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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땡감님!...감사합니다!


땡감님!
...

감사합니다!


 영월에서 제천으로 이동하는 중에 만난
국도변에 있는 땡감나무다.
잠시 버스에서 내려 쉬면서 승합차로 갈아타려는 사이에
 눈에 확 들어 온 하나의 풍경이 이 나무였는데
주홍색 감들이 올망졸망 매달려 있는 모습이
너무도 앙증맞아서 가까이 가 보았다.



 집 뒷편으로는 사과밭이 있었다.
그곳에는 금년의 날씨 때문인지 사과가 몇 열리지 않았다.
잠시 시야를 즐겁게 해 줄 이 감들을 보며
나는 짧은 순간에 참 여러모양들을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멀리서 볼 때는 모두 다 같은 모양일 것 같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니 비슷할 망정 똑같이 생긴 모양이 하나도 없다.
그 뿐만 아니라 이 땡감이 달린 가지도 제 각각 이어서
어떤 것들은 큰 줄기에 또 어떤 것들은 가는 줄기에 매달려 있었다.






 이 땡감들은 작년 겨울부터 봄 까지
이곳 영월의 한 강변에서 추위에 떨며 밤과 낮을 보냈고
특히 바람이 부는 추운 밤에는 껍질을 많이도 오그렸을 것이다.  






 겨우 봄이 되어서 새롬을 튈 때 쯤
 바람과 비는 또 얼마나 이 땡감을 못살게 굴었는지 모른다.
그 뿐인가?
노오란 꽃망울들은 꽃을 피우기도 전에 바람에 날렸고
그 꽃들은 줄기끝에 매달려 있는 힘을 다 하였다.






 그렇게 해서 짙은 녹색의 땡감을 잉태했어도
사람들은 쳐다 보지도 않았다.
그는 땡감이었기 때문이다.






 땡감은 누가 거저 주어도 먹으려는 사람도 없고
날 까마귀도 쳐다 보지 않는 감이다.
이 땡감은 그래서 까치들이 입을 씻으려 쪼아대는지 모른다.






 땡감은 그렇게 여름을 보내고 또 가을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따돌림을 당한다.
남들은 화려한 옷을 걸치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만
그는 자랑할 것이라 곤 아무것도 없이
벌거벗은 몸으로 그들앞에 선다.






 아직도 땡감의 계절은 멀었다.
그렇게 다 잘난척하던 단풍들이 옷을 벗어 던지고 동면을 떠날 때 까지
바알간 속살을 드러내 놓고
한달은 더 기다려야 한다.

성급한 인간들이 자신들을 훔치려드는 것도 먹기 위함이 아니요
그저 차창이나 벽에 걸어 둘 장식용에 불과 했던 것이다.  






 그러나 땡감은 안다.
그가 맨 먼저 이 땅에 나와서
 제일 나중에 동면에 드는 이유를 말이다.


땡감님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누구보다 더 누리고 싶은 부지런한 감이자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는 감이다.






 그 곁에 한 농부가 시동을 꺼 둔 경운기가 있었고
경운기 뒤로 도란도란 아이들 소리가 들린다.
그들은 우리가 기행이라는 이름으로 이 지역을 배회할 때
이 땅을 지키고 있던 농부였다.





땡감님...
당신의 모습을 통해서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 주셔서 감사드리며
이 땅을 지켜내는 농부의 참 모습을 통해서 우리를 반성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아침...12년간 형설의 공을 이룰 아라미와 이 땅의 모든 아들 딸들에게 하늘의 큰 축복이 있기를...!



    베스트블로거기자Boramirang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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