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에게 칼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누군가 요리사에게 이런 질문을 해 온다면 정답은
하나일 뿐이다. 칼이다. 요리사라는 직업이 없었을 때는 칼 조차 필요치 않았을 것. 인류는 철기시대 를 맞이해 기막힌 도구를 발명하게 된다.
그게 칼이며 칼의 속성 등에 따라 인류문화사가 이어져왔다.
칼은 사람을 죽이는 수단으로 사용됐으며 동시에 음식을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도구로 '두 얼굴을 가진 존재'였다. 잘 사용하면 생명을 살리는 도구이자, 잘 못 사용하면 생명을 죽이는 속성을 가진 것. 군인에게 총이 필요하다 면 요리사에게는 칼이 쥐어진 것이다.
칼이 없었거나 무뎠을 때를 돌아보면 칼이란 미식을 위해 태어났을까. 꽤 오랜 시절, 정지(부엌) 한 쪽에서 숨 죽이고(?) 있던 칼은 우리 형제들을 먹여살 렸을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을 지탱하게 해 준 어머니의 무기(?)였다. 오늘 날의 우리는 주로 그렇게 살아왔었지...!.
가난한 시절에는 칼 조차 빛을 못 봤지만, 밥 술이나 뜨게된 지금은 요리사의 칼춤(?)이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세상. 어느날 이탈리아 요리를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괜히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미안해졌다. 당신께선 미식을 위해 필요했던 칼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칼'이었기 때문이다.
요리사의 칼은 생존의 의미 보다 미식을 위한 도구이거나 귀족의 입맛을 충족 시키는 도구라고 봐야할까. 대명천지의 세상에 널린 칼과 용도 등을 살펴보니 요리사의 존재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세상이 된 것 같다.
* insieme da siniestra DOYOON,TIZIANO...poi sono IO e CHANGSEUK
티찌아노는 송별회 직전 예정되었던 특강을 마치고 이탈리아 유학과정의 일꾸오꼬 알마 17기 학생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자기의 요리인생을 털어놨다. 그는 12살 때부터 어머니 곁에서 요리를 배웠단다. 그리고 충고를 담은 요리철학을 내 놓았다.
"겉 멋을 부리지 말고 색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하라"
이탈리아가 요리 강국이 된 배경에는 선조님으로부터 할머니와 어머니까지 이어진 손맛을 배가 시키는 게 '요리사에게 주어 진 사명'이란다. 요리사에게 칼은 매우 중요한 도구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우리 삶을 지탱해 온 어머니의 손맛을 잊는 순간부터 요리는 멀어지는 것이랄까. 요리사의 정직함을 다시 일깨우는 귀중한 가르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