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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

Patagonia,초행길에 빠져든 오르노피렌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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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Carretera Austral CHILE
-초행길에 빠져든 오르노삐렌 마을-



"세상에...!!"


세상은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이 실감났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남미일주 투어에서 우리 내외는 뿌에르또 몬뜨에서 언덕 너머로 가지 못한 것을 몹시 아쉬워했다. 일정상 더 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다. 그곳이 답사길에 오른 북부 빠따고니아 오르노삐렌 마을이었다. 8년만의 일이었다. 뿌에르또 몬뜨 숙소에 짐을 놔두고 서브배낭에 카메라와 렌즈 및 갈아입을 옷 등 잡동사니를 챙겨넣었다. 도시락은 장조림과 치즈를 곁들인 햄버거를 준비해 보조가방에 담았다.





그리고 이른 아침 동틀 무렵 숙소를 나서 첫차로 7번국도(까르레떼라 오스뜨랄)에 몸을 실은 것. 물론 하루 전 버스터미널에서 시간표를 챙겨 일정을 조율했다. 이른 아침 길을 나서면 저녁 무렵에는 숙소로 귀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답사길에 만난 7번국도 풍광은 예사롭지 않았다. 비포장도로와 바닷길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오르노삐렌 마을에 도착하면서부터 오감을 자극하는 풍경들 때문에 눈이 시릴정도였다.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기 2편

-초행길에 빠져든 오르노피렌 마을-


오르노삐렌에 도착하자마자 맨 먼저 들른 곳은 관광안내소였다. 작은 마을 중앙광장 한켠에 자리잡은 안내소에는 예쁜 여직원 두사람이 우리를 맞이했는 데 너무 친절했다. 이 마을을 둘러볼 자료를 주문하자 안내책자를 건네준 건 물론이거니와 묻지도 않은 시간표 등 오르노삐렌 전 지역을 차분히 설명해주었다. 우리는 안내에 따라 답사길에 나섰는데 이 마을 앞을 가로지르고 있는 네그로 강(Rio negro)변을 따라 블랑꼬 강(Rio blanco)까지 갔다오기로 마음먹었다. 대략 왕복 13km(4~5시간 남짓) 되는 목적지를 다녀오면 숙소로 돌아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그게 무리였다는 건 나중에 안 일이다. 그냥 꾸준히 앞만 보고 걸었다면 별 문제가 없었겠지만, 오감을 자극하는 신선한 풍광들 때문에 그 광경을 카메라에 담는 일이 로드뷰를 찍는 듯 시간이 지체된 것이다. 오르노삐렌 마을 답사길이 한 여행자를 무한 홀릭시킨 것. 칠레의 7번국도로부터 시작된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은 주로 그런 모습이었다. 그 꿈같은 장면들을 슬라이드쇼에 담았고 주요 장면을 사진으로 남겼다.



이곳이 북부 빠따고니아 오르노삐렌의 관광 안내소 모습이다. 버스터미널에서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버스터미널이라고 해봤자 작은 매표소 하나가 전부나 다름없는 곳. 작은 구멍가게를 연상하면 된다. 7번국도를 따라 빠따고니아 중심부까지 이어지는 관문은 오르노삐렌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번국도의 시작은 뿌에르또 몬뜨이지만 두개의 선착장을 건너면서부터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곳.



오르노삐렌 앞 바다는 안데스에서 발원된 두 강이 만들어낸 삼각주로 구성된 곳으로, 오르노삐렌의 추억은 주로 이곳에서 만들어지곤 했다. 답사 당시에는 밀물 때여서 물이 가득해 보이지만 썰물때가 되면 환상적인 광경이 펼쳐지곤 했다.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기를 통해 그 황홀경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오르노삐렌에 도착하자마자 맨 먼저 길을 따라 나선 곳이 네그로 강으로 이어지는 비포장 도로였다. 포구 옆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듯 질서있는 폐기물들이 너무 자연스럽다. 누군가 일부러 연출해 둔 설치미술의 한 장면을 보는 듯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풍경이다. 힘들고 긴 노동과 항해를 마친 작은 어선들의 종착역. 이들의 모습을 보면 먼 나라로 떠난 여행자의 모습과 흡사하다. 




