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기 28편
-사흘동안 변화무쌍했던 바다-
그러나 우산은 팔리지 않아 '우산 아이템'은 쪽박을 차게 된 것. 그 이야기를 전해듣고 박장대소했다. 남의 사업이 망한 이야기를 듣고 크게 웃어본 것도 처음있는 일이었다. 북부 파타고니아의 뿌에르또 몬뜨만 떠올리면 그 생각이 나면서 씨익 웃게 되는 것. 뿌에르또 몬뜨에서 10년 이상을 사업해 온 지인의 증언에 따르면 우기는 지겨운 정도 이상이란다.
"정말 지겨웠어요. 한국의 날씨처럼 한파가 몰아치는 것도 아닌데 우기만 되면 온 몸이 저릴 정도로 춥고 장사도 안 돼요."
북부 파타고니아의 날씨와 풍습을 가늠할 수 있는 한마디였다. 이곳에 머무는동안 거의 매일 안부삼아 들락거린 지인의 사업장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있고, 그곳에서 도로 하나를 건너면 바닷가에 닿을 수 있는 곳이다. 대략 5분 정도의 발품을 팔면 상큼한 바닷바람을 쐴 수 있는 바닷가로 나갈 수 있는 기막힌 도시. 적지않은 뿌에르또 몬뜨 시민들과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자주 애용하는 곳이 바닷가 산책길이었다. 그곳에는 작은 공원과 놀이시설 등이 바닷가를 따라 길게 이어진 곳. 그 바닷가에서 일어난 변화무쌍했던 사흘동안의 바다를 돌아본다.
#1 사흘 전 바닷가 풍경
바닷바람이 적당히 부는 가운데 만조 때의 바다는 호수처럼 조용한 성격...!
바다는 조용한 가운데 도둑의 발걸음처럼 뭍을 자근자근 침범하고 있었다. 호수인 지 바다인 지 쉽게 구분이 안 되는 풍경.
#2 이틀 전 바닷가 풍경
바다는 요동치고 있었다. 인간의 자아가 변화무쌍한 건 자연의 모습을 닮은 것이랄까.
우기가 끝나가는 북부 파타고니아의 대자연은 방파제를 핥고 또 핥으며 오기를 부리는 것. 마치 봄을 시샘하는 듯한 외마디 비명이다.
수 억년의 시간 전부터 앙꾸드 만 너머에서 불어온 자연의 습관. 호수를 닮은 바다가 넘실대기 시작한다.
바닷가에 묻어둔 우리의 추억 한 토막은 그저 바람의 한 조각 일 뿐,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바닷가에서 무엇을 더 바랄꼬...!
그 바다는 우리에게 추억을 선물하고 다시금 지우고 있었다.
그곳에서 괴물같은 바닷속 풍경을 만나게 된 것.
괴물의 정체는 뭍에서 바다로 향해 길게 뻗은, 다름 아닌 하수관...!
만조 때 하수관이 바닷물에 잠기면서 기이한 현상을 연출한 것. 괴물의 형상은 큼직한 하수관이자 대자연이 연출한 기막힌 작품. 녀석의 정체는 사흘만에 밝혀지고만다. 어둠이 삼키기 시작한 뿌에르또 몬뜨 앞 바다는 발가벗은 신의 몸둥아리처럼 민낯을 드러낸 또다른 아름다움. 저녁나절 바닷가를 찾은 우리에게 준 '신의 그림자'였다.
#3 사흘만에 다시찾은 그 바닷가
호수처럼 고요한 모습을 보인 바다가 격노한 듯 출렁거린 모습은 사라지고 뿌에르또 몬뜨 앞 바다는 순한양처럼 변했다. 그곳은 갈매기들을 품을만한 작은 갯벌이 생겼다. 해질녁 바닷가를 산책하면 저 멀리 우리가 남겼던 추억 몇 자락이 다시 꿈틀거린다.
바다가 저만치 물러간 자리에 괴물같이 보였던 하수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아는 기억을 저장하면서 생긴 하나의 현상. 세상의 흔들림이 자아까지 흔들리게 하며 분별심을 잃게 한 묘한 풍경이자 찰라의 순간이었다. 거리의 개 한 녀석이 해산물 채집(?)에 나선 느린 풍경...! ^^
이미 지구별은 태양의 한 모퉁이를 돌아 어슴프레한 저녁노을을 남겼다. 다시 세상의 하루가 저물고 있는 것. 우리는 그 바닷가에서 땡글로 섬에 남겼던 발자취를 기억하며 숙소로 돌아간다.
수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뚜렷이 각인시킨 뿌에르또 몬뜨 항구도 졸린 눈으로 잠자리에 들 채비를 한다. 그 곁으로 우리가 다녀왔던 땡글로 섬에는 아르힐라가 꽃이 만발을 한 곳. 사흘동안 변화무쌍했던 바다가 어둠 앞에서 내일을 꿈꾼다. 우리는 다시 그 바닷가로 나설 것.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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