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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갤러리/도시락-都市樂

119 출동시킨 고슴도치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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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고슴도치가 산다[후기]
-119 출동시킨 고슴도치 한 마리-




"우리사회에서 

 생명을 경시하는 풍토가 

 가장 위험해요!..."


지난 주말 오후, 서울 강남의 'ㄷ아파트단지' 한편에서는 보기드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고슴도치 한 마리가 결국 119소방대원을 출동시킨 보기드문 일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가끔씩 알려지고 있는 반려동물 구조 소식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119대원들. 그런데 이날 119대원들이 상대해야 할 대상은 말 그대로 주먹만한 크기의 고슴도치가 주인공이었다. 119대원들이 출동하자 이웃 주민 한 분이 고슴도치 구조현장에 나와 '무슨일인가' 싶어 말을 건넸다.


행인: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필자:아 네,고슴도치 한 마리가....

행인:그렇다면 누가 유기하신 거란 말씀이지요.

필자:네,그렇다고 하네요.

행인:참 큰일 입니다. 우리사회에서 생명을 경시하는 풍토가 가장 위험해요. 요즘 뉴스를 보면 기르던 강아지를 함부로 버리기도 하는 소식을 보는 데 그게 인간이 할 짓입니까. 그런 사람들은 애완동물을 기를 자격이 없지요.

필자: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행인:안타깝다마다요. 요즘 자고나면 일어나는 사건 좀 보세요. 사람을 죽여놓고 죄의식도 없어요. 애고 어른이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말이지요.


지나가던 이웃 주민 한 분(67,민 아무개 씨)은 마치 자기일을 당한 듯 반려동물 유기에 대해 사회적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었다. 돈 밖에 모르고 생명을 경시하는 풍토가 만연돼 있다는 것. 아울러 민 씨는 얼마전 가까운 야산에서 고슴도치를 발견한 적 있는 데 혹시 그 녀석이 이곳까지 진출한 게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다. 또 아침 산책을 나오면 이구아나도 눈에 띄고 너구리 새끼들이 수도없이 목격된다는 것이다. 도시 한켠에서는 '동물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는 데 고슴도치가 발견된 곳은 그들이 살고있는 주변이었다. 






119대원이 출동한 건 오후 6시가 넘어서였다. 과천에서 긴급출동한 서유석 씨와 함께 고슴도치의 존재를 확인하고 나서부터 부지런히 움직여 구조방법을 물색하고 시도해 봤지만, 마음만 바쁘고 번번히 실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과정 전부와 119대원이 출동해 펼친 고슴도치 구조작전 등을 후기로 소개해 드린다.


고슴도치 구출작전에 돌입하다


고슴도치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우리는 바빠졌다. 주말 오후 2시가 넘은 시각부터 시작된 구출작전은 어느새 오후 4시를 넘기고 있었다. 참고로 위의 그림을 보시면 녀석의 구출작전이 어떻게 진행돼야 할 지 상상이 될 것 같다. 서 씨는 주차장으로 이동해 자동차를 구조현장 가까운 곳으로 이동시켰다. 고슴도치의 선물이 자동차 속에 있었던 것. 





서 씨가 하수구 옆에 펼쳐둔 고슴도치의 선물은 고슴도치의 밥이었다. 작은 비닐팩에 담겨진 녀석의 밥은 처음보는 것들인데 고양이밥과 성분이 비슷한 것들이라고 했다. 봉지 하나에 쓰여진 이름 '도치킨'이 눈에 띄기도 했다. 덩치가 큰 서 씨가 고슴도치와 같은 작은 애완동물을 애지중지하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서 씨는 그게 단지 고슴도치가 귀여워서 기르는 취미생활 정도가 아니라 한 생명을 돌보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고슴도치 구출용 도구를 구하라


만약 서 씨가 그런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면 주말 황금시간대에 도시 한켠에서 땀을 빨뻘 흘려가며 고슴도치 구출작전을 자청했겠는가. 필자('나'라고 한다)도 할 일을 찾아야 했다. 따라서 녀석의 실체가 담긴 동영상을 확인 후 아파트단지 분리수거장 주변을 샅샅히 뒤져 녀석의 구출에 필요한 장비를 찾아나선 것이다. 내가 동네를 뒤져 찾아낸 건 집게 하나와 낙엽을 긁을 때 사용하는 갈고리가 전부였다. (아고고...글쎄다!...ㅜㅜ)





집게의 용도는 하수구 입구 근처까지 이동한 녀석을 포획할 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갈고리는 보다 먼 거리에 위치한 녀석을 강제로 긁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 가져와 보니 문제가 생겼다. 녀석이 하수구 안쪽에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가져온 구출도구(?)는 형편없었다. 일단 좁은 하수구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고 잘 휘어지는 손잡이가 필요했다. 서 씨는 고슴도치 구조용 쪽대를 만들었지만 소용없었다.





