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고운 '달빛'으로
만든 럭셔리한 드레스?
'서울 디자인올림피아드 2008' 맛있게 보는 법 하나!
작년 여름 나는 강원도 화천의 한 계곡에서 하염없이 쏟아져 내리는 달빛을 바라보며 안사람과 함께 크게 감동을 받은적 있다. 그 달빛은 어슴프레한 산 그림자를 배경으로 은빛 고운가루를 흩뿌리고 있었는데 그 가루들은 나뭇가지에도 앉았고 풀벌레가 실실 거리며 우는 풀밭위 이슬위에도 내려 앉았다.
뿐만 아니었다. 졸졸 거리는 시냇물 위에 내려 앉은 은빛가루들은 금방 그들과 함께 손을 잡고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지금 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귀티가 줄줄 흐르는 그 은빛고운 가루를 할 수만 있다면 모아 두었다가 딸아이가 잠든 창가에 매달아 두고 달빛이 노래하는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
요즘 잠실벌에서 한창인 서울 디자인 올림피아드 2008 행사에서 나는 한 작품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그 작품은 작년에 내가 화천에서 만난 달빛을 한올 한올 엮어서 만든 '럭셔리'하면서도 '환타스틱'한 모습 뿐만 아니라 은빛이 말하는 것 처럼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귀품을 풍기고 있었다. 화천의 한 개울가에서 흘러간 달빛들을 누군가 한가닥씩 한가닥씩 건져 올려 엮어서 만든 옷일까?
아마도 이런 옷을 입은 여성이면 어떤 체형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금방 달님과 같은 귀품을 소유하게 될 것이고 달빛 아래서 그녀는 섹시함의 극치를 보여 줄 것이다. 만져보고도 싶었지만 차마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권위까지 갖춘 이 작품 앞에서 나는 훌륭한 음식을 앞에 두고 주저하는 것 처럼 눈으로 음식(?) 곳곳을 핥으며 행복해 했고 그렇게 맛 본 음식들은 어느덧 내 오감 전부를 휘감으며 은빛가루 흩뿌리던 화천의 한 골짜기로 나를 데려다 놓았던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물들은 각자의 달란트에 따라서 쓸모를 찾고 있으면서 사람들이나 그들 개체들에게 때로는 유용할 때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몹쓸 원수처럼 느껴 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런 생각들은 대부분 사물을 대하는 마음가짐에서 우러날 때가 많으므로 사람을 만날 때나 한 작품을 만날 때 대상을 바르게 보려면 우선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멀쩡한 사람 조차도 '도둑놈'으로 생가하고 만나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도둑의 그것과 닮은 모습을 찾으려 애쓸 것이나 그가 '구세주'로 생각하고 만나면 그가 내 뱉는 말한마디 조차도 '성스러운 말씀'으로 다가 올 것이다.
서울 디자인 올림피아드 2008이 열리고 있는 잠실벌에서 만난 이 작품을 달빛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작품일지 모른다. 달빛이 제아무리 아름답다고 한들 빛으로 옷감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평소 내 마음속에서 달빛은 수수한 모습일 뿐만 아니라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자리한 터라 이 작품을 대하는 순간 '달빛'이 떠 올랐고 드레스를 이루고 있는 '섬유'들이 달빛을 한올 한올 엮어서 만든 옷처럼 보였던 것이다.
서울 디자인 올림피아드 2008에 전시되고 있는 많은 작품들은 대부분 일반의 상상을 초월하는 디자이너들이 출품한 작품들이고 그들이 땀흘려 만든 작품들 속 뒷이야기는 달빛 이야기와 같은 숨은 이야기들이 너무도 많다. 작품들은 눈으로 감상 할 수 있는 것이나 때로는 눈으로 맛있게 먹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디자인 올림피아드를 맛있게 즐기려면 우선 버려야 할 '선입견'하나가 있다. 그건 작품을 만날 때 버려야 할 선입견이자 작품을 맛있게 감상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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