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절룩이는 '산냥이'가 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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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절룩이는 '산냥이'가 사는 곳

Mountain Cat

녀석이 내 눈에 띈지는 얼마전 이곳을 지나치면서 부터 였다.
서너마리의 길냥이 무리들이 움막집 근처에서 살고있는 듯 했다.
어떤 때는 몇마리의 길양이들이 허름한 움막위에서 해바라기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그때는 동네에 돌아다니는 길냥이와 같이
 녀석들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그들대로 바쁘게 살고 있었고
나는 나대로 살아가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어제 오후, 이곳에 살고있던 한녀석이
묘지가 있는 산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매우 느리게 걷는 녀석은 다리를 절룩거리며
양지바른 무덤 옆으로 가고 있었다.

녀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볼 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녀석을 찾아 나섰다.

한참을 돌아 다녔는데 녀석을 만나지 못하고
혹시나 하고 녀석들이 해바라기를 하던 곳에 가 봤다.
그곳에는 산수유가 노랗게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낙엽이 수북히 쌓여 바스락이며 다가간 그곳에서
길냥이는 나의 동태를 감시하고 있었던지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녀석이 몸을 움츠리며 찢긴그물 뒤로 몸을 숨기며 나와 눈을 마주쳤다.

녀석은 이방인의 출몰에
 아까부터 나를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걸음을 멈추며 카메라를 재빨리 녀석에게 향했다.
녀석도 멈추고 나도 멈추었다.

그리고 짧은 시간 눈을 마주친 녀석과 내게
미묘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한 잠시 녀석은 절룩거리던 다리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
순식간에 산수유 나무 아래 움막 속으로 사라졌다.

나 때문에 녀석의 절룩거리던 아픔이 배가됐을 것이다.

미안했다.

그리고 녀석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자리를 뜨는 척 하며 길냥이 곁에서 조금 멀어졌다.
그리고 녀석이 사라진 곳을 가만히 응시하며 녀석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작은 판자 밑 은신처에서 나의 동태가 궁금하여 모습을 드러냈다.

반가웠다. ^^

예닐곱번 이상 고개를 내밀었다 감추었다를 반복하다가
녀석은 다시 나와 눈이 마주쳤다.

겁먹은 녀석의 눈동자가 카메라의 '뷰파인더 viewfinder'에 잡혔다.

녀석이 내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아저씨는 누구세횸?...)

녀석은 자신의 은신처가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던지
나를 쳐다보고 흙더미 주위를 살피는 것 같았다.

혹시라도 내가 녀석에게 덤비면(?) 탈출구를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꼼짝도 하지않고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또다시 미묘한 기운과 정적이 좁은 공간에서 오가고 있었다.
녀석의 은신처를 기웃거리는 인간은 내가 처음이었을까?

나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녀석과 나의 거리는 10여 미터 정도 됐고
발자국을 옮기면 낙엽소리가 크게들려서 그나마 녀석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정말 꼼짝도 하지 않은채 녀석과 내 시선이 교차하고 있었다.
(찰칵!...찰칵!...)

녀석은 나를 노려보며
내가 나쁜 인간인지 좋은 인간인지 판단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친해 보자구...^^)
나는 산에서 처음만난 길냥이에게 나쁜사람이 아님을 알려주고 싶었지만
녀석이 내 말을 알아들을 리 없어서 그냥 이렇게 불렀다.

나~비~야!~...^^

나는 보통사람들이 고양이들에게 이름 붙이는 것과 같이 그렇게 불렀다.
고양이를 왜 '나비'라고 부르는지도 모른 채 습관처럼 나직히 불렀던 것인데,...

어라!...
녀석이 긴장을 풀고 조금전과 다른 행동을 보였다.
녀석은 내게 보이던 극도의 경계심을 풀었다.

그리고 녀석은 내 앞에서
잠시 긴장했던 마음이 풀렸던지
 눈을 지그시 감으며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뷰파인더 속에서 본 녀석의 모습은
내게 윙크를 보내는 모습 같았다.

이 모습이다.

아마도 녀석은 다친다리 때문에 얼마간 굶었던 것일까?
힘든 다리를 이끌고 나지막한 중턱까지 이동했지만 그곳에는 먹을 게 없는 곳이다.

음침한 움막 속 피신처에서 홀로 살고있는 길냥이로 보였는데
녀석이 눈을 깜박이며 졸고있는듯한 모습이
 며칠을 굶은 것 같기도 하여 측은해 보였다.

녀석은 내 앞에서 조금전 모습과 달리
 졸리운 눈으로 눈을 감으며 힘없이 쪼그려 앉아있었다.

나는 녀석과 눈을 마주치며
처음으로 '산냥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당분간은 산냥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겠지만
녀석에게 걸맞는 이름이 있으면 다시 고쳐 부르기로 했다.
 
어떤 이유로 다리를 다쳤는지 모르겠지만
전과 달리 녀석의 곁에는 형제들이나 부모가 보이지 않는 외톨이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우선 녀석과 친해지는 일이 급선무 같고 산냥이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주고 싶은데
나는 아직도 길냥이와 친해지는 법을 잘 모르고 있다.

내가 다시 맛있는 음식을 들고 산냥이가 사는 곳을 찾아 갔을 때
녀석이 나를 반겨줄까?...

발자국을 조심스럽게 떼며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산냥이 곁을 떠나는 동안
 녀석의 모습이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고,

지금도 녀석의 안부가 궁금하다.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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