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보기힘든 '팽이' 반갑다!
오늘 오후, 서울 강남에 있는 예술의 전당 곁 국악원 '예악당'에서
한 뮤지컬을 관람한 후 돌아오는 길에 대리석 바닥에 뭔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가까이서 보니 '팽이'였다. 너무 반가웠다.
팽이는 요즘에야 보기 힘든 놀이기구지만 한때는 겨울철 놀이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놀이기구였다.
우리나라에서 팽이는, 지방에 따라 팽이를 패이·팽돌이·뺑생이·봉애·포애·도래기라고도 한다.
팽이의 재료는 박달나무, 대추나무, 소나무의 관솔 부분 등 무게 있고,
굳은 나무로 만들어야 팽이 끝이 무디지 않아서 오래 가지고 놀 수 있다.
팽이채는 보통 약 50㎝ 길이에 아이들 엄지손가락만한 굵기의 나뭇가지를 다듬은 뒤,
그 끝에 약간 홈을 파고 노끈을 빠지지 않게 맨다.
노끈은 명주실 또는 무명실을 밀짚만한 굵기로 꼬아서 만든다.
굳이 이런 내용을 백과를 뒤지지 않아도 너무도 잘 아는 사실이지만
요즘은 이런 팽이를 돌릴만한 장소도 없거니와 서울만 해도 겨울날씨가 겨울잡지 않아서
팽이지치기를 할만한 공간을 찾을 수 없게 됐다.
그러니까 '추억의 팽이'가 된 셈이고 한물 간 놀이기구가 된 셈이다.
내가 어릴때만 해도 겨울이면 사방이 꽁꽁 얼어붙었고
겨울방학이 되면 얼음판 위에서 팽이지치기로 날이 어두워지는 줄도 몰랐다.
오죽 놀이에 빠졌으면 손이 얼어서 터지는지도 모른 채 놀이에 열중했을까만,
그때, '피씨 PC'만 보급되었어도 저 팽이에 대한 추억들은 저만치 가 있을지도 모르고
반가운 일이 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시간이 더 흐른후에 지금의 신세대들이 피씨를 볼 때
팽이와 같은 반가운 마음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니 영~아닌 것 같았다.
팽이가 혹한속 얼음판 위에서 꼿꼿이 선 자세로 잘도 돌았듯이
추위속에서 자란 우리네 세대들은 추위나 세상의 힘든일을 잘도 참아 내는데
어째, 요즘 신세대들을 보면 우리또래의 사람들 보다 쉽게 좌절하고 포기도 쉽게 하는 것 같다.
기록을 보니, 팽이가 우리나라에서만 유행했던 놀이기구가 아니어서
유럽에서는 14세기부터 팽이가 알려졌는데,
셰익스피어 시대에는 날씨가 추울 때 하는 준비운동의 하나로써 커다란 마을 팽이가 쓰였다.
팽이는 또한 아시아에서도 오래 전부터 알려져왔는데,
소라고둥껍질·조롱박·호두·대나무·돌 등의 천연재료를 이용하여 팽이를 만들었다.
일본에서 팽이치기는 수세기 동안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오락이 되어왔다.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은 작은 조롱박으로
소리나는 팽이인 '포타카 타키리potaka takiri'를 만들어 사용했는데,
이 팽이는 크게 울부짖는 듯한 소리 때문에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예식이나 패배한 부족의 복수를 위해 쓰였다.
나폴레옹 시대에는 수세기 동안 중국에서 '고엔겐 Ko-en-gen'이라고 알려졌던 놀이가
유럽에 '공중팽이 diablo'라고 소개되어 크게 유행했다.
이것은 막대를 끈으로 감아서 공중에 던졌다가 다시 끈으로 잡는 게임이다.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에게 알려졌던 육모꼴의 팽이는
6면에 각각 구분되는 표시가 있어 때때로 주사위 대용으로 쓰이기도 했다.
팽이는 다양한 변형으로 여전히 인기가 있는데,
예를 들면 돌아가는 동안 피리합주 소리가 나거나 색깔이 바뀌는,
플라스틱이나 금속으로 만들어진 팽이도 있다고 전한다.
우리전통의 팽이돌리는 방법은,
팽이채의 노끈을 팽이 허리에 감고 왼손에 쥔 팽이를 얼음 위에 대거나,
선자세에서 오른손에 쥔 팽이채를 옆으로 잡아채 돌게 한다.
서서 돌게 한 팽이는 공중에서 얼음판 위로 떨어지게 한다.
팽이가 돌다가 멈추려고 하면 팽이채로 팽이 허리를 쳐서 계속 돌게 한다.
팽이돌리기를 경쟁적으로 하는 놀이를 팽이싸움이라고 하는데
오래돌리기·멀리치기·빨리돌아오기·부딪쳐돌아오기·찌게돌리기 등이 있다.
팽이 종류는 3가지로 말팽이·장구팽이·줄팽이가 있다.
말팽이는 제일 잘 돌고 오래 도는 팽이를 말하는 것으로
머리는 평평하고 길이는 원뿔형으로 내려오다가 끝을 뾰족하게 깎아 만든다.
모양이 쌀을 되는 말과 같다고 하여 말팽이라고 한다.
장구팽이는 머리와 팽이 끝을 다 뾰족하게 깎아서 아무쪽으로나 돌게 만든 팽이이며,
말팽이보다 키가 크게 만든다. 줄팽이는 팽이 허리에 잘록하게 홈을 내 깎아 만든다.<자료 다음백과>
뿐만 아니라 속설에는 '좃팽이'나 '좃뺑이'로 부르는 이름도 있다.
돌지 않아도 될 '쓸모없는 짓거리'를 가리키는 남성들이 흔히쓰는 속어이기도 하다.
예술의 전당 한켠에서 본 이 팽이는 얼음판 대신 대리석 바닥 위에서 돌았고
잠시 팽이지치기를 하던 아이들이 놓고 간 놀이기구다.
머지않은 장래에 팽이와 같은 놀이기구는 박물관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인데
잠시 아이들로 부터 버려진 이 팽이를 보며 과거가 너무 쉽게 잊혀져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철!...우리는 요즘 뭘하고 지내고 있는 것일까?
건강도 챙기도 즐거움을 준 보잘것 없는 물건이 참으로 귀해 보이고 반가웠다.
Boramir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