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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갤러리/도시락-都市樂

사라진 고슴도치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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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고슴도치가 산다[후기]
-사라진 고슴도치 어디로 갔을까-



"생명이란 

 무엇일까?..."


어제(21일) 오후 새삼스럽게 생명을 존귀함을 일깨워 준 한 젊은이가 필자('나'라고 한다)앞에 나타났다. 그는 과천(의왕시 백운지)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서유석이란 분이었다. 그는 나의 블로그와 인터넷 아고라방 반려동물 카테고리에 올려둔 '그곳에 고슴도치가 산다'는 제하의 고슴도치 소식을 듣고 블로그에 전화번호를 남기고 현장에 가 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이미 녀석의 존재가 궁금해 고슴도치가 사는 곳을 다시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블로그를 다시 열어보니 그곳에 전화번호가 적혀있어 곧바로 연락을 했다. 그는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서울 강남의 ㄷ아파트단지를 향해 출발했다. 서 씨는 고슴도치를 꼭 구출해보겠다고 했다. 그를 만난 건 오후 2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훤칠한 키에 건장한 체격의 서 씨와 함께 우리는 곧 고슴도치 생포작전 내지 구출작전에 돌입했다. 그 과정 전부를 나누어 소개해 드린다.





사라진 고슴도치 어디로 갔을까


도시에서 고슴도치를 만날 수 있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요즘 짬 날 때마다 오래된 아파트 곳곳에 묻어난 정취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마실을 떠난 곳은 굵직한 메타쉐콰이어 나무가 조경된 아파트단지의 한 모퉁이. 이곳은 인적이 드문 곳으로 아파트단지 주변으로 조그만 하수구가 만들어져 있는 곳이다. 이곳을 다시 방문하게 된 건 두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간밤에 억수같이 퍼부은 비 때문에 고슴도치의 안부가 궁금한 게 첫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관련 포스팅 아래에 고슴도치의 안부를 걱정하는 분들 때문이었다.


"애완도치네요..

 누가유기한거네요..

 구조해 주시면 좋으련만...

 한 생명을 구해주고 싶네요."


이 댓글을 남긴 분은 서 씨였다. 서 씨는 고슴도치를 기르고 있는 고슴도치 전문가였다. 고슴도치의 외형만 봐도 토종인 지 수입한 동물인 지 등 고슴도치의 생리적 특성 등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분이었다. 그가 블로그에 올려둔 고슴도치를 보자마자 '애완도치'라고 멀했기 때문에 덜컥 걱정이 되며 조심스럽지 못하게 한 나의 행동이 못마땅했다. 


고슴도치 전문가가 아니라 고슴도치의 실물을 야생(?)에서 처음봤으므로 그저 야생의 생태에 적응해 있으면 그게 더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좌불안석이 됐다.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녀석의 소재파악을 하고 구출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 씨를 만나기 전부터 이미 문제가 생겼다. 간밤에 억수같이 퍼부은 비 때문에 하수구에 물이고인 것. 아뿔싸!!...





이틀 전 고슴도치가 웅크리고 있던 하수구 웅덩이는 빗물이 고여있었다.(아...이럴수가!...ㅜ)




그렇다면 녀석은 어디로 사라졌다는 말인가.(혹시?...)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간밤에 서울에 퍼부은 비는 하수구에 쌓였던 낙엽 등을 깨끗히 쓸어모아 고슴도치가 발견됐던 하수구 입구까지 쌓아두었다. 다시 한 번 더 그 모습을 보면 이랬다.





비가 내리기 전과 후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고슴도치가 있어야 할 곳에 고슴도치는 사라지고 물이 흥건히 고인 하수구...녀석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간밤에 내린 비로 하수구는 일부러 청소해 둔 듯 깨끗했다. 이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서 씨가 이미 출발을 했다. 위치를 알려주자 그의 목소리는 흥분해 있었다. 그는 반드시 고슴도치를 구출해 보고싶은 표정이었다. 우리는 고슴도치가 발견된 장소를 향해 거의 동시에 출발해 만나게 된 것이다. 고슴도치가 만들어준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고슴도치는 살아있을까...


