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 PC방 만큼은 대한민국이 최고...!!"
북부 파타고니아의 로스 라고스(Los lagos) 주(州)의 수도 뿌에르또 몬뜨에서부터 시작되는 칠레의 7번국도(Carretera Austral)는 초행길의 여행자의 넋을 바꾸어 놓을 만큼 환상적이었다. 남미여행이라면 누구 못지않은 일가견을 가졌지만 뿌에르또 몬뜨에서부터 7번국도를 따라 불과 104km 정도를 이동했을 뿐인데 눈 앞에 나타난 광경은 남미일주를 통해서 본 별천지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먼짓길을 따라 블랑꼬 강까지 다녀오는동안 볼 수 없었던 풍경이, 하루종일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여행자 앞에 나타난 것. 뿌에르또 몬뜨로 가는 막차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오르노삐렌 앞 바다를 나갔을 뿐인데 그곳에서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을 만난 것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황홀경이란 이런 것일 텐데 지구별에 이런 풍경이 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 우리는 답사길에 알 수 없는 주눅이 들어있었다.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기 5편
-PC방 만큼은 대한민국이 최고-
답사길에 나타난 풍광을 돌아보면서 내 조국의 현실과 비교해 보니, 이곳은 세계최고의 청정지역이라는 수식어 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맑고 고운 자연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래서 답사길 내내 우리나라의 모습이 비교되며 주눅이 든 것. 아쉽지만 한반도 절반에 채 못미치는 대한민국(남한)의 자연은 파타고니아의 일부에 비교할 바가 못됐다. 생전 '부러움'을 느끼지 못하던 필자가 처음으로 이 땅이 부럽게 느껴진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한 순간 파타고니아가 아니라 그 할애비라도 따라오지 못할 자랑거리를 찾아낸 게 오르노삐렌 마을의 한 풍경 때문이었다. 파타고니아가 아날로그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면 대한민국은 디지털 내지 IT강국의 면모를 확실하게 갖춘 것. 답사길에 주눅든 어깨가 펴지며 으쓱해지는 순간이었다. 왜 그랬는 지 과정을 살펴보면 이랬다.
우리를 주눅들게 한 오르노삐렌의 대자연
블랑꼬 강으로 가는 답사길에는 언덕 아래 네그로 강변으로 걸으면서 몰랐던 풍경이 나타났다. 네그로 강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은 기막힌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 마을에서 비교적 가난해 보이는 한 주민이 살고있었는데 그분께 양해를 구하고 찍은 풍경이다.
그러니까 강과 오로느삐렌 앞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이곳은 그 분의 정원이었던 것. 사과꽃이 흐드러지게 핀 이곳을 아내는 좋아하며 탐을 낼 정도였다.
어디를 가나 풀꽃이 지천에 널려있는 곳.
오르노삐렌 마을로 접어들면서 강과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의 집에 널린 빨래가 정겨움으로 다가왔다.
철조망에 가려진 틈으로 찍은 풍경의 포인트는 도랑이다. 이 마을의 하수구인데 맑은 물이 쉼 없이 흐르고 있었다. 어릴 적 동네를 휘감고 흐르던 작은 도랑이 생각난 아름다운 풍경. 나중에 다시 이 마을에 들러 다시 한 번 더 가 본 곳이기도 하다.
블랑꼬 강으로부터 멀어지며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 결과 막차를 탈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따라서 마을 앞 바다로 나가봤더니 초행길에서 놓친 풍경이 카메라를 유혹하고 있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잘 찾지도 않는 동네 어귀지만 여행자의 눈에 비친 이곳은 오르노삐렌의 뷰포인트였다.
이 마을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땐 밀물 때였지만 썰물 때 오르노삐렌 앞 바다는 장관을 연출하는 곳이기도 했다.
알 수 없는 이끌림에 따라 바닷가로 내려 가보니 말 그대로 그림을 그려놓은 듯한 풍경들. 막차 시간을 봐 가며 바닷가를 둘러봤다.
마을을 내려다 보고 있는 뒷산이 배산임수의 전형적인 형태를 띄고 있는 곳.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마을 앞은 이들의 삶의 터전인 바다였다.
바닷가에서 바라본 오르노삐렌 화산과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작은 어선 한 척이 여류롭다. 초행길 답사 때 저 멀리 마을 어귀를 통해 네그로 강변으로 걸어갔었다.
썰물 때 오르노삐렌 마을 앞의 바닷가는 크고 작은 새까만 자갈들이 빼곡히 널려있었다. 마을 앞의 삼각주 일부를 빼고나면 온통 이런 자갈들이 강과 바다 밑을 장식하고 있었다. 네그로 강은 이 때문에 까맣게 보일 수도 있었다.
칠레의 7번국도를 따라 파타고니아 남부로 남하하는 여행을 준비하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곳이자 최소한 며칠은 머물러야 할 명소가 이곳이었다. 우리는 다시 이곳에 들러 일주일을 묵으면서 우기가 끝나갈 때 연출된 황홀경에 빠져들곤 한 곳이다.
태고적 신비가 느겨지는 썰물 때의 오르노삐렌 앞 바다의 모습. 우리가 다녀온 곳은 저 산 아래 먼짓길과 블랑꼬 강이었다.
물이 빠져나간 바다 한 곁으로 한 걸음씩 옮기면서 바라본 오르노삐렌 화산. 조금 전 우리는 저 마을 뒷편 먼짓길로 돌아왔던 곳이다. 갯벌은 우리나라와 달리 단단했다. 뻘밭이라기 보다 모래가 더 많이 섞인 해변은 강 하구와 맞물려 있는 곳이다.
