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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동 이야기

고슴도치를 사랑한 열혈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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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고슴도치가 산다 종편
-고슴도치를 사랑한 열혈 청년-



"고슴도치는
 끝내 
 우리 앞에 
 나타나 주지않았다."

많은 분들이 고슴도치의 생환을 빌어주었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슴도치는 끝내 우리 앞에 나타나주지 않았다. 지난 6월 21일 오후부터 시작된 고슴도치 구출작전은 끝내 좌절(?)되고 만 것이다. 비에 흠뻑 젖은 서 씨는 늦은 밤 고슴도치가 살고있던 하수구 옆 정자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고슴도치의 생환을 비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기도를 시작으로 서 씨는 아예 빗물이 흥건한 땅바닥에 엎드려 하수구 안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쏟아진 빗물로 하수구에 물이 차기 시작하면서 서 씨는 안절부절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곁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자니 안스럽기도 하고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고슴도치(애완용 동물)에 대한 지식이 조금만 있었드라도, 녀석은 내 손에 구출되어 분양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폭우가 쏟아지는 현장을 떠날 생각이 전혀없었다. 오후 8시경, 저녁을 먹어야 했으므로 짜장면으로 떼우기로 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현장 옆 작은 정자도 비에 흠뻑 젖었다. 그 시간이 어느덧 보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고슴도치는 아직도 하수구 속에서 살고있는 것일까. 미처 정리하지 못한 고슴도치 구출작전 비하인드 스토리를 (사진으로) 엮어 봤다.


고슴도치야 제발 좀 나오너라

고슴도치 전문가 서 씨의 제안으로 근처의 수퍼마켓을 찾아 긴급히 공수해 온 게 참치였다. 녀석의 후각을 자극하는 데 참치만큼 좋은 게 없다고 했다. 따라서 참치를 하수구 양쪽으로 나누어 놓고 굶주렸을 고슴도치를 유인해 보기로 했다. 이런 모습이다.



고슴도치가 최초로 발견된 장소에 놓은 참치캔




빗물 유입구가 있는 하수구에 설치해 둔 참치. 입구가 큰 플라스틱 병 안에 참치를 넣고 고슴도치를 유인하고 있는 중...오른쪽 하수구는 일부러 막아두었다. 고슴도치의 탈출을 막기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하수안은 뽀송뽀송할 정도였다. 소방대원이 설치해 준 탈출용 판자는 치워버리고 고슴도치 유인작전에 돌입한 것이다. 그런데 하늘이 도와주지 않았다.

하늘이시여

나쁜 하늘!...비가 펑펑 쏟아졌다. 폭우였다. 이 상태라면 고슴도치의 신변에 위험이 닥칠게 분명해 보였다. 만약 폭우가 하수구를 휩쓸게 되면 그땐 녀석이 익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 씨는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하수구 양쪽을 부지런히 오가며 탈출구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하수구 양쪽을 오가는 서 씨.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기 시작한다.



폭우로 변한 하늘...서 씨는 이미 다 젖었다.



서 씨는 아예 빗물이 고인 땅바닥에 주저앉아 고슴도치가 나타나 주길 바랐다.



고슴도치의 상태를 확인하고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는 서 씨. 나중에 알고보니 그는 '동물농장' 담당자와 통화를 하고있었다. 그가 고슴도치 한 마리를 위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준 건 그 다음 일이다.



조금은 우스광스러운 자세의 서 씨는 하수구에 머리를 박고 고슴도치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우산은 쓰나마나...ㅠ)




짜장면을 시켰다. 짜장면으로 저녁을 떼우기 전까지 서 씨의 노력은 계속됐다. 그러나 서 씨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슴도치는 나타나 주질 않았다. 하수구에 빗물이 점점 더 불어나고 있었다. 비가 억수같이 퍼부었다.





이때부터 고슴도치 신변에 비상이 걸렸다. 하수로 물이 점점 더 차오르고 있었다. 이랬다.





고슴도치는 무사할까...




난감했다.ㅜ 




마냥 이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서 씨와 나는 철수를 결정했다. 고슴도치를 놔 두고 떠나는 게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한 구출작전이었다. 작금의 대한민국에서는 세월호 참사 신드롬이 국민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는 데 비해 서 씨의 한 생명을 향한 집념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필자의 블로그와 포털 다음의 <아고라방-반려동물 카테고리>을 통해 고슴도치가 유기된 모습을 보자마자 한걸음에 달려와, 주말 황금시간 전부를 고슴도치와 함께 해 준 것만으로 얼마나 고마운지...!


다시 찾은 고슴도치 구출현장

다음날(22일) 아침, 고슴도치가 살고있던 하수구로 다시 가 봤다. 고슴도치의 생존여부가 너무 궁금했던 것.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놀라운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서 씨가 나 보다 먼저 다녀간 흔적이 남아있는 것이다.


