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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LETTA IN ITALIA

아드리아해가 연출한 비현실적 풍경

청춘도 아닌 안청춘 이렇게 놀고 있다..!!

 

   서기 2020년 7월 7일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가르가노 국립공원(Parco Nazionale del Gargano)의 작은 도시 뷔에스떼에서 일어난 일. 우리에게 지경을 넓힐 수 있는 도구가 생긴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5월 21일 이탈리아에서 꿈꾸어왔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자동차를 구입하게 된 것이다. 이 도구는 출퇴근을 할 이유가 없는 안청춘(이런 표현이 더 낫지 아마도..^^)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이튿날 저녁, 가르가노 국립공원 뷔에스떼 해변(Spiaggia di Vieste_이탈리아 장화 뒤꿈치에 해당)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해가 저물고 있다.

 

그동안 오리처럼 뒤뚱거리던 행보에 갈매기나 독수리 같은 모양새 나는 일이 생긴 것이다. 이탈리아 전역은 여행의 동선에 알맞게 교통이 잘 발달된 나라이다. 기차만 타면 어디든지 갈 수 있을 정도로 기찻길은 이탈리아 전역을 뒤덮고 있다. 작은 시골 마을까지 이어진 기찻길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에밀리아 로마냐 주의 빠르마에서 꼴로르노까지 이어지는 기찻길은 생각만으로도 아스라한 그리움이 밀려들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우리가 말하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도시에서 도시로 시골에서 도시 등지로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날 아침, 성자의 해변(Spiaggia di San Felice)에 다시 돌아온 우리..

 

그러나 이 같은 풍경은 이탈리아스러운 것일 뿐 아날로그의 산물로 여행자를 지치게 만들기 충분하다. 가까운 곳은 모르겠지만 먼 곳은 비용까지 부담스럽다. 만약 이 기차 노선을 이용해 로마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관광객 혹은 여행자들은 금방 지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버스노선이 발달한 것도 아니어서 웬만한 곳은 버스를 타고 다니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걸어서 다니려면 상당한 무리가 따르는 것. 

 

 

나는 그 더운 날 꼴로세오에서 떼르미니역까지 걸어서 이동한 경험도 있다. 한 번 걷고 난 이후부터 두 번 다시 그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 로마제국 때부터 쌓아 올린(?) 문화유적들을 가슴에 담아볼 그 어떤 여유도 느끼지 못한 채 피렌체로 돌아오곤 했다. 그래서 언제인가 우리를 세상 끝까지 데려다 줄 자동차가 생기면 이탈리아 남부부터 북부까지 구석구석 다녀보고 싶었다. 따라서 그동안 필요한 과정의 준비를 모두 끝낸 것이다. 

 

 

이탈리아 운전면허증을 취득한 직후부터 잠시 한국으로 떠난 하니의 귀환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침내 우리에게 필요한 도구를 챙기게 된 것이다. 도구가 생긴 다음에는 또 다른 절차가 필요했다. 이번에는 청춘도 부럽지 않은 안청춘만의 여행법을 실천에 옮기는 일이었다. 여행지에서 야영을 해 보는 일이었다. 가능할까.. 

 

 

그동안 주워들은 정보 등에 따르면 야영은 적지 않은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 자국인들이라면 몰라도(자국민 또한) 외국인들에게 야영은 위험하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렸다. 지인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외국 관광객을 상대로 나쁜 짓을 일삼아온 도둑넘 혹은 깡패 색히들의 방법은 간단했다. 그들은 자국민 혹은 관광객을 상대로 강도짓을 할 때 수면 마취제를 사용한다고 했다. 자동차 속에서 잠든 범행 대상에 접근해 수면마취제를 뿌려 깊이 잠들게 한 다음 목적을 이룬다는 것. 

 

 

만약 그런 일이 실제로 우리에게 일어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염두에 둬야 하는 게 야영의 기본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심리까지 파악해야 할 게 아닌가. 내가 아는 그 색히들은 주로 게으른 자들이다. 게을러 빠진.. 물욕의 대상은 주로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나 그들의 동선으로부터 비교적 가까운 곳이랄까. 

 

 

이탈리아의 자동차 보험료는 매우 비쌌다. 한국에서 운전경력 40년이 다 된 나의 경우만 해도 이곳에서 보험에 가입을 하면 14등급(최하위)을 매긴다. 14등급부터 1등급까지 차등을 두는 것이다. 예컨대 1등급이 800유로라면 14등급은 2000유로를 웃돈다. 년간 자동차 보험료만 260만 원에 이르는 것이다. 시쳇말로 미친 가격이었다. 

 

아드리아해의 비현실적 풍경에 빠져든 하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비용(종합보험)을 지불한 것은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사고 때문인데 그 가운데 자동차의 분실까지 염두에 두었다. 이렇게 보험에 가입하면 내비게이션을 재정비해 분실된 자동차가 어디로 사라지고 있는지 위성으로 감시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런데 그건 자동차에 해당하는 일이고 목숨까지 담보할 수는 없었다. 생명보험? 그까이꺼 들어봤자 말짱 꽝이다. 누군가 목숨을 잃은 후에 차등자가 지급받는 보험료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랴. 

