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최고 오지마을 '부연동釜淵洞'의 가을
아직 잘 기어다니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가진 호기심은 걸음마를 시작하고 나서도 여전히 그 호기심을 버리지 못하게 되고 걸음을 걷기 시작해도 여전히 호기심들은 가득한데, 자신의 손이 닿는곳이면 그곳은 호기심이 미치는 곳이며 손이 닿지 않는 곳은 장차 호기심을 충족 시켜줄 수 있는 아이들은 꿈이며 희망인지 모른다.나는 이 마을에 들어서면서 까마득한 세월 저편에 있는 기억들 더듬고 있었다. 부연동 부연천 가마소로 가는 길목의 아름다운 길...
그곳에서 나는 까치발을 하고 '정지'에 있는 찬장 너머 은밀한 곳에 어머니께서 감추어 뒀을 주전부리 거리를 뒤지고 있었다. 불을 켜 두지 않은 정지는 깜깜했고 그을린 찬장은 밤처럼 까맣게 보였는데 정지문을 열 수가 없었다.
부연동의 가을
정지문을 여는 순간 나의 은밀한 호기심은 여지없이 드러나게 되고 언제인지 모를 찰라에 어머니가 '뭐해?!...'하고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만 같았다. 그 찬장 곁에 검고 커다란 가마솥이 걸려있었고 우리 형제들은 가마솥 맞은편에서 아침만 되면 소리를 지르곤 했다. 온돌방 아랫목이 그곳에 있었고 밤새 식어버린 방바닥 아랫목으로 옹기종기 모인 형제들은 이불속에서 뭉기적이다 서로 발길질을 하며 싸우다 누군가 징징 거리게 된다. '또 눈 떳다!...'
부연동의 경작지
오래전 우리들은 그렇게 하루를 시작했고 어머니께서는 그런 우리 형제들을 까만 가마솥에서 피어 오르는 구수한 냄새로 키우셨다. 어릴때 본 그 가마솥은 얼마나 컷던지 쌀가마니 한개정도는 족히 들어갈 것 같았는데 머리통이 커 감에 따라서 가마솥은 마술처럼 점점 더 작아졌고 어머님도 점점 더 작아졌을 뿐만 아니라 마침내 기억도 희미해지며 어머니를 기억하는 횟수도 줄어들며 정지속의 추억들은 점점 더 멀어져 갔다.
부연동에는 산나물을 많이 재배하는데, 지금 가을 배추가 한창이다.
뿐만 아니었다. 엄마몰래(?) 뒤지던 그을린 찬장과 까만 가마솥도 어둠컴컴한 정지속 모습처럼 기억저편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정말 오래전의 일이었는데 그 기억들이 강원도 최고 오지마을 '부연동'에 들어서자 저녘 밥짓는 연기처럼 새록새록 피어 오르고 있었다.
강원도 최고 오지마을 '부연동釜淵洞'은 부연천 가운데 마치 가마처럼 생긴 가마소가 있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자연과 어울림 속에 원시적인 가옥 경관으로서 굴피집과 귀틀집 등이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져 그 자취를 찾아 볼 수 없다고 하는데,
부연동의 생김새 자체만 보더라도 마치 가마솥 안의 풍경처럼 넉넉해 보이는 곳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이곳에서 흐르는 부연천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고 양양군 현북면 법수치리까지 산간 지방을 감입곡류하여 흐르는 하천의 모양을 나타내고 있는 남대천 최상류 지역이다.
부연동에서 재배하는 산나물 밭
부연동을 흐르는 부연천은 연곡면 삼산3리 신배령 및 물푸레골에서 발원하여 신선골을 지나 부연동 마을에서 복룡골에서 흘러온 물과 만나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와 원일전리로 흐른다. 부연동은 전후재 북쪽 마을로 서쪽은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막고 있고 동쪽과 남북 방향도 높은 산지로 막혀 있어 높은 산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산속에 숨어 있는 하나의 분지처럼 보인다.
산나물 밭 곁으로 부연천 가마소로 가는길이...
강원도 최고 오지답게 이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진고개로 올라가는 국도상에서 전후재를 넘어 들어가는 협소하고 험한 길로 연결되어 있어 마치 천연의 요새처럼 숨어 있는 듯한 모습이다. 북쪽으로 흐르는 하천인 부연천을 따라 양양궁 서면 어성전리,법수치리로 낮게 열려 있어 교통이 불편한 지역이나 지금은 '오프로드'라 할지라도 도로가 잘 되어 있어서 요새와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고 어머니께서 밥을 지을 때 그러하셨듯이 가마솥의 모양을 쏙 빼 닮은 이곳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가 볼 수 있는 곳이다.
강원도 최고 오지마을 '부연동釜淵洞'의 가을
영상속 '부연소'는 가마소를 가리킨다.
이곳을 '흐르는 강물 처럼' 펜션의 주인장인 주기용님과 한사 정덕수님과 동행하며 법수치리에서 부연동으로 임도를 따라 이동했던 것인데, 철분 가득한 부연동 탄산수(약수) 한 바가지를 들이키고 이곳 부연천에 있는 가마소에서 최근에 처음으로 산천어가 유유자적하는 모습(영상)을 만났다. 가마소는 이름 그대로 가마솥을 닮은 깊은 물웅덩이인데 웅덩이 속은 가마솥 속을 들여다 보는 것 처럼 까맣게 보였고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그곳에서 오래전 기억을 떠 올리고 있었고 그 기억들은 마침내 나를 어둠컴컴한 정지로 보내어 작은 호기심을 자극하던 시간들을 꽁꽁 묶어두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과 공간들은 부연동 분지에 머물며 11월 2일 임을 알리고 있었고 신배령과 물푸레골에서 발원한 부연천 처럼 나를 오늘에 이르게 한 '어머니의 공간' 추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을은 그렇게 강원도 최고 오지마을인 부연동에 낮게 드리워 지고 있었다.
Boramirang
포스팅 제작 도움 주신 분: 주기용( 흐르는 강물처럼 대표 http://www.riverruns.net/ ),
한사 정덕수 ( http://blog.daum.net/osaekr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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