서 씨는 그동안 하수구 양쪽을 수시로 오가며 몸을 웅크려 녀석의 정체를 확인해 보고 있었다. 서 씨의 활동량을 보니 오체투지란 말이 절로 떠오를 정도.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한 생명을 건져내는 일은 결코 쉽지않았다. 그동안 구멍가게에 들러 이온음료 한 통씩 마시면서 효과적인 구조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한차례 소나기가 쏟아지고 이번에는 철물점으로 이동해 철사를 구해오기로 했다. 철사를 이용해 고슴도치를 구해볼 요량이었다. 





그럴 듯 했다. 석이 웅크린 하수구 지름은 대략 25센티미터 정도로 보였는 데 하수구 속으로 철사를 관통시킨 다음 한쪽 끄트머리에 바가지 등을 달아놓고, 반대편에서 잡아당기거나 녀석을 압박하면 한쪽으로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시경 카메라가 있으면 녀석의 실체(위치)를 좀 더 확실하게 할 수 있고 좁은 터널 속으로 이동할 수 있는 소형자동차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지만 그것도 희망사항이었을 뿐이다. 


우리말에 '개똥도 약에 쓰려면 안 보인다'는 속담처럼 그 흔하던 '쥐틀'은 다 어디에 있는 지...철물점에서 사 온 철사가 우리에게 실망을 안겨준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철물점에 있는 건 굵은 철사가 아니라 가느다랗고 잘 휘는 (강도가 약한)철사였는 데 하수구 절반정도까지 들어가나 싶으면 중간에서 휘어지고 말았다.(아...이런 이런...ㅜㅜ) 





서 씨의 육중한 몸이 그 좁은 하수구 속을 들락거릴 때마다 자꾸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맨처음 녀석을 발견했을 당시 "그냥 내버려두지않고 구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자꾸만 엄습하는 것. 시계를 보니 어느덧 오후 5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동안 서 씨의 요청(냄새가 강한)에 따라 급히 구해 온 참치켄을 하수구 양쪽 입구에 담아 녀석을 유인해 보기로 했다. 이틀동안 굶주린 것으로 판단해 짙은 참치의 유혹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것. 그러나...속수무책이었다!...ㅜㅜ 


고슴도치 한 마리가 119 출동시키다


서 씨는 그동안 동물구조센터 등 우리사회에 알려진 (구조)채널을 백분 활용하고 있었으나, 주말이어서 그런지 회신은 부정적이었다. 그 가운데 우리가 너무 잘 아는 119에 연락을 취할 때쯤은 오후 6시 반이 가까울 즈음이었다. 하수구 양쪽을 부지런히 오간 서 씨!...생각보다 훨씬 더 위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행하는 서 씨의 행동을 통해 고슴도치 한 마리의 생명이 엄청나게 크게 다가왔다. 자꾸만...자꾸만...진도 앞 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오버랩되고 있었던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그 어떤 인명구조 노력도 없었다.





"우리사회에서 

 생명을 경시하는 풍토가 

 가장 위험해요!..."


이웃의 질책이 귓전을 때렸다. 그래서 고슴도치 한 마리를 구출해 보겠다는 노력이, 자꾸만 자꾸만...자아~꾸만 세월호 참사에서 숨진 이팔청춘과 생명의 존귀함으로 절로 엮어지는 것이다. 그  존귀한 생명을 지키려는 노력이 한 젊은이로부터 발현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 주먹 크기 밖에 안 되는 고슴도치의 덩치 때문이 아니라, 생명의 가치는 '우주의 크기' 전부 이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가슴깊이 다가오는 것이다. 한 이웃이 말했다.


"이같은 젊은이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요.

 아직도 우리사회는 살아볼 만한 곳이라는 

 진정한 가치를 보여준 것이지요."





고슴도치 한 마리가 던져준 크나큰 메세지였다. 서 씨는 자기와 우리의 노력이 수포로 끝나갈 무렵, 가능과 불가능 사이에서 고민한 끝에 119소방대원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주먹만한 고슴도치 한 마리가 제 몸 크기 보다 엄청난 크기의 소방차 한 대와 소방대원을 출동시킨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서 씨는 전화기를 붙들고 119에 애원을 하고 있었다. 먼 발치서 넌지시 지켜보고 있자니, 그저 버려진(?) 고슴도치 한 마리를 구하고 싶은 게 전부가 아니었다. 생명을 천하보다 존귀하게 여긴 당신의 '삶의 철학'이 119를 감동케 한 것. 아직 고슴도치 구출작전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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