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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

Puerto Montt,거리의 개들이 경찰차에 덤벼드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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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erto Montt,Patagonia CHILE
-거리의 개들이 경찰차에 덤벼드는 까닭-




"거리의 개들은 왜 경찰차를 애워쌌을까...?"


칠레의 북부 파타고니아 로스 라고스 주의 수도 뿌에르또 몬뜨에서 만난 매우 특이한 풍경은, 거리의 개들이 경찰차만 보면 짖어대고 애워싸는 것. 처음엔 별 생각없이 지나쳤다. 그러나 경찰차 혹은 경찰의 사이드카만 나타나면 미친듯이 쫓아가 짖어대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녀석들의 마음 속에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 등이 자리잡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거리의 개들이 이같은 모습을 보인 데는 대략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녀석들의 생계수단과 무관하지 않았다. 녀석들이 거리의 개 신분으로 살아가는동안 녀석들의 먹이를 챙겨주는 시민(주인)들에게 밥값(?)을 하는 것. 비록 거리의 개 신분이지만 녀석들은 자기들을 챙겨주는 시민들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이다. 놀라운 일이었다. 가끔씩 녀석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지만, 도시에 사는 거리의 개들은 그들 영역에서 고깃덩어리를 챙겨주는 후원자들이 있었다.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기 26편

-거리의 개들이 경찰차에 덤벼드는 까닭-


녀석들이 도시의 어느 상점 처마 밑에서 잠을 청하며 자기 영역을 확보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이곳에서 사업을 하는 지인의 가게 근처는 여러 마리의 거리의 개들이 얼쩡거렸는데 그 중에는 뿌에르또 몬뜨에 살고있는 '대빵'의 영역이었다. 지인은 때가 되면 푸줏간에서 돼지고기덩어리를 사서 녀석들을 배불리 먹게 했다. 곁에서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거리의 개들이 결코 외로운 존재가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것. 




두 번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첫 번째 이유를 꽤 길게 늘어놓았다. 대도시에 살고있는 칠레의 거리의 개들은 시민들로부터 이같은 보살핌을 받기 때문에 자기들을 챙겨주는 주인들에게 충성을 다하게 된다는 것. 주지하다시피 중남미 혹은 남미의 구성원들 다수는 매우 낙천적이면서 다혈질이다. 필자는 처음엔 그 모습을 이해하기 쉽지않았다. 그러나 도시 한가운데서 자기들의 권익에 반하는 권력을 향한 시위현장에서 이들의 '순수함'을 엿보게 된 것이다. 




그들은 민중의 삶에 반하는 정치인과 공권력에 대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 굳이 한국의 시위현장과 비교하면 한국은 너무 착했다. 한국의 민중들이 공권력의 가이드라인을 충실하게 지키는 반면, 이들은 정치인 혹은 권력을 두둔하는 공권력에 대해 목숨을 걸고 덤벼들었다. 우리가 말하는 '폭력시위'는 칠레인들에게 해당하지 않을 정도로 정치적 불만표시는 상대적으로 매우 과격하고 매우 자연스러웠던 것. 시위가 일어나는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 거리의 개들이었다. 




녀석들은 평소 자기들을 챙겨준 시민들과 함께 시위 현장에 나서는 한편, 시위 현장 맨 앞에서 시위를 진압하는 공권력에 맞서는 것. 녀석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비록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아대는 경찰에 맞서 짖어대거나, 경찰차를 행해 돌진하며 위협(?)을 가하는 정도지만 그런 장면을 곁에서 지켜보거나 TV 등을 통해서 알게 되면서, 거리의 개들이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 대한 충직함을 다시 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녀석들은 민중을 괴롭히는 당사자가 누군지 시위현장에서 학습한 이후부터 경찰차 혹은 사이드카만 나타나면 당장 쫓아가 물어뜯을 것처럼 애워싸고 덤벼들며 위협을 가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녀석들은 자동차 바퀴에 치여 다리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칠레에선 정치인들 혹은 공권력에 대해 거리의 개들 조차 업신여긴다고나 할까. 