 

 

그래서 가능하면 게으른 색히들이 근접할 수 없는 장소를 물색하는 게 중요했다. 강도짓을 위해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이용하고 거기에 총까지 장착한다면 그런 색히들에게 어떻게 당할까. 그땐 모두 다 내어주는 게 상책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 끝에 안청춘만의 오래된 습관을 이어갔다. 

 

 

우리는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에 해당하는 뷔에스떼 혹은 근처에 도착했을 때부터 모험을 감행했다. 잠자리에 누워 하늘의 별과 은하수를 이불 삼아 덮고 자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런 방법은 비용을 크게 줄이는 것 외에도 자연을 벗 삼아 즐기는 오래된 아날로그 여행법이었다. 여행지에서 편하게 묵는 방법을 택할 때 전혀 느낄 수 없는 여행자의 낭만이 그 속에 깃든 것. 

 

 

이탈리아에서 처음 느껴본 야영지의 밤은 그렇게 흘러갔다. 그 언덕 위에서는 아드리아 해서 무시로 바람을 실어다 주었으며, 하늘에 무수히 박힌 박힌 별들은 잠을 못 자게 칭얼댓다. 유년기 시절을 떠올려 보면 메케한 모깃불이 코를 어지럽혀도 시선은 별 하나에 박혀있었다. 평상에 눕거나 자리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이런저런 별자리들을 보게 되고 그 속에서 나의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희한하지.. 그 먼데 있는 별은 어느새 내 가슴에 다가와 나와 함께 잠자리에 드는 게 아닌가. 우리는 뷔에스떼에 도착한 직후부터 장차 우리 앞에 다가올 운명 따위는 개의치 않고 안청춘만의 방법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눈을 떠 보니 언덕 아래 펼쳐진 장관 때문에 입이 쩌억 벌어졌다. 뷔에스떼 해변이 기지개를 켜는 동안 언덕 위에서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함께 눈을 떴다. 여명에 비친 요정들이 눈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신화의 바다.. 나는 국민학교(초등학교) 때 심취한 그리스 희랍신화의 배경이 늘 궁금했는데 이날 마침내 궁금증이 풀렸다고나 할까. 아드리아해의 비현실적인 풍경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지경을 끝도 없이 넓히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단지 도구를 이용해 집에서부터 비교적 가까운 곳은 갔을 뿐인데 그곳에서 만난 전혀 뜻밖의 풍경 앞에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그날 언덕 위로 불어오던 바람은 아드리아해의 지경을 마구 뒤흔들어 놓았다. 맨 처음 우리가 자리를 깔고 있었던 스피아지아 디 산 펠리체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변화무쌍했다. 세상의 신들이 총출동해 서로 자기만의 기술을 선보이는 전시장처럼 바다의 빛깔은 무시로 변했다. 하니는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이탈리아에 숨겨진 명소는 멀리 있지 않았다. 우리가 인간이 쌓아온 유적과 유물에 심취해 있던 동안 소외된 대자연의 화풀이랄까.. 당신의 존재를 마음껏 뽐내며 우리를 점점 더 마법의 도시 뷔에스떼로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다. 현지인들은 뷔에스떼를 '진주로 만든 도시'라 불렀다. 그제야 그 이유를 넌지시 알게 된 것. 

 

작은 도시와 바다의 환상적인 조합이 없었다면, 누가 이 도시를 진주에 비교했을까.. 우리는 이때부터 뷔에스떼에 상륙(?)을 위한 작전을 짜고 있었다. 만약 우리가 그 언덕 위에서 하늘의 별을 바라보지 않았다면, 하늘은 결코 우리에게 당신의 나라로 입성하려는 여행자에게 천국행 비자를 내주지 않았겠지.. 

 

 

우리는 성자의 해변(Spiaggia di San Felice) 솔밭에서 한국에서 하니가 공수해온 모기장 속을 들락거렸다. 마치 한국의 남해 어느 바닷가에 놀러간 것처럼 자유롭게.. (자료사진에 등장하는) 모기장 속에는 5리터짜리 커다란 물통과 1리터짜리 작은 물통이 보일 것이다. 모기장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고정해 놓는 장치(?)이며 이웃에서 구입한 포도주 병이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솔잎 위에 골판지를 깔고 그 위에 모기장을 펼쳤다. 모기장을 펼쳐둔 곳은 자동차 열몇 대가 주차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인데.. 우리만의 명당을 발견하고 볕을 피하며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며 더위를 식히는 것이다. 아니 눈 앞에 펼쳐진 비현실적인 풍경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계속>

 

 

Lo scenario irreale creato dal mare Adriatico
il 24 Lugli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