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랬던가. 인간이 계획하고 神이 집행 한다고...!"
남미일주를 마치고 다시 파타고니아 투어를 결심할 당시 구글어스를 펴 놓고 파타고니아 곳곳을 뒤적거렸다. 구글어스에 등재된 이미지를 열어볼 때마다 감동적으로 다가온 장면들을 하나 둘씩 첵크해 두었다. 그땐 몰랐다. 그 장면들을 한 줄로 이어보니 칠레 남부지역 파타고니아를 길게 잇는 7번 국도(Carretera Austral CHILE) 선상에 이미지들이 쭈욱 배열된 것이다.
7번 국도는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州) 수도인 뿌에르또 몬뜨(Puerto Montt)에서부터 깔레따 또르뗄(Caleta Tortel)과 비쟈 오이긴스(Villa O'Higgins )까지 1,240km(779마일)로 이어지고 있었다. 여행 계획을 세워놓고 찾은 곳은 칠레대사관이었다. 그곳에서 7번국도에 대한 자료를 챙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칠레 대사관에서는 7번국도 주변의 명소가 담긴 작은 카다로그를 건네 주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 다음부터는 전부 여행자의 몫이었다. 7번국도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지금까지) 명소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칠레의 악명높은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당시 건설되기 시작한 7번국도는, 대부분 비포장도로에 도로는 바닷길까지 포함되고 있었다.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는 카페리호가 자동차를 실어나른다. 카페리호에 오른 버스 승객들은 하선 직후 다시 버스 여행에 나서는 것.
그런 장면들이 구글어스 곳곳에서 확인됐다. 그리고 한 번도 보지 못한 세상이 7번국도를 따라 길게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꼭 가보고 싶었다. 그리고 짐을 꾸려 지구반대편 남미의 칠레에 도착한 후 뿌에르또 몬뜨에 도착해 여장을 풀고, 남미일주 당시 가 보지 못한 미지의 땅을 먼저 답사해 보기로 했다. 답사를 통해 구글어스에서 본 느낌과 어떤지 확인해 보고 여행 루트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神의 땅으로 가는 길
그곳은 7번국도가 시작되는 뿌에르또 몬뜨에서 가장 가까운 북부 파타고니아 지역이며, 선착장 두 곳을 거쳐가야 하는 곳. 여행지에서 촬영된 장면들을 담기 위해 테라바이트(1000giga)급 외장하드를 지참했지만, 여행 초기에는 얼마나 많은 자료를 담을 지 가늠이 안 돼 영상을 촬영하는 일이 조심스러웠다. 참 바보같은 짓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산티아고로 돌아와 보니 외장하드 절반정도만 채운 것. 두고두고 후회스러웠다.
그 아름답고 신비로운 장면들을 영상에 담아왔다면 여러분들까지 덩달아 행복했을 것. 그러나 다행인 지 수 많은 비경들이 외장하드 속에 빼곡히 얼굴을 감추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각각의 장면들은 여행을 떠나기 전 상상 조차 하지 못했던 풍경들이자 인간의 계획을 비웃을 정도로 전혀 다른 풍광들이었다. 그야말로 신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투어였을까.
2015년 새해를 맞이해 그 장면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덤핑'해 볼 요량으로 '사진으로 보는 파타고니아 투어'를 다시 시작했다. 첫 장면은 북부 파타고니아 답사 장면을 담았으며 포스팅 사정상 주요 장면 몇을 제외한 장면들은 '슬라이드쇼'로 처리했다. 큰 화면으로 감상하면 큰사진을 감상하는 것과 화질이 달라보이지 않는다. 다만,버스 속에서 촬영된 풍경은 화질이 떨어지는 점 양해바란다. 신의 땅으로 가는 첫 걸음은 이렇게 시작됐다.
뿌에르또 몬뜨 버스터미널을 출발한 후 얼마 후면 이런 풍경이 나타난다. 봄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 모습이며 61장의 슬라이드쇼 중 대표적인 사진 몇 장이다. 칠레의 7번국도는 이렇게 시작한다.
아레나 선착장(Caleta arena)에서 뿌엘체 선착장(Caleta puelche)으로 이동하는 카페리호 선상에서 찍은 사진이며 갑판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조금전 떠났던 아레나 선착장의 모습이다. 이때가 오전 9시쯤인데 집집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정겹다. 집집마다 난로에 장작불을 지핀 풍경. 파타고니아의 시계는 매우 느리다.
북부 파타고니아의 봄을 아름답게 만드는 아르힐라가(Argillaga)가 샛노랗게 피었다. 멀리서 보면 우리나라의 개나리꽃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향기가 얼마나 달콤하고 짙은 지 머리가 아플 정도다.
훼리호가 선착장을 벗어나고 있는데 장작불을 지핀 굴뚝의 연기가 신비롭게 다가온다.
우리가 타고가는 카훼리호와 닮은 배가 곁을 지나간다. 멀리 눈을 인 산은 오르노삐렌 화산이며 저 산 기슭이 우리가 답사할 곳이다.
7번국도를 따라 여행하면 협만(fjord)의 장관을 보게 된다.
조금전 떠나온 선착장이 저만치 멀어진 가운데 우측으로 불쑥 쏫아오른 봉우리 하나가 보인다. 답사 전에 소풍을 다녀온 곳이다.
뿌엘체 선착장이 가까워지면서 묘한 풍광들이 눈 앞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갑판 위에서 바라본 뿌엘체 선착장의 모습. 우리는 이곳을 네 번씩이나 방문했다. 선착장 바로 앞은 수심이 매우 깊은 곳.
뿌엘체 선착장에서 답사 장소인 오르노삐렌으로 가는 길에 만난 창밖의 풍경
오르노삐렌으로 가는 비포장 도로옆은 발디딜 틈이 보이지 않는 원시림이 빼곡하다.
저 멀리서 먼지를 날리며 자동차 한 대가 다가온다. 칠레의 북부 파타고니아와 남부 파타고니아를 잇는 7번국도는 주로 이런 모습으로 비포장도로가 대부분이다. 저 산만 넘으면 답사 장소인 오르노삐렌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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