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ATAGONIA

Patagonia,여행지에서 만난 이색풍경



 www.tsori.net


Patagonia,Carretera Austral CHILE
-여행지에서 만난 이색풍경-




"우리도 언제인가 자연으로 되돌아 가겠지...!"


여행을 통해 삶을 관조할 수 있다면 인생은 얼마나 행복하고 풍요로울까. 여행자는 길 위에서 행복한 법이다.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 수도 뿌에르또 몬뜨에서 104km 떨어진 북부 파타고니아 오르노삐렌을 답사하면서 전혀 뜻밖의 선물을 챙겼다. 낮선 땅을 탐험하기에 앞서 답사에 나선 목적지는 이 마을 저편에 위치한 블랑꼬 강이었다. 그러나 블랑꼬 강으로 가는 '먼짓길 하이킹'의 과정은 두고두고 지울 수 없는 추억의 한 장면으로 가슴에 남게 됐다. 





우리는 잠시 대자연 속에서 길을 빌어 걷는 나그네에 불과한 것인 지, 답사길에 마지막으로 눈에 띈 건 길가에 버려진 폐차였다. 오르노삐렌 마을 먼짓길 옆에 드러누운 폐차 한 대는 샛노란 풀꽃과 어우러져 단꿈을 꾸고 있는 듯 했다. 아마도 장주(莊周)는 이같은 현상을 통찰하면서 호접지몽(蝴蝶爲莊周=莊周之夢)을 꿈꾼 지 모를 일이다. 이날 필자(150일간의 파타고이나 여행기에서 '나'라고 부른다)는 답사길을 돌아오는 길에 (크게)세가지의 이색풍경을 만나게 됐다. 그건 파타고니아의 쪽문과 공룡시대를 기억한 식물  폐차도 자연의 일부였다. 그 과정을 슬라이드쇼와 사진을 통해 보여드린다.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기 5편

-여행지에서 만난 이색풍경-



답사길에서 돌아가는 길은 거의 LTE급이었다. 시간이 너무 촉박했던 것이다. 뿌에르또 몬뜨로 돌아갈 막차를 타려면 걸음을 재촉해야 했는 데 이같은 상황을 만든 건 순전히 북부 파타고니아의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운 대자연 때문이었다. 구글어스로 들여다 본 여행지는 인간의 시력 내지 감성을 전혀 채워줄 수 없었다고나 할까. 온라인에서 만난 로드뷰는 참고자료는 될 수 있었지만 여행자의 오감을 충족 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따라서 답사가 필요했던 것인데 답사길 하룻만에 우리는 파타고니아의 민낮에 홀딱 반하고 말았다.





블랑꼬 강으로부터 멀어지면서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빠른 걸음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봄이 절정에 이른 참 아름다운 길이었다. 바쁜 걸음에도 불구하고 생전 처음 만나는 풍경들이 자꾸만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이같은 습관은 파타고니아 투어 끝까지 이어졌다. 그냥 맹목적인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탐험가들의 욕망처럼, 그들이 생전에 보지 못한 신대륙은 처음 맛 보는 진귀한 요리같은 것. 뷰파인더는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프레임에 걸려드는 쪽쪽 셔터음을 날렸다.



우리가 지나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가는 길은 초행길이 아니었다. 한 번 학습한 길은 실수가 없는 법. 마냥 걷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돌아가는 길은 초행길 보다 더 힘들었다. 이번에는 먼짓길에 의한 짜증 보다 더 힘든 상황이 7번국도 위에 생겨났다. 오후 3시경에 걷게 되는 먼짓길은 뙤약볕이 작렬했다. 저 멀리 구름 몇 점이 둥둥 떠다니지만 볕은 바로 곁에서 숱가마를 쬐고 있는 듯 했다.



이때부터 아내의 말 수는 크게 줄어들었다. 답사길 중 늘 앞서가던 아내는 점점 더 걸음이 늦어지고 있었다. 그저 묵묵히 걸음만 옮길 뿐이었다.




그러나 어느순간부터 내 걸음은 점점 더 뒤쳐지게 됐다. 초행길에 봐 두었던 이색풍경 때문에 셔터질(?)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먼짓길을 피해 다녔던 한 농장의 울타리에 설치된 이색풍경은 여행자의 발길을 붙들었다. 생전 처음보는 풍경이었다.




여행자 발길 붙든 파타고니아의 쪽문

아마도 이같은(위 사진) 모습을 본 사람들은 흔치않을 것이다. 농장을 빙둘러 설치해 둔 철망의 한 지점에 A자형으로 만든 시설물은 쪽문이었다. 농장의 규모가 너무 커서 대문으로부터 걸어서 이곳까지 올려면 우리가 걸었던 수고를 해야했지만 넓직한 초원을 가로질러 울타리를 넘으면 오르노삐렌 마을로 이어지는 길은 절반으로 단축될 수 있었다.



이들은 이른바 '개구멍'을 통해 출입시간을 단축시킨게 아니라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철조망을 넘나들었던 것.