서 씨를 만나 현장으로 이동한 직후 맨 먼저 한 일은 고슴도치의 생존여부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따라서 녀석을 만나게 된 경위 등을 소상하게 설명해 주고 녀석의 존재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서 씨가 들여다보고 있는 하수구는 고슴도치가 살던 하수와 이어진 곳이었다. 만약 녀석이 빗물을 피하거나 떠내려 갔다면 중간 웅덩이에 갇혀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서 씨는 매우 바쁘게 움직였다.


"살아있어야 할 텐데...ㅜㅜ"


서 씨가 내뱉은 탄식 때문에 나는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아...이런 줄 알았다면 생포해 분양이라도 할 걸...ㅜ)





서 씨는 작은 쇼핑백을 들고왔다. 그 속에 든 건 녀석의 생존여부를 확인해 볼 기구와 몇가지 음식들 그리고 보온용기까지 들어있었다.





이건 서 씨가 들고온 헤드렌턴이다. 어둡고 은밀한 곳을 좋아하는 녀석의 특성을 잘 아는 서 씨의 헤드렌턴은 곧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하수구 입구와 서 씨의 머리 사이즈의 언발란스 때문에 한참이나 고생했다. 그를 붙들어야 하수구 안쪽으로 불을 비쳐볼 수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서 씨와 하수구 입구 사이즈가 맞지않는다.ㅜ 





그냥 엎드리면 이런 모습이다.





고슴도치가 살던 하수구에 헤드렌턴을 비추어 보며 녀석의 존재를 확인해 보는 데 무리가 따랐다. 내시경 카메라가 절실했다. 그러나 그건 희망사항이었을 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시라도 빨리 녀석의 존재를 확인하고 구출하는 게 급했다. 서 씨는 녀석의 체온을 걱정했다. 





하수구 입구 양쪽을 오가며 발버둥친 결과 옷이 다 젖은 건 물론이었다. 서 씨의 큰 덩치가 좁은 하수구 속으로 들어갈 정도였다면, 당신은 그저 고슴도치 애호가가 아니라 생명의 존엄성을 깊이 깨닫고 사는 분이었다.






生命!...


그저 살아있는 목숨을 칭하는 게 생명이 아니라 생명이 천하보다 존귀해 '살아라!'고 명한 말씀 정도로 풀이해야 할까.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서 씨의 몸을 던진 구출작전 때문에 이때부터 의기투합할 수 밖에 없었다. 날씨는 후텁지근하고 땀이 줄줄 흐르는 어느 순간 기분좋은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서 씨가 최선을 다해 하수구 속으로 몸을 굽혀 안쪽에 숨어있을지도 모를 녀석의 동태를 살핀다.

 




그러나 몇 분을 같은 자세로 작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입구는 좁았다. 무슨 방법은 없을까...서 씨는 헤드랜턴과 스마트폰의 동영상 기능을 통해 내시경처럼 사용해 보기로 했다. 하수구 안쪽 깊숙한 곳은 몰라도 입구 근처만 잘 촬영하면 녀석의 존재여부를 확인해 볼 수 있을 것. 서 씨의 어께를 부축해 붙들고 하수구 깊숙히 몸을 구부렸다.





서 씨가 마침내 하수구 안쪽의 모습 일부를 촬영하는데 성공하고 동영상을 열어보는 순간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앗...선생님 이거 보세요. 
 녀석이 요 앞에 있어요!!...^^"

영상에 찍힌 녀석은 희미한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는 것 같았다. 녀석은 용케도 살아있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녀석의 구출에 필요한 묘안을 짜내는 데 골몰하며 하수구 양쪽을 바쁘게 오가며 주말 오후 시간 전부를 녀석의 구출작전에 보내고 있었다. 그 장면은 다음편에 실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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