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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이장님!... 청소 좀 하세요!


이장님!...

 청소 좀 하세요!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살기 좋은 내마을 우리힘으로 만드세

 

 이노래를 별로 듣고 싶지 않아도 들어야 될 때가 왔습니다.
이 노래는 1972년에 발표된 '새마을노래' 입니다.
군사독재 시절에 우리국민들을 먹여 살렸다고 하는 '새마을운동'의 주제곡(?)이죠.


이 노래는 개발도상국에서 수입할 만큼 인기가 좋아서 후진국에서 앞다투어 연수를 왔던 유명한 곡이자
필자가 재학시절 '애국가' 다음으로 많이 들어 본 '힛트송'이었습니다.
지금은 잊혀진 노래지만 우리또래의 사람들이 이 노래를 모르면 간첩(?)입니다.


처마끝에 매달린 물받이 가득 분진이 쌓였다. 쓰레기지붕을 타고 내려온 것들이다.


노래가 의미하는 것 처럼 당시의 우리들 경제사정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온 나라가 빈곤에 허덕일 때 '박정희군사독재정권'이 내 놓은 경제개발5개년 계획이 박차를 가할 때
우리들의 사는 모습은 희망도 없어 보였지만 온 동네를 청소하며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든 노래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대통령은 '쿠데타'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민주화'의 요구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습니다.
지금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그를 '영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생각해 볼 겨를이 많습니다.


이장님이 손으로 떠 낸 자리에 움푹 홈이 패였다. 물받이 가득 타이어분진이다.


제가 정치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청소'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저 당시 집집마다 빗자루하나쯤 가지지 못한 집은 없었고 어디를 가나 새마을노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도회지 보다 시골이 더 요란했는데
그곳의 확성기에서 흘러 나오는 '힛송'은 음질이 너무도 나빠서 짜증날 정도 였지만,
누구하나 그 음질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으며 이 새마을운동에 이장님은 일등공신이었습니다.
마을에서 이장님을 빼고 무슨 일과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이장님은 동네의 얼굴이자 동네의 지도자 였습니다.


분진을 터전으로 풀이 자라고 있는데, 지붕은 온통 분진으로 얼룩덜룩하며 쓰레트지붕은 싹았다.


그런 이장님이 자신의 집은 청소도 하지 않은 채
 남의 집 앞마당을 쓸어라 닦아라 한다는 것은 여간 모순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 이장님이 한분계셨고 그 분은 제가 농담삼아 드리는 말씀에
뭔 소리여? 하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 보았습니다.


"...이장님!...청소 좀 하세요!..."


"...ㅎ...흐흐...^^"


이장님이 분진덩이를 채취하는 곳에 풀꽃들이 자라고 있었다.


이장님은 말도 안된다는 듯이 저를 보시며 웃음을 흘기며 일행을 둘러 보았습니다.
그리고 곁에 있는 사다리를 챙겨서 처마끝에 받쳐두고 지붕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이거...쓰레튼데(강원도버전으로)...다...싹아 가지고 형편 없습니다.

그 옆에...담벼락 함 보세요...그기...전부 분진입니다....시꺼먼...이래가지고 되겠더래요?!..."


"...!"


이장님댁 옆 담벼락에는 분진이 덕지덕지 묻어 떨어지지 않는다. 이미 고체덩어리로 변했다.


"...그래도...금년에는 비가 마이(많이)와서 그러치...눈도 뜨지 못하더래요!"


"...근데 지붕에는 왜 올라 가세요?..."


"...처마에 있는 물받이 속에...저 분진이 꽉!~찻더래요!...이...함 바요(보세요)!"


그러면서 이장님은 손으로 물받이에 있는 흙덩이(분진가루)를 한 줌 퍼 내어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고
그 분진가루는 육안검사를 위하여 비닐봉지에 담아졌습니다.


분진덩어리를 투어 참가자들이 카메라에 담고 있다.


촉촉한 분진 덩어리가 검은색을 띄고 있다.