필자가 목격한 바에 따르면 거리의 개들을 무서워(?)하거나 귀찮게 여기며 발길질을 하는 사람은 경찰들 뿐이었다. 사이드카가 나타나자 쏜살같이 덤벼든 녀석들을 향해 "저리가!"라며 발길질을 해대는 것. 시민들은 결코 그런 짓을 하지않았다. 물론 그런다고 녀석들이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자기들의 영역으로부터 저만치 사라질 때까지 위협을 가하는 것이다. 아마도 녀석들의 이런 습성은 꽤 오래 전부터 이어진 것 같은데, 그 원형을 찾으려면 칠레의 악명높은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원흉이 아니었나 싶다.




역사는 참 아이러니 하다. 우리는 하필이면(?) 독재정치로 피를 부른 피노체트가 계획한 칠레의 7번 국도(Carretera Austral)을 따라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으로 떠나는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그 시발점이 우리가 머물고 있는 뿌에르또 몬뜨로부터 이어지며, 그곳에서 거리의 개들이 경찰차를 애워싸고 위협(?)을 가하는 재밌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 것. 시민들은 거리의 개들이 경찰차를 애워싸며 돌진할 때마다 키득거렸다. 물론 경찰차는 움찔거리며 녀석들을 피해 조심스럽게 운전하곤 했던 것. 녀석들이 경찰차에 덤벼드는 까닭은 대략 이러하다.





#1 뿌에르또 몬뜨 원도심에서 만난 여행자


이곳에 머물며 시내로 가는동안 자주 기웃거리게 되는 게 울타리 안의 풍경이었다. 그 속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식물들이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고 있는 것. 어디를 가나 쉽게 만날 수 있는 풍경이었다. 우리가 복잡한 도시 속에서 '지지고 볶고' 산다면 이들은 결코 지지고 볶는(?)일은 없는 듯 했다. 지지고 볶는 일이 있다면 늘 정치인들의 말썽 때문일 것. 시내로 나가며 목격된 두 사람...!


연인으로 보인 여행자의 모습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젊디 젊은 청춘에 먼 나라로 여행을 나선 이들의 선택이 탁월해 보이는 것. 우리는 죽기살기로 일에 매달려 평생을 보내는 데 이 친구들은 자기의 행복을 위해 귀한 시간을 아낌없이 여행에 투자하는 것. 적지않은 사람들은 이들이 부유할 것이라 여기지만, 시쳇말로 이들은 '짠돌이'들이며 여행비용을 아껴쓰는 가난하고 알뜰한 여행자들이었다.





#2 축구공으로 저글링을 하는 남자


시내로 나가는 길에 만난 풍경 하나. 우리가 자주 봐 왔던 낮익은 모습이다.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켜져있는동안 축구공으로 저글링 묘기를 보이는 한 시민의 묘기는 밥벌이 수단이다. 그 짧은 시간동안 묘기를 펼쳐보이며 택시나 승용차에 탄 사람들을 기분좋게 만드는 것. 그분들은 빨간불이 켜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호주머니 속에 든 동전이나 지폐를 아낌없이 관람료로 지불했다. 


대체로 동전을 지불했지만 비굴하지 않았다. 기꺼이 웃어보이며 묘기를 칭찬하는 것. 때론 어린 아이들이 실수를 연발하는 묘기를 보이는 장면도 목격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더 사랑했다. 가난하게 살아도 최선을 다하는 삶이 너무 아름답고 남의 일처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여행지에서 만난 정말 훈훈했던 풍경이었다.





