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어머니를 너무 잘 아는 여성이 쓴 '어머니'의 모습




어머니를 너무 잘 아는
 여성이 쓴 '어머니'의 모습


어제 오후 4시경, 저는 서울 강남의 지하철 학여울역으로 서둘러 카메라를 메고 달려갔습니다. 학여울역에서 울먹이며 제보한 한통의 전화 때문이었습니다.

전화속의 음성은 울먹이면서 '너무 감동적인 글' 때문에 지하철 역 구내에서 그 글을 보며 전화를 한다고 했습니다. 안사람의 제보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가 도착한 그곳에는 지하철역 구내에서 흔히볼 수 있는 '액자'에
시인 '김초혜'님의 '어머니'라는 제목의 글이 걸려있었습니다.

어머니
   

한 몸이었다
서로 갈려
다른 몸 되었는데

주고 아프게
받고 모자라게
나뉘일 줄
어이 알았으리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건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처음대로
한 몸으로 돌아가
서로 바꾸어
태어나면 어떠하리



 
이 시詩는 여성이자 어머니의 삶을 살고있는 한 시인이 쓴 글이며
'어머니'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아는 여성이 쓴 '어머니의 모습'입니다.

'딸'로 태어나서 '여자'로 자라며 '여성'이 되어서 결혼을 하고 '어머니'가 되면서 본
어머니의 위대한 모성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안사람'이나 '마누라'나 '아내'로 또는 '개똥이 엄마' 등으로 불리면서
자신의 이름조차 잊고사는 '어머니'는 지하철 학여울역 구내에 걸려있는 액자속의 어머니 처럼,
 
많은 시선들이 오가는 속에서도 잊혀진 존재며 자신을 나타내 보이지 않는 그림자 같은 삶을 사셨는데
추석이 가까워 지면서 아이들에게 줄 선물(옷)을 사러 가는 길에 이 글을 보며 당신을 떠 올렸던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그 모습이 자신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하여 드디어 울먹이고 말았던 것입니다.

("...츠암!...이거 때문에?...")

저는 애써 모른채 하며 학여울역을 나서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10년전 이맘때 돌아가셨습니다. 추석을 이틀 앞두고 돌아가셨는데 내일모레가 기일입니다.
'IMF'라는 원치않은 결정이 내려지고 한참 힘든 때 하늘나라로 가셨는데,

당신의 억척같은 모습과 삶을 두고
추석때가 되면 우리가족들이 추석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추모행사' 때문에
안사람은 이 한편의 시를 앞에두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건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그렇게 철없이 살아온 지난날 이었는데 어느덧 자식들을 돌아보는 입장이 되어
겨우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는 것입니다.

"...애 낳고 살아봐라!..."
 
그땐 어머니의 그 말씀이 무엇을 말하는 줄 몰랐지만
지금 당신이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동안 겨우 깨닫게 되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