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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山들

국내최초 노천카페 '하이디하우스' 20주년 맞이하다!



국내최초 노천카페
'하이디하우스' 20주년 아침!

밤을 새다시피한 11월 1일은 '하이디하우스'가 이땅에 처음 새워진 날이었다. 간밤에 촌장님으로 부터 노천카페가 세워지게 된 경위를 전해 들으면서 파안대소를 했지만 사실 촌장님의 이야기 좀더 뜸들이면 누구든지 눈물을 흘릴만한 슬픈 이야기 였다.

그는 그런 인생의 무용담을 후배들과 지인들 앞에 스스럼 없이 털어 놓으며 해학과 풍자로 일관하며 좌중을 뒤집어지게 만들뿐만 아니라 너무도 사실적인 묘사가 깃든 무용담으로 말미암아 오히려 그의 인생이 코믹하게 들렸다. 그랬다. 촌장님은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고 그 노력은 의도적인 게 아니라 삶속 깊이 간이배인 양념처럼 녹아들어 그의 이야기와 일거수 일투족을 대하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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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촌장님의 얼굴에 술기운이 퍼졌지만 나는 촌장님이 아끼는 지인들 때문이리라 생각했지만 자정을 넘긴 시각 그는 하이디하우스가 노천카페로 탄생될 당시를 회상한 것 같았다. 누군인들 드라마틱한 삶의 순간들이 없었겠나만 '국내최초'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그는 세상이 퍼붓는 화살쯤은 아랑곳 하지 않았고 그저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를 만나는 사람은 금방 그의 친구가 되었고 애인이 되었으며 그가 일일이 풀을 뽑고 심어둔 야생화들은 곧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하이디하우스를 촉촉히 적시고 있었다. 그렇게 천평 남짓한 하이디하우스를 거닐면 잠뱅이 젖듯 촌장 차홍렬님에게 젖어서 허우적 거리다가 바삐 살아가면서 놓쳐버린 '여유'를 찾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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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어느날, 그가 하이디하우스 정원에 있는 '메밀꽃'을 바라보다가 그는 환영을 보게 되었다. 교교히 흐르는 달빛에 비친 메밀꽃 너머로 '이효석'이 금방이라도 걸어 나올 것만 같았다. 봉평장 파장 무렵, 온갖 피륙을 팔던 가게의 왼손잡이인 허생원은 장사가 시원찮아 속이 상했다. 조선달에게 이끌려 충주집을 찾은 장돌뱅이 허생원은 나이가 어린 장돌뱅이 동이가 대낮부터 여자와 히히덕 거리는 꼴을 보고 화가나서 쫒아버렸다. 그는 하이디하우스 정원에 곱게 흩뿌려지는 은빛 고운가루를 바라보며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떠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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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달과 술을 마시는데 동이가 황급히 달려와 나귀가 밧줄을 끊고 난리라고 일러준다. 허생원은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줄 알았던 동이의 행동을 기특하게 생각했다. 나귀에 짐을 싣고 달빛 속 다음 장터로 가려는데 그들이 가는 길 곁에는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달빛 아래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메밀꽃을 보자 감동한 허생원이 옛이야기를 꺼낸다. 촌장님은 허생원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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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탕!(문두드리는 소리)...여보! 여보!...

타다다 탕탕탕!!!...이번에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더 빠르고 격해졌다.

여보! 여보!!~~~문열어 봐!봐!!...

그러나 촌장님의 아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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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고운 가루를 날리던 달님은 금방이라도 구름속으로 빨려 들어갈 태세였다. 아마 허생원도 이러했을까? 촌장님은 자신과 하이디하우스를 오늘에 있게한 아내를 한시라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하이디하우스를 비추고 있는 아름다운 달빛을 혼자 보기엔 너무도 아까워 아내와 함께 보고 싶었던 것이다.