#3 10년 전의 추억이 깃든 언덕


우리는 이곳에 머무는동안 뿌에르또 몬뜨 앞 바다가 굽어보이는 언덕길을 자주 이용하곤 했다. 그곳은 10년 전에 우리가 파타고니아 중심으로 가는 꿈을 꾼 곳이었다. 발 아래로 버스터미널이 보이고 바다 저 건너편으로 7번 국도가 이어지는 곳. 언덕길은 10년 전과 다름없는데 터미널이 신식으로 증축된 게 눈에 띈다. 10년만에 찾아든 도시의 변화였다. 앙꾸드 만의 바다는 여전히 호수처럼 잔잔한 곳. 우중충했던 하늘 저편으로 구름이 지워지면서 한줄기 빛을 쏟아붓는 곳이 10년 전의 추억이 깃든 곳이다. 당시에도 거리의 개는 미안할 정도로 곁을 주면서 멀리까지 여행자를 배웅하곤 했다. 참 고마운 녀석들이었다.





#4 뿌에르또 몬뜨 항구 입구의 협수로


그 언덕 위에서 우측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그곳에 뿌에르또 몬뜨 항구 입구의 협수로가 보인다. 만조 때의 협수로 건너편 땡글로 섬에는 가난한 이웃들이 살고 있었다. 칠레의 도시 지역에서 신식 판넬로 지은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곳은 주로 미혼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살고있었다. 칠레의 어두운 한 단면이었다. 우리가 이곳에 머무는동안 자주 애용한 언덕위에서 본 풍경들.





#5 생전 처음 보는 해초 꼬차유요 


남미를 여행하는동안 생전 처음 본 해초의 모습이 꼬차유요(Cochayuyo)였다. 처음엔 돼지껍데기 정도로 보였지만 알고보니 해초였다. 이곳의 TV에서는 꼬차유요를 다이어트 건강식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칠레의 북부 안토파가스타 해안에서 건조된 꼬차유요의 모습을 소개해 드린다.




참 특별한 풍경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미역이나 다시마 등 해초와 사뭇 다른 모습의 꼬차유요는 이렇게 건조되어 도시로 팔려나간 것. 잘 건조된 꼬차유를 돌돌 말아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처음엔 정말 돼지껍데긴줄 알았다. 우리나라와 FTA를 맺고 있는 칠레에서 왜 이런 해초를 한국으로 수출하지 않는 지 그것도 궁금...! ^^ 


자료 사진 뒤로 보이는 풍경이 신비롭게 다가온다. 칠레 북부를 형성하고 있는 땅은 태평양 전쟁 당시 볼리비아로부터 빼앗은 것. 칠레 해군은 막강했다. 현재 불리비아에 해군이 존재하지만 오래 전 해전에서 바다를 빼앗겨, 띠띠까까 호수(Lago Titicaca)에서 '바다를 내 놓으라'며 이를 갈고 있다. 칠레 북부지역 대부분은 볼리비아 땅이었다. 





#6 거리의 개들이 경찰차를 애워싼 풍경


서두와 본문에 언급된 거리의 개들이 경찰차를 애워싸며 위협을 가하는 모습이다. 한 녀석이 소리를 지르고 달려들면 주변에 있던 녀석들이 어느샌가 나타나 합세하는 것. 도시에 살고있는 거리의 개들은 여전히 원시적 사냥 본능을 유지한 채, 경찰차(공권력)을 사냥감으로 보고있는 진귀한 장면으로 사료된다.




차선 하나를 완전히 점령한 거리의 개들이 저돌적으로 경찰차에 달려들었다가 신호대기 중에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풍경.




우리나라에선 이해 할 수 없는 참 희한한 풍경이다. 그러나 칠레인들의 거리의 개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녀석들을 인간과 차별된 한 동물로 여기는 게 아니라 귀한 생명으로 여기는 것. 한 때 이 땅에 살던 원주민(인디오)들이 침탈자들에 의해 대부분 살륙 당하다시피 했지만, 정복자들이 남긴 신앙 속에서 생명은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인 것을 학습하고 실천하고 있는 삶의 현장. 거리의 개들이 공권력을 꾸짖는 장면을 통해서 인간의 두 얼굴을 만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고 추악한 동물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우리네 삶이 달라질까. <계속>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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