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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故人의 명단에 내 '이름'이 써 있다면...


故人의 명단에
 내 '이름'이 써 있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는 암울한 소식을 들으면서 그들이 선택한 최후의 모습을 생각하며 고통의 나날을 보냈을 시간을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그들이 스스로 택한 결정에 대해서 '행복한 결정'이었다고 말할 것 같기도 하고 '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어떤 선택을 했을 지언정 그 선택은 '옳바른 선택'으로 보여지지 않습니다. 세간을 놀라게 한 한 탤런트의 죽음을 놓고 잠시 '죽음' 앞에 선 저를 돌아 봤습니다.

만약에 제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어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저승'의 문턱에 가 있을 즈음, 사라진 육신 때문에 영혼의 모습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인데(이 또한 아무도 모른다) 그때 내 눈앞에 나타난 모습은 그림속의 한 장례식장에 나 붙어 있는 고인故人의 명단입니다.

아마도 저는 그 명단에 제 생전에 제 이름이 써 있는 모습을 보며 많이도 안타까워 하며 구천을 맴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전에 이 세상에 대해서 하고 싶었던 많은 일들 가운데, 나와 관계있는 가족과 이웃들을 좀 더 사랑하지 못한 자책 때문에 대성통곡을 하며, 구천을 떠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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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들을 더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할 수 없는 영혼의 모습임으로 그들에게 다가갈 수도 없고, 그들에게 나의 뜻을 전달할 방법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울어도 들리지 않고 만지고 싶어도 만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생전에 못다한 일들로 인해서 그때쯤이면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본 모습과 별 다를 바 없을 것이며 이승에서 못다한 일을 끝마친 후에 저승으로 갈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이런 상황은 어느날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여 목숨을 잃었을 때 가능할 일이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도 생명에 대해서 보다 이성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과오 때문에, 고인의 명단에 써 있는 자신의 이름을 두고 후회가 막심할 것 같다는 생각도 아울러 들었습니다.

사노라면 누구나 한번은 격게 될 절차인데 우리는 애써 '죽음'에 대해서 무관한 척 하며 천년만년 살 것 같이 살아 갑니다. 그러나 누구나 잘 아는 것 처럼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죽음으로 향하는 시간을 소비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신의 부와 명예를 위한 처절한 투쟁이 연속되는 삶 가운데 정작 하지못한 일들이 '사랑하며 사는 일' 일 텐데, 제 주변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늘 부족했던 모습이 그와 가장 가까운 혈육이나 이웃을 사랑할만한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며, 저 또한 삶 가운데서 그런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런 기회는 누구인가 곁에서 뜻하지 않은 '부고장'을 보내 왔을 때 입니다.


그때 비로소 제 삶의 좌표를 점검하게 되고 세상을 비관적인 눈으로 보던 시각을 옳바르게 잡곤 하는데, 한 탈랜트의 죽음이 저를 잠시 돌아보게 했습니다. 삶이 무기력하고 우울할 때 가끔은 장례식장을 돌아보며 자신을 뒤돌아 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 스스로 망자가 되어 세상을 돌아보면 세상의 그 어떤 처지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고 한들 그것은 하나의 작은 현상임에 불과한 것이며, 생명보다 더 귀중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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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밥술이라도 뜨게 되면서 천하보다 귀하다는 '생명'에 대해서 홀대하는 시회적현상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때 마다 그 현상들 속에 교묘하게 감추어진 세상의 '부와 명예'라는 이유 하나가 생명과 바꾸게 되는 안타까운 일을 보게 됩니다. 어느날 장례식장의 고인의 명단에 쓰여진 이름들 중에 나의 이름이 써 있다면, 그때쯤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인지 한번쯤 돌이켜 봐야 할 때인것 같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생명들의 숫자가 늘어갈수록 우리사회는 건강한 사회라고 말할 수 없으며 '선진국'이라는 꼬리표를 결코 붙일 수 없습니다. 생명을 앗아가는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는 그 어떤 보상을 가져다 준다해도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블로거뉴스에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하며 매일 만나는 블로거들이 반갑고, 단 한분이라도 내 이웃이 되어 준다면 너무도 고마운 일입니다. 그보다 더 고마운 일은 아직도 내가 호흡을 멈추지 않고 이웃들에게 조금이라도 헌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매사가 무기력하고 감사할 일이 없다면 장례식장 고인의 명단에 내 이름이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것이며, 그러한 작은 성찰 조차도 큰 깨달음이란 것을 안다면 '개똥밭에 굴러도 세상이 좋다'라는 말이 그저 하는 말이 아님을 실감하게 될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내세를 말하는 신앙들도 많지만 그들 신앙속에서 보여주는 '극락'이나 '천국'은 생명이 허락하는 한 개똥만도 못한 '유토피아'에 지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내세를 위하여 탑을 쌓느니 생전에 나를 중심으로한 가족이나 이웃들에게 좀 더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일깨워 준 '고인의 명단'이었습니다.
 
저도 언제인가 저 명단속에 제 이름을 올리겠지만,
 아직은 사랑할 일이 너무도 많아 저 명단이 꺼림직 하기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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