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 굴뚝서 내 뿜는
'하얀연기' 괜찮겠지?
금년들어 제일 추운 날씨 같다. 잠시 외출을 하며 쐰 바람은 정신을 못차리게 할 정도로 매섭다. 늘 쐬던 바람이면 몰라도 오랜만에 만추에 젖어있다가 쐬는 바람이어서 그런지 겨울바람 답다.
이 바람은 앞으로 다가 올 겨우내내 쐬야 할 텐데 나는 이렇게 찬 바람을 무시한 채 '슬리퍼' 차림으로 나갔다가 혼쭐났다. 첫눈 소식이 들려온 지금 우리 이웃들을 춥게 만드는 이런 바람이 잦아들었으면 좋으련만 바람들이 그런 사정을 알 리가 없다. 그런데 이런 바람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림속의 이 굴뚝들은 오늘 유난히도 세차게 느껴지는 바람을 따라서 마음껏 하얀연기를 분출하고 있었다. 정오가 넘어서 발견한 하얀연기들은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소각장의 굴뚝에서 내 뿜는 연기다. 저기압 상태의 정체된 공기속에서 분출되거나 비가 오시는 날 분출되면 연기속에 포함된 유해가스들이 고스란히 서울지역에 낙하하겠지만 오늘처럼 바람이 부는 날에 하얀연기들은 바람을 따라서 서울을 벗어나며 저 멀리 날아가는 것이다.
최소한 서울지역에 피해를 입히지는 않는다는 말인데 조금만 더 생각하면 이 연기속 물질들은 바람이 잦아 든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 낙하를 할 것이며 그 물질들은 김장철을 맞은 우리 식탁에 오를 김치배료인 배추나 무우 등 채소 이파리에 앉을지 아무도 모른다.
봄철 황사에 노출된 우리가 몽골지역에 나무를 심는 것은 이와 같은 폐해를 조금이라도 줄여 보자는 것인데, 이곳에서 생산된(?) 유해물질이 타지역에 영향을 미쳤다면 서울시민들은 그 지역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보상해야 될지도 모르는데 바람이 몹시 부는 날 수서지역의 굴뚝에서는 쉼없이 하얀연기를 배출하고 있었다.
얼마전 이곳 소각장의 연기배출과 관련하여 자료를 뒤져봤더니 이 지역 사람들의 불만이 여간 큰 게 아니었다. 당장 소각장에서 내뿜는 연기 때문에 불편을 겪는 것 까지도 서러운데 주변의 녹지를 개발한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는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쓰레기 배출을 한 사람은 우리 시민들인데 그 쓰레기 처리에 골몰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이런 시설이나 혐오시설 같은 것을 자신의 이웃에 두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이와 같은 주장은 동일하여 머지않아 각 지자체 별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시설을 모두 갖추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소각장 시설의 내용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 같은 시민들이 있는 한 이런 모습들은 늘 입방아에 오를 텐데, 첨단시설을 도입하여 폐해를 최소화 하여 시민들에게 피해를 줄 지언정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하는 건 좋지만 까마귀 날자 배 덜어지는 것 처럼 저 굴뚝에서 내 뿜는 연기도 하필이면 바람이 부는 날 분출 시켜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시에서 발생한 쓰레기 속 불순물을 경기도나 강원도에서 트집 잡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늘 매섭게 부는 한파처럼 이 바람이 늘 쐬던 바람이면 슬리퍼를 신는 것과 같이 소홀하지 않겠지만 어쩌다 부는 바람에 혼쭐난 것과 같이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소각장에서 맘껏 분출시키는 하얀연기가 왠지 껄끄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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