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의 현주소
선거가 코 앞에 다가왔기 때문일까...
권력의 나팔수로 전락한 언론(신문과 방송)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성명 하나가 눈길을 끈다. 이명박근혜 방송으로 추락한 MBC 기자들은 12일 오전 보도국 뉴스게시판과 사내 자유발언대에 자사의 세월호 침몰 사고 보도를 반성하는 글을 올려, 세월호 보도에 대해 '참담하고 부끄럽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 내용을 살펴보니 MBC 뿐만 아니라 소위 '방송3사'는 물론 조중동 등 친정부 언론사 전부에 해당하는 내용이나 다름없었다.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해 그들 스스로 '보도참사'라고 말 할 정도로 언론의 사명을 저버린 점을 반성하는 모습을 담았다. 성명 전문은 이랬다.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 지난주 MBC 뉴스데스크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모욕하고 비난했습니다. 세월호 취재를 진두지휘해온 전국부장이 직접 기사를 썼고, 보도국장이 최종 판단해 방송이 나갔습니다. 이 보도는 실종자 가족들이 '해양수산부장관과 해경청장을 압박'하고 '총리에게 물을 끼얹고' '청와대로 행진'을 했다면서, '잠수부를 죽음으로 떠민 조급증'이 아니냐고 따졌습니다. 심지어 왜 중국인들처럼 '애국적 구호'를 외치지 않는지, 또 일본인처럼 슬픔을 '속마음 깊이 감추'지 않는지를 탓하기까지 했습니다.
국가의 무책임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를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그들을 훈계하면서 조급한 비애국적 세력인 것처럼 몰아갔습니다. 비이성적, 비상식적인 것은 물론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보도였습니다. 한마디로 '보도 참사'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 저희 MBC 기자들에게 있습니다. 가슴을 치며 머리 숙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해경의 초동 대처와 수색, 그리고 재난 대응체계와 위기관리 시스템 등 정부 책임과 관련한 보도에 있어, MBC는 그 어느 방송보다 소홀했습니다. 정몽준 의원 아들의 '막말'과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처신 등 실종자 가족들을 향한 가학 행위도 유독 MBC 뉴스에선 볼 수 없었습니다. 또 유족과 실종자 가족을 찾아간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는 빠짐없이 충실하게 보도한 반면, 현장 상황은 누락하거나 왜곡했습니다. 결국 정부에 대한 비판은 축소됐고, 권력은 감시의 대상이 아닌 보호의 대상이 됐습니다.
더구나 MBC는 이번 참사에서 보도의 기본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신뢰할 수 없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기' 한 결과, '학생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냈는가 하면, '구조인력 7백명' '함정 239척' '최대 투입' 등 실제 수색 상황과는 동떨어진 보도를 습관처럼 이어갔습니다. 실종자 가족에게 더 큰 고통을 준 것은 물론, 국민들에겐 큰 혼란과 불신을 안겨줬으며, 긴급한 구조상황에서 혼선을 일으키는데도 일조하고 말았습니다. 이점 희생자 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립니다.
해직과 정직, 업무 배제와 같은 폭압적 상황 속에서 MBC 뉴스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사실을 신성시하는 저널리즘의 기본부터 다시 바로잡겠습니다. 재난 보도의 준칙도 마련해 다시 이런 '보도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MBC가 언론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끈질기게 맞설 것이며, 무엇보다 기자 정신과 양심만큼은 결코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 MBC 기자회 소속 30기 이하 기자 121명 일동"
<출처: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40512202907735>
MBC 기자들이 보도국 뉴스게시판과 사내 자유발언대에 성명을 발표한 '내용만 참조'하면 진정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MBC가 진심으로 보도참사에 대해 뉘우치고 잘못을 사과할 것이라면 이같은 내용을 방송을 통해 내보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그래야 옳다. MBC를 시청한 모든 사람들의 알권리를 왜곡하고나 호도했으므로, 그동안 MBC를 시청한 시청자 모두에게 '성명의 사실'을 알려야 할 것. 성명 내용은 충실하나 전달 방법은 너무 약해 진심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
요즘 정몽준 등의 막말이 실시간으로 사과하는 모습도 진심으로 여겨지지 않는 건 선거를 앞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막말을 쏟아낸 사람들의 뒷배경은 여전히 '조작질'을 일삼는 권력자들 아닌가. 세월호 참사를 놓고 사람들이 박근혜에게 분노를 쏟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고 초기 대응모습은 살인을 방치한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무능하고 무능력 하고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1차적 사고 책임은 해당 선사와 선장에게 있다지만, 관리부재의 책임 전부는 정부와 박근혜의 몫이었다. 새누리당도 한 통속이었다. 그러나 박근혜는 선장을 '살인자'로 지목하며 유병언의 뒷조사가 한창이다. 이들을 다 털어봣자 나올 게 뭐가 있을까. 정부가 책임에서 발을 빼고 도망친 모습이다. 권력 유지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다음은 더 가관이었다. 박근혜와 청와대의 작품인 '조문연출'은 세월호 참사를 국민적 절망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한 '분향쇼'였다. 그게 진심을 전달하는 방법이 아니란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MBC가 진심으로 보도참사에 대해 뉘우치고 잘못을 사과할 것이라면 '박근혜의 조작질'을 전철로 여길 수 있는 여지를 남겨서는 안 될 것이다. 성명을 발표한 즉시 국민의 생각을 지배하고자 하는 질나쁜 방송행태로부터 멀어져야 하는 것. 종편 중에서 유일하게 JTBC가 독보적인 자리를 구축한 데는 언론 본연의 모습을 지켰기 때문 아닌가. MBC 기자 121명이 스스로 밝혔듯이 언론의 사명은 바르고 곧은 태도로 일관하며 권력을 견제하는 일이다. 그런데 오히려 '권력을 보호'하고 나섬으로서 언론은 물론 박근혜와 대한민국을 침몰시키는 데 일조한 것.
지금 이 시간에도 권력은 언론을 지배하고자 안달을 한다. 그들 스스로 거짓정치를 하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 KBS를 지배해 보고자 하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근혜 정권과 MBC와 뗄래야 뗄 수 없는 나쁜 기억들이 다시금 되살아 나는 것. MBC가 성명을 발표하고도 뒷맛이 구린 것도 이 때문이다. 박근혜는 물론 대한민국의 국격을 침몰시킨 데 일등공신은 MBC며 친정부 언론들이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란 말은 이럴 때 필요한 것. 당신들이 방송 등으로 더럽힌 대한민국의 국격 전부를 되돌려 놓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그 일은 '사실을 사실대로 형평성에 맞추어 보도'하면 그만이다. 당신들이 세월호 참사를 함부로 보도하는동안 우리 아이들을 두 번 죽이는 살인극이나 다름없었다는 점 깊이 반성해야 한다. 국민들의 입에서 퇴출 1순위가 박근혜와 MBC라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을 때도 됐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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