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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

patagonia,찰스 다윈이 보았던 오소르노 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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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erto Varas, patagonia CHILE
-찰스 다윈이 보았던 오소르노 화산-



"이럴수가, 아카시아꽃이 샛노랗다니...!"

신기했다. 돌 잔칫날 아가들의 뽀얀 손가락에 낀 샛노란 금가락지 색깔처럼 화려하다. 이 꽃을 처음 만난 곳은 칠레의 북부 파타고니아 지역 로스 라고스 주에 위치한 쟝끼우에 호수(Lago LLanquihue)의 뿌에르또 바라스(Puerto Varas)에서였다. 꽃잎을 보면 아카시아와 흡사하다. 하지만 잎을 보면 전혀 다른 모습. 처음엔 아카시아꽃의 변종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녀석의 정체를 알고나니 약간은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래서일까...우리는 쟝끼우에 호수에 위치한 뿌에르또 옥따이(Puerto Octay)로 가기 위해 뿌에르또 바라스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뿌에르또 몬뜨에서 직행으로 이어지는 버스가 없었으므로, 버스를 기다리는동안 뿌에르또 바라스를 잠시 둘러보기로 한 것. 녀석의 이름은 금사슬나무(Golden-Chain)였다. 콩과의 금사슬나무의 원산지는 남유럽으로 알려졌고, 꽃말은 '슬픈 아름다움'이란다.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기 7편
-찰스 다윈이 보았던 오소르노 화산-

금사슬나무는 그때 처음 만나게 된 것이다. 뿌에르또 옥따이는 10년 전 남미일주 당시 우연히 들러 매료되었던 참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오랜 기억속에서 늘 슬픈 아름다움처럼 남아있던 곳. 설렘과 기대를 잠시 곰삭히며 뿌에르또 옥따이로 떠나기 전 장끼우에 호수와 근처 마을을 대략 두 시간동안 돌아봤다.



우리는 파타고니아 투어 중에 별 일이 없는 한 앞 좌석에 앉았다. 버스 터미널에서 티켓을 예매할 때 늘 앞자리가 비었는 지 확인하는 게 여행습관이었다. 뿌에르또 바라스로 가는 버스는 24인승 미니버스로 엔진룸이 운전석 옆에 위치해 엔진룸 위에 걸터 앉아 차창 밖의 경치를 구경하는 것이다. 



버스 앞유리 위쪽으로 차비가 적혀있다. 차비는 400 빼소(칠레 화폐 단위)였는데 당시 한율을 우리돈으로 비교하면 800원정도. 뿌에르또 몬뜨에 베이스캠프(숙소)를 치고 몇 천원 정도만 쓰면 하루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외식을 하지않아 비용이 크게 절감될 수 있었다. 우리는 아침에 먹다만 빵과 치즈 조각과 슬라이스햄 조각으로 버거를 만들어 도시락 대용으로 먹었다. 숙소에서는 매일 아침(desayuno) 한 끼를 먹는 것으로 계약한 것. 샛노란 아르힐라가 꽃의 영접(?)을 받으며 뿌에르또 바라스에 도착했다. 버스터니널에서 매표를 한 후 2시간 가량의 여유가 생겨 주변을 둘러보기로 한 것. 그때 문제의 샛노란 (짝퉁)아카시아꽃을 만나게 된 것.


노랑 아카시아꽃 알고 보니


큼지막한 나무에 빼곡히 매달린 샛노란꽃. 아카시아꽃이라 믿었다.




이파리만 다를 뿐 꽃잎은 아카시아꽃과 똑같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녀석은 금사슬나무였던 것. 




관련 자료를 뒤적여보니 유럽이 원산지로 알려진 금사슬나무는  높이 10m에 달하고 관목 모양으로  가지가 갈라지는데, 가지는 회록색이며 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고 3개의 작은잎으로 구성되며,  작은잎은 타원형이고 길이 3∼5cm정도로 알려졌다. 털이 표면에는 없으나 뒷면에는 밀생하며. 꽃은 황색으로 5∼6월에 피며  길이 20cm 정도의 꽃이삭에 총상꽃차례로 접형화(蝶形花)가 달린단다. 또 꼬투리는 선형(線形)으로 길이 5∼7cm이고 겉에 짧은 털이 밀생한다. 전초 특히 풋열매에는 독이 들어 있다고 해서 주의 시키며 관상용으로 심는단다.




그런데 자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북반구와 남반구의 차이로 계절이 정반대였다. 우리가 머문 북부 파타고니아는 10월경이었지만 자료는 5~6월경이었던 것. 하지만 둘 다 봄이 절정에 다다랐거나 여름으로 접어드는 시기.




남미와 파타고니아는 '종의 기원에 대하여
(On the Origin of Species)'로 널리 알려진 찰스다윈이 열광한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다. 기록에 따르면 그가 비글호를 타고 피츠로이 선장과 함께 5년간 세계일주를 하는동안, 그는 주로 뭍에서 여러가지 조사를 하고 있었다. 피츠로이 선장이 뱃길 주변을 탐사하고 있었다면, 그는 남미에 널린 희귀한 식물들과 생명체를 관찰하고 있었던 것.




찰스 다윈이 보았던 오소르노 화산

1832년 4월부터 1835년 7월까지 비글호는 남아메리카의 동해안과 서해안을 돌았고 포클랜드에도 들렀다. 다윈은 주로 아르헨티나에서 내륙을 여행했는데, 바이아블랑카(Bahia Blanca)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거쳐 산타페까지 1125킬로미터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남아메리카 서해안의 칠로에, 발파라이소, 리마 등을 여행하는 데는 꼬박 1년이 걸렸다. 칠로에에서 다윈은 오소르노 화산이 분출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전하고 있다. 