이장님댁 차는 닦아봐야 소용없다. 타이어분진은 자동차의 광택을 없앤다.


환경기행에 동행한 여러분들이 보는 앞에서 인솔자 최병성님은
쓰레트지붕을 싹아 내리게 만든 분진덩이를 펴서 준비한 자석으로 휘 저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분진의 대부분이 자석으로 옮겨 붙었습니다.


물받이에서 채취한 분진덩어리를 펴 보이고 있는 최병성님


자석 가득 달라붙는 타이어분진 가루...저 속에 무슨성분이 들어 있길래...



그리고 두번째 실험으로 물받이에서 채취한 바로 그 흙덩이(분진)를 작은 그릇에 쏟아 부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타이어분진가루는 물에 희석하자 말자 까맣게 변했다.
그동안 이 동네 사람들은 저 가루를 흡입하며 살았고 저 가루들은 시멘트에 포함되어 우리 아파트를 만들었다.
아토피나 정체불명의 병들이 생기는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물에 희석된 분진가루들을 향하여 자석을 담궈 보았다.


이장님댁 처마의 물받이에서 가져온 흙은 까만석탄가루를 풀어 놓은 듯 금방 까맣게 변했습니다.
그리고 가라앉은 흙을 향하여 자석을 담그고 또 다시 휘 저어 봤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더 많은 성분들이 자석으로 옮겨 붙었습니다.


더 많은 물체들이 자석을 향하여 달라 붙었다.
저 속의 성분들은 인체에 치명적인 성분들을 포함하고 있는 유해성분들이다.



이장님댁은 SS시멘트회사로 부터 약500m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이장님을 비롯한 동네사람들은 날마다... 시시때때로...허구헌 날... 이 먼지와 싸웠지만
 이 먼지는 그칠 줄 몰랐습니다.

그래고 쓸고 또 쓸었습니다.
이 분진을 날리는 곳이 저 공장이라는 것을 알고,
 싸우고 애원도 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눈가루처럼 날리던 하얀 가루가 어느날 까맣게 변했습니다.
까만재였습니다.
이 사실은 이장님도 몰랐고 동네사람 그 아무도 몰랐고 삼식이는 더 몰랐습니다.

이장님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비질이 전부 였지만
어느날 부터 비질을 그만두었습니다.
쓸어봤자 였습니다.


 

손으로 만져보면 미세한 분말들이 잡힌다. 그동안 이곳주민들이 마신 가루며
저 성분들은 시멘트로 둔갑되어 아파트를 지었다.
 쓰레기소각장에서 만든 시멘트속에 이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면서 이 동네에서 함께 살던 분이 폐암과 후두암등 전에 없던 병에 걸린 것을 알았습니다.
이미 때가 늦었던 것입니다.
이 공장은 10년전부터 폐타이어를 소성로라는 시멘트공정 가운데에서 태우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때부터 분진이 까맣게 변했던 것이며 온 동네가 죽음의 재로 덮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시멘트회사가 폐타이어나 쓰레기를 소각하는 '소각장'으로 변해 있었던 것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쓰레기 까지 수입하여 완제품 시멘트속에 넣어서 판매를 한다는 것이며
그 제품이 10년전 부터 국내의 건축물에 출하되었다는 것입니다.


나...입다물고 살래요...그게 더 나요!! ㅠ


그 결과,
그 죽음의 재는 이 마을 사람들을 야금야금 병으로 신음하게 했고 최근 실시된 모발검사에서는
타지역보다 수백배에 이르는 유해물질이 검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장님들은 급했습니다.
이 마을을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이 공장과 힘을 합쳐 싸우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결과 이장님의 입을 다물게 하려는 회사의 지원으로 일본의 시멘트공장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공장에는 먼지 한 톨 날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이 공장에 항의했습니다.
그러자 이 공장의 태도가 확!~달라졌습니다. 할테면 해보라는 식입니다.
무슨근거가 있느냐는 것이죠.

