등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근현대 문화를 이루고 있던 다수의 건물이나 시설 등을 함부로 파괴해 버렸고 어떤 것들은 사진으로만 확인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해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동네 어른 한분이 탄식처럼 뱉은 섭섭한 말씀 속에 감추어진 안타까움 처럼, 재개발과정에서 과거의 모습을 잘 보존하는 것도 문화관광 대국이 되는 첫걸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주 이용하지는 못했지만 늘 이 철로곁을 지나던 나 또한 막상 이 철로가 사라진다고 하니, 섭섭하여 괜히 두곳의 철로 건널목을 서성이며 몇장의 그림을 남겼다.

베스트 블로거기자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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