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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

Patagonia,7번국도의 먼짓길 로드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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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Carretera Austral CHILE
-7번국도의 먼짓길 로드뷰-



어디로 가는 것일까...!


"자동차를 타고 빠르게 평원을 질주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차창 너머로 사라지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자동차에서 내려보고 싶지만, 그냥 지나치고만 오래된 경험들. 어느날 거울 앞에선 내 모습 속에는 그 풍경들이 그리움으로 가득했다. 얼핏 스쳐 지나간 풍경 속에는 코끝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꽃들과 세포를 자극하는 먼지내음들과 바람에 흔들리던 이파리들. 그리고 밤새 평원을 달리면 은빛가루를 쏟아붓던 달님과 여명 속에서 다가왔던 발그레한 일출 등. 그때는 내 앞가림 만으로도 힘들었지만 지천명의 세월을 지나 이순에 접어들면서, 그게 그리움으로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것. 그렇다고 마냥 회한만 붙들고 있기엔 내 가슴 속 열정이 나를 용서치 못한다. 어느날 거울 앞에서 그리움의 흔적을 쫒다보니 그게 하얀 종이 위로 모습을 나타냈다. 그게 내 가슴 속에 오래토록 자라고 발효되고 있었던 그리움이라니. 그리움의 실체가 그토록 아름다운 색과 형체로 내 앞에 나타나다니...그러나 아직은 멀었다. 이 세상이 다하는 날까지 퍼 올려도 퍼 올려도 다 마르지 않을 것 같은 그리움을 화폭에 옮기는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됐다. 언제인가 내가 꿈꾸던 세상이 하얀 종이 위에서 바람이 되어 별들이 마구 쏟아지던 안데스 속으로 사라지는 그날까지..."





아내가 수채화 전시회의 '작가 노트' 속에 끼적거린 내용 속에서 안데스는 당신이 꿈꾸던 세상이었다. 안데스에서 태어나고 안데스에서 자란 원주민(인디오)가 아닌데 우리는 안데스를 너무 좋아했다.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기 전부는 안데스산맥을 축으로 길게 이어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여정으로 끝났다. 그 여정을 외장하드를 열어 다시금 뒤돌아 보니 꿈만 같다. 까마득 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엊그제 일어났던 일 같으며, 전생에 안데스에서 살았던 것 같은 기분이랄까. 처음 가 보는 낮선 길이지만 마치 낮익은 듯한 느낌들. 우리는 지남철에 이끌린 산화철 조각처럼 마냥 끌려다녔다.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기 3편
-7번국도의 먼짓길 로드뷰-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 수도 뿌에르또 몬뜨에서부터 시작된 7번국도(Carretera Austral)을 따라 답사길에 나선지 두 시간 여만에, 오르노삐렌 마을 앞을 흐르는 네그로 강 하류를 건너 로스 까넬로스 다리 위에 올라서 목적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이 땅을 적신 맑고 고운 강이 길동무가 돼주었다면, 지금부터는 먼짓길이 끝도없이 이어진 것 같은 7번국도 풍경. 




먼짓길에 들어서자마자 목재소가 나타났다. 파타고니아 지역에서 흔한 목재는 집을 짓는 재료가 되고 땔감으로 쓰인다.  산티아고에서 5번국도(우리나라 경부선을 연상)를 따라 뿌에르또 몬뜨까지 남하할 때까진 안데스의 울창한 숲을 별로 느끼지 못했지만, 두 선착장을 지나 북부 파타고니아에 들어서자 원시림이 빼곡했다. 이같은 풍경은 7번국도 끝까지 이어지고 있었던 것. 문제는 비포장도로였다.




7번국도 대부분은 잘 다져진 비포장도로였지만 이 길을 걷는 여행자에겐 '죽을 맛'이었다. 현지인들은 대부분 버스나 자가용 등을 이용해 다니지만 배낭여행자에게 그런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버스에서 내리기 시작하면 걷고 또 걷고 하루종일 걷다가 파김치가 되어 숙소로 돌아오는 것. 가끔씩 마주치는 자동차들이 내뿜는 뽀얀 먼지는 마스크를 해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곳의 날씨는 희한하다. 안데스를 여행해 보신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볕은 따갑지만 그늘에 들어서면 썰렁한 날씨. 저만치 앞서 걷는 아내의 차림을 보면 희한하다. 양산을 받쳐들고 마스크를 쓴 얼굴에 겨울용 자켓을 껴 입고 노란 손가방을 들었다. 평상복 차림에 운동화만 신은 것. 아웃도어를 준비해 갔지만 괜히 폼을 잡을 일도 아니었다. 눈여겨 볼 건 노란 가방이다. 카메라와 대부분의 짐은 서브배낭에 담았지만 노란 가방은 '생명의 가방'이었다. 가방 속에는 이른 아침에 장만한 도시락과 생수가 들어있는 것. 먼짓길을 걷는동안 아내는 밥을 지켰고 나는 카메라를 먼지로부터 보호하기 바빳다.