대문 만큼 자주 애용한 흔적이 오롯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7번국도에서 두 번째 만나게된 반가운 얼굴. 녀석들은 카메라를 향해 V자를 그려보냈다. 초행길에 말을 탄 가우쵸를 만났고 돌아가는 길에는 자전거를 탄 아이들을 만난 것. 파타고니아는 점점 더 본색을 잃어가는 것일까. 이날 먼짓길 하이킹을 통해 만난 귀한 풍경은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 나는 녀석들에게 공룡시대를 기억한 식물로 생각하고 있었다.




공룡시대 연상시킨 신비로운 식물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 관련 포스트에서 파타고니아를 신비롭게 만들어준 거대 대황(大黃,Gunnera tinctoria-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시베리아가 원산지로 전 세계에 분포한다)을 언급한 바 있다. 녀석은 잎 하나의 크기는 지름이 1~2m에 가깝고 얼마나 빡신(?)지 이파리 위에 배낭을 올려두어도 거뜬히 견딜 정도였다. 



이곳 사람들은 어린 새싹을 식용(샐러드)으로 먹기도 하는데 녀석을 보자마자 공룡의 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베리아가 원산지라면 맘모스의 밥이었을 같기도 한 거대한 식물은 북부 파타고니아의 기후가 알맞았는 지 7번국도와 주변 강가에 빼곡히 서식하고 있었다. 주로 이런 모습들이었다.



아내는 저만치 가고있고...




나는 낮선 식물 곁에서 호기심을 무한 증폭시키고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었다. 파타고니아에는 식물원에서 조차 볼 수 없는 귀한 식물들이 지천에 널려있었다. 지구별에 남은 마지막 생태보고랄까. 파타고니아 투어를 통해 거대한 빙하나 호수 혹은 인간들이 만든 문명의 흔적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식물들에 비하면 별 거 아니었다. 파타고니아는 미시적 세계의 보고였다는 게 나중에 안 일이다.



그러나 그 첫 만남은 거대 대황으로부터 시작됐다. 녀석들은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여행자의 발길을 붙들고 말을 거는 듯 이질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인간이 녀석 보다 더 낫다고 쉽게 입을 열 수 없는 위대함이 '군네라 띤끄또리아'의 성장모습에 담겨있었다.낮엔 커다란 잎으로 땡볕으로부터 보호하고, 큰 잎은 다시 밤이슬까지 챙기며 어린 새순을 먹여살리며, 수 천 수 만개의 씨방을 통해 종족을 퍼뜨리고 있는 모습. 그 뿐인가 줄기에 난 가시는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이 쉽게 취할 수 없게 만든 기막힌 메카니즘이었다.



우리는 어느새 로스 까넬로스 다리에 도착했다. 답사길 처음 네그로 강을 따라 이 다리를 건너며 먼짓길에 들어선 곳. 그곳에서 귀한 장면과 마주쳤다.  고삐 풀린 말 한 필이 따그닥 거리며 내 곁을 스쳐지나가는 모습이 아내와 버스와 함께 묘한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각기 다른 개체들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한 시공 속에서 같은 길을 걷는 풍경. 파타고니아에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다시 로스 까넬로스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본 네그로 강의 숨막히는 풍경. 강가에는 조금전 먼짓길에서 만났던 거대 대황이 줄을 잇고 있다. 우리를 다시 오르노삐렌 마을을 불러들인(?) 식물이 거대 대황과 네그로 강의 때묻지 않은 비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르노삐렌 마을의 네그로 강은 지구반대편에서 찾아온 여행자 앞에서 민낯으로 속살까지 다 보여준 것이다.




폐차도 자연의 일부

그리고 파타고니아에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광경은 여행자의 마음을 통째로 빼앗은 사건처럼 다가왔다. 답사지 블랑꼬 강을 돌아오면서 마주친 광경은 '폐차도 자연의 일부'라는 걸 강하게 암시하고 있었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며 언제인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윤회의 법칙'속에 있다고나 할까. 문명사회에서 흔한 폐차의 모습이 일부러 연출한 작품처럼 먼짓길 옆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 샛노란 풀꽃들과 함께 어무러진 아름다운 모습들은 이랬다. 
























어떤 기분이 드셨는 지 모르겠다.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는 곳은 흔치않다. 한 인간이 대자연 앞에 서면 대자연의 필요에 따른 필수품 내지 소모품에 불과하지 않을까. 쇳덩어리가 산화되는 현장에서 노란 풀꽃들이 피어난 풍경은 우리가 늘 외면해 왔던 아름다운 이웃들 같이 다가온다. 파타고니아에서는 '꽃들의 영혼'을 말하곤 한다. 이곳에 가면 '천상천하인간독존'이란 아집은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것. 다음편에는 뿌에르또 몬뜨로 돌아가는 여정 중에 만난 재밌는 풍경을 소개해 드리도록 한다.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이야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