우리가 도착한 뿌에르또 바라스의 맞은 편에서 머리에 눈을 이고 우뚝 솟아있는 거대한 산이 오소르노 화산(Volcán Osorno)의 위용이다. 찬 기운이 감도는 면경같이 잔잔한 호수와 거대한 화산의 조합은 마치 태풍전야 같은 모습. 하지만 그 곁에 서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져 오는 것. 이곳에서 가까운 칠로에 섬에서 찰스 다윈이 바라본 화산폭발이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면, 우리 앞에 우뚝 선 오소르노 화산은 경외감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또 이곳에서 우측으로 시선을 돌리면 그곳엔 깔부꼬 화산(
Volcán Calbuco)이 듬직하게 자리잡고 있는 곳. 



우기가 끝나가는 북부 파타고니아는 매일 매순간 눈을 뗄 수 없는 진풍경이 널린 곳이다.



뿌에르또 바라스의 그림같은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가운데 호수속을 들여다 보니 수정같이 맑은 물이다.




호수에 손을 담궈보니 얼음물처럼 차가운데 다슬기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이 두고온 고향산천이 불현듯이 생각나기도 한다.




갑자기 어디선가 날아 든 새 한 마리. 녀석은 물 속의 다슬기를 (먹이로)바라보고 있는 지, 재밌는 순간이다.




대자연의 경외감을 통해 찰스 다윈은 신(神)을 부정하거나 거부하게 되지만, 역설적으로 생각해 보면 대자연 자체가 신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랄까.


뿌에르또 바라스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두 시간동안 주변 경관에 홀딱 빠져든 것도, 장끼우에 호수가 빚어낸 눈시린 풍광과 지천에 널린 풀꽃들 때문이었다. 


뿌에르또 바라스를 수 놓은 아름다운 식물들



버스터미널에서 조금 떨어진 이 마을 한켠을 돌아보면서 시선을 빼앗았던 풍경들은 주로 이런 모습이었다.



화산재로 구성된 토양 위에서 꽃을 피운 이름모를 풀꽃들.




울타리 곁에서 자생하고 있는 식물들이 그대로 그림이 됐다.




또 자연을 200% 활용한 건축물들을 보니 이곳 사람들의 정서가 꽃의 영혼을 닮은 듯 너무 아름답고 고아보인다. 우리는 돈만 된다면 수 십년된 고목을 한 순간에 잘라 버리거나 비경 조차 함부로 허물어 버리는 것. 이런 풍경을 볼 때마다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너무 안타까웠다.



아무렇게나 자란 듯한 풀꽃 무리들이 오래된 목재건축물과 잘 어우러진 곳. 어쩌면 우리는 이런 잡초를 모두 뽑아버렸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인간도 그저 자연의 일부라는 걸 터득하고 사는 지, 어디를 가나 식물과 한데 어우러진 모습들.



누가 일부러 꾸며놓은 듯한 자연스러움이 가득 풍긴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이런 모습이다. 목재에 의지한 채 크로바의 하얀꽃들이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이 볼수록 신기했다. 식물원에나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지천에 널린 것.



오히려 창 안에 가두어(?) 둔 화분들이 가엽어 보일 정도다.



그리고 담장을 빼곡하게 둘러싼 풀꽃 앞에서 저절로 발길이 멈춘다.



담장은 이웃과 소통을 가로막는 벽이 아니라 이웃으로부터 관심을 받고자 하는 장식물 같다.



그리고 한 집의 울타리는 눈에 익은 덩굴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 '공기를 맑게 해 준다'며 화분에 담아 키우던 아이비(
ivy)가 숲을 이루고 있는 풍경.



이곳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비의 특징은 잎이 두껍고 줄기가 매우 튼튼하다는 것.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이 그저 부럽다.



어디를 가나 울타리 곁에서 만날 수 있는 꽃들의 세상. 인간이 진화론 등을 이야기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식물의 기원에 따르면 최초의 식물은 5억 7천만년 전 고생대 캄브리아기(Cambrian Period)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백악기에 형성된 버드나무,종려나무,포도나무 등 다수의 식물들이 진화를 거부(?)한 채, 옛 모습 그대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었던 것. 그러니까 지구별의 역사 끄트머리에 살고있는 인간이 어떤 이론을 주장하는 건 웬지 낮설어 보인다. 이같은 생각은 파타고니아 투어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낮선 땅에서 만난 눈에 익은 꽃. 철쭉이다. 우리나라의 철쭉과 다른 점은 잎이 두껍고 질긴 것. 반가운 녀석이었다.




터미널로 가는 길에 다시 돌아본 장끼우에 호수 풍경.




그 사이 깔부꼬 화산은 구름을 털어내고(?) 있는 모습이 연출됐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이 하늘은 먹구름으로 덮였다.




시간을 한참 뒤로 되돌려 놓은 듯한 풍경 하나. 영화에서나 봄직한 쉐보레(Chevrolet)의 모습이다. 자동차 마니아들이 보면 탐낼 자동차인 듯. ^^




버스터미널로 향하는 길에 뿌에르또 바라스 호텔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우훗...얼굴은 감췄네. ㅋ)  등 뒤로 오소르노 화산이 보인다.




버스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앞 좌석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엔진룸을 차지하는 행운을 얻었다. 10년 전 우리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해 준 뿌에르또 옥따이로 가는 길이다. 그곳에서 슬픈 아름다움을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정상 포스트에 실리지 못한 풍경은 슬라이드쇼를 참조 바란다. 다음편에 그 여정과 아름다운 풍광을 소개해 드린다.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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