덕분에 보통의 여행자들이 챙기지 못한 귀한 로드뷰를 챙겨오게 된 것이다. 먼저편에서 소개해 드린 거대 대황(Gunera tlnctoria)은 먼짓길 옆 작은 도랑 습지에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언급한 바 얼마나 빡신 지 생수통 하나쯤은 거뜬히 버틸 정도다. 우리에게 낮선 이 식물 때문에 북부 파타고니아의 풍경은 과거의 시공으로 이어지는 것 같은 괴기스러운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그나마 땡볕과 먼짓길을 잊게 만드는 건 길 옆의 풍경도 한몫 거들었다. 우기가 끝날 쯤 이곳의 날씨는 봄이 무르익을 때였다. 울타리 속에는 발그래한 사과꽃이 빼곡히 만발한 아름다운 모습. 사과꽃이 이렇게 아름답게 다가오기는 처음이었다. 뒤로는 멀리 오르노삐렌 화산이 보인다.



먼짓길을 걷다가 처음 만난 한 사람. 그는 말 안장도 없이 말등에 몸을 올려놓고 따그닥 거리며 다가온 것. 사진 한 장만 찍겠다고 하니 말을 돌려 세웠는데...(얼굴이 '체 게바라'를 닮은 듯...^^) 이 분은 오르노삐렌에서 쇼핑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파타고니아에서는 흔히 만나는 가우쵸
(Gaucho )의 모습. 그나저나 사타구니는 멀쩡한 지...ㅜ 



그리고 얼마 걷지않아 한 농가 앞에서 마주친 눈썰매 하나가 눈길을 끈다. 우기 때 이 지역에 얼마나 많은 눈이 내렸는 지 알 수 없지만 버려진 듯한 모습에서 날씨 변화를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한 인간이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는 것도 어리석을 일. 그 보다 당장 코 앞에 다가오는 먼지 때문에 죽을 맛이었다.



자동차들은 보행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으며 마구 달리며 먼지를 날렸는데 길을 얼마쯤 걷다가 묘책을 생각해 냈다. 자동차가 저만치서 다가오면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잽싸게 도망가는 것. 한 농장의 울타리 곁으로 피난한 덕분에 먼지로부터 잠시 벗어나게 된 것이다.



먼짓길로부터 학습한 내용에 따라 그 다음부터는 울타리 곁을 따라 걷게 된 것. 영장류의 무서운 적응력이다. ^^



그러나 그건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농장의 울타리가 끝나갈 즈음 저 만치서 먼지를 날리며 다가오는 자동차 한 대...어디로 튈(?) 곳이 없다.ㅜ




아직 목적지까지는 꽤 많이 걸어야 하는 데 먼짓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저만치 앞서가는 아내 곁으로 우회전 교통표지판이 보인다. 직진을 하면 안데스 속으로 우회전을 하면 오르노삐렌 국립공원 아래 목적지 블랑꼬 강으로 이어지는 길. 오르노삐렌 관광 안내소 여직원들이 친절하게 가르켜준 길이 먼짓길이었다. ㅜ 



정적이 맴도는 7번국도에서 자동차 소리를 듣게 되는 건 쉬운 길. 저만치서 조용한 소음이 다다다다...하고 들리면 여지없이 먼지를 뒤집어 쓰게 되는 것. 그때 마다 카메라는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제 조금만 더 걸으면 목적지로 이어진다. 



원석 속에 감춰진 보석은 인내의 세공 과정을 거쳐야 빛나고 아름다운 것처럼, 먼짓길 하이킹 끄트머리에 다가설 즈음 눈 앞에 나타난 진풍경들. 파타고니아에서 흔히 만난게 되는 노뜨로(Notro)의 화려한 선홍색 꽃이 여행자의 피곤을 잠시 덜어낸다.




먼지를 피해 잠시 피신했던 아내가 다시 길 한가운데 멈추어섰다. 이때 시각이 오후 1시 50분경으로 돌아갈 시간을 참조하면 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먼짓길을 돌아서자 다시 이어지는 먼짓길. 





그러나 이곳에서부터는 수월했다. 바람이 (사진)우측에서 불어왔고, 그곳엔 먼지를 뒤집어 쓴 여행자를 위한 쉴만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 눈을 머리에 두른 오르노삐렌 국립공원이 보인다. 우리는 길 끄트머리에서 우회해 블랑꼬 강으로 갈 예정이다.




지난 우기동안 울타리에 매달려 자란 이끼들이 묘한 풍경을 자아낸 곳. 그 너머로 줄지어선 미루나무와 축사와 농가의 풍경들.



이곳에 사는 사람들과 동물들이 더 바라는 게 있을까...!



먼짓길 하이킹이 끝날 즈음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아내의 수채화 속에 담겨졌다.



당신이 그토록 그리워한 영감이 가슴 속에서 요동치기 시작한 것.



"자동차를 타고 빠르게 평원을 질주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차창 너머로 사라지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자동차에서 내려보고 싶지만, 그냥 지나치고만 오래된 경험들. 어느날 거울 앞에선 내 모습 속에는 그 풍경들이 그리움으로 가득했다. 얼핏 스쳐 지나간 풍경 속에는 코끝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꽃들과 세포를 자극하는 먼지내음들과 바람에 흔들리던 이파리들..."




먼짓길 하이킹은 눈 앞에 다가온 목적지까지 대략 4시간이 더 소요되고 있었다. 걸음을 더 빨리 재촉해야 했다. 막차 시간은 오후 7시경으로 여유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답사 후 오르노삐렌 마을에서 지낼 시간을 다 빼앗겨버린 것이다. 먼짓길의 더딘 행보 때문에 시간이 많이도 지체된 것. 다음편에는 목적지 블랑꼬 강의 환상적인 풍경 등을 보여드린다.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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