그러면서 사람을 동원하여 이장님을 이간질 시키기 시작했으며
이장님들은 관련군청인 영월군과 재천시등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그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이 공장에서 동원한 사람들로 부터 팽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저...아시죠?...'이장님댁 회색 강아지'요...저분은 다른 이장님이세요...진짜 심각하거등요.


"...주민들이 이장님 말씀을 안 듣는 건가요?..."


"...누가...들어 먹어야지요!...그냥...말을 안들으면 낫지만 저 공장에서 방해해서 이장선거도 떨어졌어요...ㅜ......가...들이...환경운동 때문에 지역경제 나빠지고 잘못하면 회사 문닫는다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노인네들이 다...그쪽으로 빠졌지요... "

"...이동네 사시는 분들이 저 공장에 많이 다니십니까?"

"...더러 댕기지만, 관리자들은 여그서 안 살아요!..."

이제 이장님은 빗자루도 놓았고 일손을 놓았습니다.
 비닐하우스에 앉은 먼지를 닦을 힘도 소용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주변의 농작물에 대한 피해를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누구하나 나서서 도와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상은,
 정부에서도 손을 놓고 있는 영월의 시멘트공장 '환경기행' 전말 중 하나입니다.
 이른바 '쓰레기투어'라 이름붙인 여행이었습니다.
제가 쓰는 이 글은 작은 보고서에 갈음하겠습니다.
저 스스로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작은 수확은 있었습니다. 저나 일행이 저곳의 사정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시멘트회사들은 적지않은 문제점들을 은폐하거나 노출 시키고 있었습니다.
시멘트공장에서는 쓸래야 쓸 수 없는 폐기물을 소성로를 통하여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쓰레기 까지 수입하여 소성로를 통하여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시멘트공장은  '쓰레기소각장'이며
그 쓰레기들은 고스란히 우리들 곁에 '아파트'라는 이름으로 접근 해 있는데
그 곳에서는 인체에 매우 위험한 물질들이 다량함유 되어 있습니다.


두번째, 문제점으로는 집진장치가 전무하다는 사실입니다.
이장님댁에 내린 죽음의 재는 집진장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장님댁이나 주변이 폐타이어와 쓰레기가 만들어 내는 분진으로 오염되어
'검은 가루비'나 붉은비가 내렸던 것이며
주민들이 오염물질에 노출되어 중병을 앓게 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우선 시멘트공장에 국한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보다 큰 문제는 이런 시멘트회사가 만들어 낸 시멘트가 10년전 부터 국내에 소비되어 왔고
지금도 계속해서 국내의 건축현장으로 팔려 나간다는 사실입니다.


  새마을운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
우리 이장님들은 우리농촌의 일선에서 계몽활동에 앞장섰으며 빗자루를 먼저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장님들은 도회지에 있는 아파트 '줄반장'보다 못한 처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행정조직의 최말단에 있는 이장님들은
 말한번 잘못이라도 하다가는 어떤 화근이 닥칠지 몰라서  밤길을 피하여 다니고 있습니다.


처음 이 문제를 접했을 때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조차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 대강의 문제는 파악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를 좀 먹고 있는 '기업윤리'를 청소해야 근본적인 문제가 풀릴 듯 합니다.
군사독재시절에도 없었던 '쓰레기시멘트'가 민주정부가 들어 선 이후
 1998년도부터 생산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것도 국민의 혈세로 만든 공적자금을 1조원이상씩 쏟아 부으면서
 이 '쓰레기소각장'을 지원했다니 참으로 더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동안 민주화를 외친 댓가가 너무도 허망한데
 정치인들은 오늘도 '국민을 위한' 공약을 쏟아 내 놓고 있습니다.

이제 이장님은 힘이 없습니다.
'새나라 운동'에 여러분들이 참여해 주시길 바라며 그 운동의 첩경은 올바른 지도자를 선출하는 일입니다.
이장님과 같이 몸을 던지는 우직한 일꾼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환경기행을 다녀 오며 만들어 본 '작은 보고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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