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갈 것인가.
어떻게 갈 것인가.
그리고
여행을 통해 무엇을 만날 것인가.
지난 6월 27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진주행 버스표를 손에 쥐고 나는 최근에 만난 아우님의 모습을 기억해 내고 있었다. 보름 전에 우리는 남원의 춘향제에서 이틀 밤을 보낸 적 있다.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만날 때 마다 반가운 사람. 그는 말 수가 적었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조용한 성품의 아우님이었다. 말 수가 적어서인지 여럿이 만나게 되면 그가 곁에 있는 지 조차 쉽게 기억해 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 아우가 남원의 선원사(주지 운천스님) 요사체에서 꺼내든 책 이름이 <남도여행법-저자 김종길>이었다. 초록색 책갈피에 하얀 테두리가 둘러처져 있고 책 제목을 세로쓰기 한 모습. 제목 위에는 작은 글씨로 '경전선을 타고 느리게. 더 느리게'라고 써 두었다. 책을 건네받은 장소가 사찰 내에서 그랬던 지 마치 경전 한 권을 받아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A4용지 절반을 접은 것 보다 조금 더 작은 이 책은 가이드북처럼 손에 쏙 들어오는 책이었다. 여행자들이 잘 알고 있는 가이드북 <론니플래닛>이 세상을 폭풍처럼 다(?) 쓸어 담고 있다면, 아우님이 쓴 남도여행법은 아우님의 성품처럼 그저 보일 듯 말 듯한 바람의 흔적... 인터넷을 통해 자주 접한 그 흔적들이 고스란히 박재된 채 내 손에 건네진 게 남도여행법이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은 굳이 가이드북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책장을 열어보니 무엇이든 빠른 것에 익숙한 현대인들 한테는 잘 달여진 약탕기 곁에 서 있는 듯한 '느림의 미학'이 코 끝을 자극하는 것이다. 많은 지식을 쌓아둔 책이 아니라 여행자의 발길에 묻어난 수 많은 이야기들이 약탕기 속에서 잘 달여낸 것처럼 매우 절제된 표현으로 359페이지까지 이어지고 있었던 것.
아마도 자기 차를 직접 운전하지 않고 버스나 기차를 타고 여행을 나선 사람들이라면 저자의 책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즐길 것인지 단박에 이해하게 될 것 같았다. 느린 여행을 통해 바쁘게 살면서 지나쳤던 시간에 대한 보상이 녹색으로 포장된 책장 속에 깃들어 있었다고나 할까. 마치 맛있는 음식을 야금야금 아껴먹는 듯한 모습이었다.
진주라 하면 촉석루 밖에 모르는 내게 남도여행법이라는 책을 통해 아우님의 진면목을 만나게 된 건 서울을 떠난 지 4시간 여 만의 일이었다. 한국철도공사 진주역(이곳에선 '신진주역'으로 부른다) 역사 안에서 펼쳐진 남도여행법 북콘서트(출판기념회)에는 평소 아우님과 각별한 연을 맺고 있던 귀인들이 참석했는데 그 중 진주역 안에서 펼쳐진 특별한 북콘서트 장면을 시작으로 남도여행법 북콘서트 장면을 여러 편 엮어 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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