아직 막차가 올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점점 더 빠져든 그림같은 풍경들. 우리나라의 포구나 항구 등에서 느낄 수 없는 묘한 풍경을 자아낸 건 화산 때문이었을까.
썰물 때 오르노삐렌 앞 바다는 팔색조 보다 더 아름다운 깃털(?)로 우리를 유혹하기도 했다. 연두빛으로 보이는 해초(매생이 같았다)는 썰물 때 독특한 장관을 연출하곤 했다. 저 멀리 오르노삐렌 국립공원 산기슭이 답사를 다녀온 곳. 꿈같은 풍경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거리의 개 한 녀석을 만나게 됐다. 겉 모습을 봤을 땐 주인이 있는 애완견처럼 보이지만 녀석은 외톨이였다. 우리 내외를 졸졸 따라다니며 놀아달라는 것. 나중에 안 일이지만 녀석의 특기는 자갈을 물어오는 것. 작은 자갈을 해변으로 던지면 쏜살같이 달려가 물어오곤 했다. 녀석이 인간과 소통하며 밥벌이(?)를 하는 기술이었다. 녀석의 발 아래로 마을 앞 해변이 어떤 모습인 지 알 수있다.
촉촉한 모래밭 곁으로 작은 굴들이 널려있었지만 식용으로는 너무 작았다.
그러나 썰물 때 오르노삐렌 앞 바다가 연출한 풍경은 여행자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투어를 통해 이같은 바다를 본 건 이곳이 처음이었다.
우리가 이곳에 머무는동안 매일같이 출퇴근(?) 하다시피한 언덕이 정자가 위치한 곳. 숙소에서 천천히 걸으도 10분이면 도착하는 곳.
그곳에서 매일 두 차례씩 연출되는 마법같은 풍경을 감상하곤 한 것.
우기가 끝날 때쯤 오르노삐렌 앞 바다는 매시각 다른 옷을 갈아입었다.
오르노삐렌의 뷰포인트는 이 언덕이었다.
이곳에 서면 저 멀리 산기슭으로 피어오르는 안개와 구름이 썰물 때의 연두빛 해변과 어우러져 환성적인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어디를 가나 반겨주는 노란 풀꽃들...
누구든 이 언덕 위에 서면 셔터질(?)은 기본,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못할 것 같은 곳이었다.
버스터미널로 되돌아 가야할 시간...!
그런데 눈 앞에 펼쳐진 풍경들이 자꾸만 발목을 붙든다.
시야가 탁 트이고 무엇 하나 장애물을 찾을 수 없고 지천에 널린 풀꽃들 때문인지 자꾸만 뒤돌아보며 대한민국의 형편과 비교해 보는 것.
이곳 사람들은 욕심없이 바다가 내 준 만큼 살아가고 있었고 가축을 돌보며 살아가는 곳.
멀리 협만(fiord)에서 발산되는 맑고 차가운 공기는 공기를 세탁(?)한 것처럼 신선했다.
이 순간 만큼은 두고온 고국을 까마득히 잊고 있는 것.
PC방 만큼은 대한민국이 최고
내 조국 대한민국이 지구반대편 칠레 보다 더 나은 점이 있을까. 한국과 FTA를 맺고있는 칠레는 농업국가이자 어족이 풍부한 곳. 노르웨이 다음으로 연어를 많이 생산(?)하는 곳이기도 하다. 4200km에 이르는 긴 국토 어디를 가나 눈을 뗄 수 없는 관광자원이 풍부한 곳. 북부 파타고니아 답사길에 나섰다가 주눅만 들었는데 한순간 눈이 번쩍 띄었다.
마을 앞 번화가(?)에 위치한 PC방을 보는 순간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지는 것.
"ㅋ 그러면 그렇지 PC방 만큼은 대한민국이 최고얌...!! ^^"
북부 파타고니아 혹은 파타고니아 지역 대부분의 집들은 나무조각을 이용해 비늘처럼 생긴 벽과 지붕을 인 게 특징이다. 집 전체를 나무로 지은 것인데 작은 창고같은 이 곳은 여행자들이나 이곳 주민들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물론 PC를 지닌 분들은 이곳을 들락거릴 리 없겠지만 적지않은 사람들이 찾게 되는 곳이다.
PC방이 하도 신기해 몇 장면을 담았는데 PC방 옆에 써둔 광고가 눈에 띈다. CENTRO DE LLAMADOS라고 쓰여진 이곳은 '콜센터'로 인터넷을 통한 국제전화 서비스를 하는곳. 여행자들이 알아두면 유용하게 쓰여질 귀한 풍경이다. 아무튼 자그마한 가게 하나를 통해 조금 전 주눅든 마음을 한 순간에 날려버린 것.
숙소로 돌아가는 길
돌아가는 길에도 카메라 셔터는 쉬지않았다. 버스 앞 좌석에 앉아 창밖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것. 그런데 희뿌연 먼지 때문에 화질이 엉망이다.
오르노삐렌에서 뿌엘체 선착장으로 가는 길은 마치 공룡시대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원시풍경이 널려있는 곳.
뿌엘체 선착장에서 아레나 선착장으로 출발...이른 아침 뿌에르또 몬뜨를 출발한 후 하루 종일 답사길에 나섰다가 집으로 아니 숙소로 가는 중.
호수처럼 잔잔한 앙꾸드 만(灣)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타고온 버스가 카훼리호에 실려있는 풍경.
다시 아레나 선착장으로 항해하고 있는 카훼리호 갑판에서 본 일몰이 너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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