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고슴도치가 산다
요게 뭘까?...
녀석이 눈에 띄자마자 맨 먼저 '요게 뭘까?...란 생각이 들었다. 어제(20일) 오전 카메라를 들고 마실을 나갔다가 만난 고슴도치였다. 처음엔 밤송이로 착각했다. 그러나 작년 가을에 떨어진 밤송이가 하수구 속에서 여적 싱싱한 모습을 할 리도 없었던 것. 따라서 수상한 물체에 대한 정보가 머리 속을 스쳐가며 고슴도치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고슴도치는 왜 이곳에 버려(?)졌을까. 누군가 기르다가 버리지 않았다면 사방이 높다란 하수구에 갇혀지내는 게 틀림없었다. 고슴도치의 짧은 다리로 이곳을 탈출하기엔 불가능에 가까운 것. 녀석을 살펴보는동안 미동도 하지않아 '혹시 죽었나'싶은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래서 근처 숲에서 가느다란 꼬챙이 하나를 줏어와 녀석의 생사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먼저 밤송이 같은 녀석의 등을 살살 간질러(?)보았다. 꿈쩍도 안했다. 이번에는 꼬챙이로 고슴도치의 옆구리 쪽에 지렛대처럼 집어넣어 굴려보기로 했다. 그때였다. 녀석이 꼼지락 거리며 매우 긴장된 듯 숨가쁜 모습이 뾰죽한 등가죽을 오르락 내리락 거리게 만들었다. 녀석은 침입자가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만으로 밤송이전법(?)을 사용해 죽은 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자기의 정체가 모두 탄로난 고슴도치의 숨가쁜 모습을 동영상에 담는동안 녀석의 앙증맞은 얼굴이 보일락말락 했다. 고슴도치가 살고있는 곳은 서울 강남의 오래된 'ㄷ아파트 단지'의 무성한 숲 속의 작은 하수구.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않는 곳이라,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녀셕의 성격상 은둔하기엔 적합해 보였다. 하지만 생활쓰레기 조차 잘 떠내려오지 않는 외딴 하수구 속에서 녀석이 무엇을 먹고 사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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