서 씨는 하수구 한 쪽에 (은둔용)쇼핑백을 넣어놓고 음식으로 유인해 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내고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전화를 걸어 서 씨와 통화를 해보니 '아침 일찍 다녀갔다'고 했다. 그는 고슴도치 한 마리 때문에 과천에서 다시 서울로 다녀간 것이다. (요즘 이런 청년도 있었나...) 서 씨는 과천의 백운지에서 자영업을 하는 총각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같은 고슴도치 구출작전에도 불구하고 주변 상황은 엉망이었다. 이랬다.




고슴도치 탈출구는 그나마 온전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또 한차례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고슴도치 탈출구는 점점 더 어려운 지경으로 치닫고 있었다.




오후 5시 경, 다시 한 번 더 가 본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해있었다. 그런데 안 보이던 쇼핑백이 다시 보였다.



서 씨가 고슴도치 탈출로 바깥에 설치해 둔 쇼핑백이 폭우에 모두 씻겨 엉망진창으로 변한 것이다. 그새 서 씨가 나녀갔던 것이다. 서 씨는 휴일에 두 번씩이나 고슴도치가 살던 하수구를 다녀간 것이다. 그는 다녀가면서 고슴도치에 대한 배려을 잊지않았다. 고슴도치는 여전히 하수구 속에서 생존하고 있었던 것일까.




서 씨는 루어 낚시줄에 (낚시 바늘은 빼고) 작은 소시지 덩어리 하나를 매달아 두었다.(아...제발 좀 나타나주든지...ㅜ)





고슴도치의 최초 발견장소로 가 보다


이틀간 시도된 고슴도치 구출작전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고슴도치는 어디로 간 것일까.(생존해 있기는 한 것일까...ㅜ)이틀 전 고슴도치 구출작전 현장에서 만난 민 모 씨를 다시 만나 반가웠다. 그는 고슴도치 한 마리를 발견한 장소를 알고있었다. 그가 발견한 고슴도치는 구출현장으로부터 대략 50m 정도 떨어진 작은 동산(공원)이었다.





민 씨를 따라 그가 발견한 고슴도치 발견현장과 내가 발견한 현장을 연결해 보며, 두 사람이 발견한 고슴도치가 동일 개체이기를 바랐다. 하수구는 구조현장으로부터 작은 동산곁으로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민 씨가 발견한 고슴도치가 동일 개체라면 녀석은 하수구를 오가며 생존하고 있었을 개연성이 커 보였다.



상처받은 고슴도치의 마음

민 씨가 안내한 작은 동산 꼭대기에는 운동기구가 있는 데 민 씨가 앞장 서 간 곳은 조릿대가 우거진 숲이었다. 민 씨는 산책을 나왔다가 저곳에서 고슴도치를 발견했다고 했다. 고슴도치 뿐만 아니라 어떤 때는 조릿대가 움직여 살펴보니 '이구아나'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고슴도치 뿐만 아니라 이구아나도 있었어요. 조릿대가 살살 움직여 살펴보니 녀석인데 빠르게 사라지더군요. 애완동물을 기르던 사람들이 유기한 것 같은 데 그런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안 가요. 한 생명을 보살피는 게 쉬운 일인가요. 키우지 못하면 애시당초 키우지 말든지...에그..."




민 씨의 목격담을 들으면서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언제인가 녀석은 하수구를 탈출해 다시 근처 숲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한편 하수구 속에서 얼굴을 내밀지 않은 녀석의 속마음을 헤아려 보니 마음 한 편이 짠해왔다. 서 씨의 판단에 따르면 녀석은 야생 고슴도치가 아니라 애완용이었다. 누군가 키우다가 버렸다면 녀석은 인간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며, 녀석은 죽을 때까지 인간에 대한 트라우마를 간직하게 될 것이다. 어느날 인간들이 자기를 구출해 주겠다고 난리법석을 떠는동안, 녀석은 어두운 동굴속에서 인간을 원망하며 얼마나 흐느꼈을까...




민 씨를 따라갔다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보니 저만치서 '아파트냥' 한 마리가 물끄러미 고슴도치가 살던(?) 장소를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은 고슴도치의 행방을 알고 있을까...그 후로도 짬만 나면 고슴도치와 조우한 현장을 가 봤다. 그러나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아야 마땅했다. 괜히 그들의 삶에 인간들이 끼어들면 복잡해 질 것 같고 녀석들의 삶을 방해하겠다는 생각도 드는 것. 다만, 녀석이 애완용 출신(?)이라고 말해 마음은 여전히 녀석이 살고있던 그곳에 가 있다. 잘 살아주기 바란다. 

"난...
 인간으로부터 버려진
 고슴도치 한 마리와
 생명을 귀히 여기는 
 아름다운 한 청년을 
 영원히 기억할 거야!..."

우리는 다...그 누구로하여금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애완용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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