여보!...일나라 일나!...일나바라!(일어나라 일어나!) 그는 다급할 때 경상도 사투리가 아카시아 가시처럼 불쑥 튀어나왔다. 그때 방안에서 인기척이 들리며 그의 아내가 겨우 눈부친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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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뜩 나와 바라카이!(얼른 나와 봐)...그의 아내는 눈을 반은 감은 채 문앞에 있는 신발을 줏어 신으며 촌장님이 있는 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가 신고 있는 신발은 짝짝이였다. 흐미...그 머꼬!...우짜든지 빨리 와바라!...그의 아내가 카페 앞에 도착하자 촌장님은 손으로 '메밀꽃'을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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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뭐 어쨌다는 건데요?...

메밀꽃 바라카이(좀 봐다오)...촌장님은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 위로 쏟아지는 달빛이 너무도 아름다워 아내와 함께 할 요량이었는데, 아직도 눈을 채 뜨지 못한 아내는 메밀꽃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한마디 했다.

음...여보...금년에는 메밀이 한 두됫박은 나오겠네요!...음 자러 갈껴!...난 또 뭐라꼬?!...

(허거덩!...) 촌장님은 웃고 말았다.
(참 재미도 없는 사람이제!...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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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런 남자를 둔 아내들은 얼마나 피곤할까만 그는 결코 그런 아내가 못마땅하지 않았고 주야장천 열심히 일하는 아내와 함께 하이디하우스를 가꾸어 나갔는데 어쩌면 슬프디 슬픈 '비하인드 스토리'를 각색하며 좌중을 뒤집어 놓고 말았다. 난들 예외가 아니었다. 촌장님은 스스로 허생원이 되어 귀한 친구들을 애써 재미있게 만들었고 밤이 새는줄도 모르고 이야기 보따리를 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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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원은 이랫다. 경기가 좋을 때 장사를 하여 돈을 많이 모아 두었던 그는 노름판에서 돈을 다 날려 버리고 여자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런데 메밀꽃이 흐드러진 여름밤에 개울에서 목욕하려고  옷을 벗으러 방앗간에 갔다가 성서방네 처녀를 만났다. 처녀는 집이 파산된 처지를 말하며 허생원에게 눈물을 보이고 말았고 달빛이 흐드러진 메밀꽃밭 곁 방앗간에서 로맨스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여복이 없었던 허생원에게 그 처녀는 꿈같은 하룻밤의 로맨스만 남기고 빚쟁이에 쫒겨 사라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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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디하우스에 쏟아지던 달빛은 허생원이 본 달빛과 달라도 한참 달랐다. 국내최초 노천카페가 허생원이 이곳 저곳 장터를 배회하는 것과 다른 것 처럼 창립20주년을 맞이한 하이디하우스 갤러리 앞에는 메밀꽃 보기를 '현금'으로 생각한(?) 현실적이고 지혜로운 아내가 나들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촌장 차홍렬님의 천생배필이었고 귀품있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손녀와 나들이 차비를 마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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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 좋게도 10월의 마지막 밤에 촌장님과 격없이 지내던 지인들과 함께 어울렸고, 하룻밤 새 촌장님의 넉넉함이 배인 해학과 풍자 앞에서 즐거워 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의 하이디하우스 정원은 가을안개가 낮게 드리워져 있었는데 마치 실비단으로 정원을 감싸 놓은 듯 했다. 꽃을 사랑하는 촌장님은 꽃을 사람대하듯 했고 사람을 꽃 보듯이 했다. 그리하여 하이디하우스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 모두는 꽃이 되었다. 나도 어느새 풀꽃들을 닮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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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장님은 그의 홈피 http://www.heidihaus.com/를 통해서 이렇게 인사말을 나누고 있었다. "창업 20 주년의 해에 고객 여러분의 사랑으로 약 2000평의 전원에 “하이디랜드”로 이름하여 전문 음식점(한식관,양식관,와인코너,커피)과 문화시설 (갤러리,시문학관,사진자료실, 이벤트홀)등 유기농장,야생화동산,허브정원,연못을 꾸며 적은 경비로 정갈하고 맛깔진 식사와 함께 클래식한 분위기에서 하루를 즐길 수 있게되었습니다."... 하이디하우스 창립 20주년을 함께 기뻐하며 만나뵙게 되어서 너무 반갑고 즐거운 시간들 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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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밤 행사를 끝으로 지인들과 오붓한 시간을 가진 하이디하우스 촌장 차홍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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