꿈에도 잊을 수 없는 오르노삐렌 앞 바다의 풍경이다. 사진 우측 위에서부터 바닷가를 따라 네그로 강으로 답사길에 나섰다.




조금 전 우리가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니 마을의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수 많은 이야기와 전설을 품은 아름다운 마을...정작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아무 탈(?)없이 잘 지내는데 한 여행자의 가슴속은 온통 설레임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마을 바로 앞으로 네그로 강이 흐르고 있는데 쓰레기 한 톨 찾아낼 수 없을 정도로 맑고 깨끗한 대자연의 모습. 이 강을 거슬러 올라간 후 다시 7번국도 먼지길을 따라 블랑꼬 강으로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샛노란 풀꽃이 흐드러진 강가에서 물 속을 들여다 보고있자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당시 내 조국 대한민국에서는 4대강 공사로 국토가 만신창이로 변했을 때였다. 오르노삐렌 마을이 더욱더 절실하게 여겨졌던 것도 그 때문이었을까. 안데스에서 발원한 옥수같은 강속으로 흐느적이는 건강한 수초들이 마냥 부러움으로 다가왔다.




아내는 저만치 앞서가고 있고 카메라는 강가에서 멈춘채 걸음을 떼지 않는다.




네그로 강가에서 만난 원시림 속의 작은 집 하나. 이곳에선 맑은 물과 아름다운 풍광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너머로 오르노삐렌 국립공원이 솟구쳐 있고 그 아래로 블랑꼬 강이 흐르고 있었다. 하루 일정으로 그곳까지 다녀와야 하는 빡빡한 여정.




답사길에서 조차 낮선 풍경에 빠져 헤어날 줄 몰랐다. 파타고니아를 신비롭게 만들어준 거대 대황(大黃,Gunnera tinctoria-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시베리아가 원산지로 전 세계에 분포한다)이 강 한가운데서 둥지를 튼 모습. 이 원시식물은 7번국도를 따라 남쪽 끝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녀석의 이름을 '공룡의 밥'이라 명명했다. 잎 하나의 크기는 지름이 1~2m에 가깝고 얼마나 빡신(?)지 이파리 위에 배낭을 올려두어도 거뜬히 견딜 정도다. 이곳 사람들은 어린 새싹을 식용(샐러드)으로 먹기도 한다. 다시 또 만나게 될 신비로운 식물이다.




아디서 이런 풍광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조금 전 (사진)오른쪽 숲 사이로 이동해 로스 까넬로스 다리(Puente Los Canelos) 위에서 내려다 본 네그로 강 하류의 아름다운 모습. 사람들은 사람들끼리 강은 강 데로 조용히 흐르고 있는 곳. 자꾸만 잃어버린 조국의 아름다운 강들이 오버랩됐다. 아름다운 풍경을 눈 앞에 두고 정말 속상했다. 우리가 자랑하던 금수강산의 원형이 사라졌지만, 이곳에선 너무도 평범한 풍경으로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맑은 물이 쉼없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강과 달리 7번국도의 비포장도로는 최악이었다. 네그로 강을 건너오자마자 길게 이어지는 먼지길은 답사길을 힘들게 만들었다. 어쩌다 한 대씩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내뿜는 먼지 때문에 곤욕을 치른 것. 그때마다 궁시렁거렸다. 그러나 그 먼지길 너머에 다른 행성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풍광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 무슨 일이든 과정은 그런 것인 지, 먼짓길 하이킹은 또다른 선물을 가져다 주었다. 다음 편에 7번국도의 먼짓길 로드뷰를 준비했다.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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