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낳으면 심었다는 '오동나무꽃' 너무 정숙해!
대모산을 다녀 오면서 한 아파트단지에 오동나무꽃이 활짝 핀 모습을 보며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추하지도 않고 소박하며 너무도 정숙한 색깔과 모습에 이끌려
기어코 오동나무꽃에 코를 갖다대고 말았다.
풋풋하면서도 살내음과 함께 향긋함이 물씬 배어 나온다.
연보라빛 꿈을 가득안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자세다.
나도 모르게 오랜전에 본 딸아이가 입던 정갈한 교복의 옷깃이 떠 올랐다.
늘 하얗게 까만 교복의 한켠에 붙어서 성숙해져 가는 한 여성의 상징처럼 보였던 그 옷깃은
곧 지아비를 맞이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인데,
그런 딸아이를 닮은 오동나무꽃들이 교정을 나서며 한데 어우러진 친구들 마냥
크지도 않은 오동나무 가득 연보라 하얀꽃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예전에는 딸아이를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시집갈 때 그 오동나무로 만든 장롱을 딸아이에게 건네주며
친정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움을 동시에 늘 간직하도록 했다는 것인데,
그냥 지나쳤던 오동나무가 오늘따라 유난히도 그리운 것은
늘 곁에 있는 딸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더한 것 같다.
그렇게 친정의 담벼락에서 잘 자라던 나무는 딸아이가 장성해 감에 따라서
시집갈 나이쯤 하늘높이 자라며 딸과 함께 친정의 마당 한켠을 허전하게 하고
또 딸을 시집보낸 어버이 마음 한켠을 허전하게 하며 딸에 대한 그리움을 더한다.
그 마음을 알기나 하는지 시집간 딸아이가 소식이 없을 때 쯤 바라보는 오동나무꽃은
금지옥엽과 같은 너무도 귀하고 예쁜 딸아이의 정숙함을 닮았다.
요즘은 모든것을 너무 쉽게 잊고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다.
애지중지하는 물건이 없는 것과 함께 애지중지 하는 마음조차도 상실한 시대같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 새것이 좋고 낡은 것은 함부로 버리는 세상이다.
따라서 마음조차도 쉽게 변하고 친구조차도 쉽게 버리며 동기간의 마음도 곧잘 변한다.
담벼락에 심어둔 오동나무를 잘라서 장롱을 만들고 시집가는 딸에게 함께 보내어
대를 이어 보존하며 어른들에 대한 기억과 어릴적 추억들을 소중히 간직해 주는 그런 문화는 찾기 힘들어졌다.
이제 딸을 낳으면 사위 맞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 되었고
그 딸아이가 출산을 해서 또 딸을 낳아도 오동나무를 심을 필요가 없어졌다.
오동나무를 심을 공간도 없어졌을 뿐 아니라 장롱조차 필요없게 된 세상에서
새삼스럽게 오동나무꽃을 바라보며 어머님이 쓰시던 장을 떠올렸던 것인데,
그 장롱도 시집오실 때 가져 오신 것 말고도
할머니가 쓰시던 장롱과 함께 안방에 가지런히 놓였던 생각이 난다.
어릴적 그 방에 들어서면 언제나 분내음이 나곤 했는데 나는 그 냄새가 어머님의 냄새가 아니라
여성들의 냄새라 생각했었다.
그 냄새가 무심코 코를 들이민 내 후각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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