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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나와 우리덜

부림사건무죄판결,노무현의 영전에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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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영전에 바친다
-부림사건무죄판결,내란음모 사건과 뭐가 다른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저만치 떠나고 있었던 것일까...



6년 전, 필자는 서울시청광장에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뒤따르며 어느덧 서울역 앞 고가도로 위에 서 있었다. 카메라가 자꾸만 떨려왔고 어디서 솟구치는지 그놈의 눈물은 마를 시간이 없었다. 눈물이 그칠만 하면 뷰파인더 속에서 빙그레 미소 지으시던 당신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었길래 눈물이 그토록 솟구쳤는지...지금도 당시를 생각하니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샘솟는다. 당신께선 그저 가시면 그만이었지만 당신을 따라나섰던 시민들은 어디로 가야할지...참 야속했다.

그로부터 6년 후...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세상과 부딪쳤던 운명의 사건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따로 설명을 하지않아도 다 아는 부림사건이 무죄판결을 받는 순간, 맨 먼저 '내 마음 속의 대통령'을 보고 싶었다.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사진첩을 열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운명을 걸었던 당신께, 맨 먼저 무죄판결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었던 것이다.(보고 계시나요? 듣고 계시나요?...)





주지하다시피 부림사건은 1981년 공안 당국이 사회과학 독서 모임을 하던 학생,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하고 불법 감금해 수사하던 중 19명이 국가보안법.계엄법.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고, 전원 징역 1년~7년형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이틀 전(13일), 부산지법 형사 항소2부(한영표 부장판사)는 부림사건의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한 고호석(58), 최준영(60), 설동일(57), 이진걸(55), 노재열(56)씨 등 5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무죄판결 이유에 대해 "피고인들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했으나 경찰 수사 과정에서 상당 기간 불법 구금된 사실이 인정돼 자백의 임의성을 의심할 사유가 있다"며 당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은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실질적 해약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적용되기 때문에 학생운동이나 현실 비판적인 학습 행위만으로는 이 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히고 있었다.



 

그러나 부림사건을 보다 명확히 정리하기 위해선 국가보안법이나 반공법이 적용된 시점의 정치적 상황을 잘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부림사건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군사독재 권력의 정체성을 우격다짐으로 만들어보려고 했던 사악한 권력이 자행한 범죄라고 할 수 있다. 사악한 권력이  즐겨 사용한 건 '공안정국'이었으며 이에 동원된 게 검찰 내지 경찰이었다. 사법부가 권력의 시녀가 되지않았다면 이렇게 황당한 사건이 일어날 수 없었던 것. 

유신독재자 박정희가 김재규로부터 총살된 직후에 들어서게 된 군사정권에 의해 자행된 공안정국은, 최소한 5명의 선량한 학생들이 초로의 나이가 될 때까지 청춘의 귀중한 시간을 다 앗아간 것이다. 기막힌 일이었다. 이 사건을 기소한 검찰들은 권력에 빌붙어 출세가도를 달리며 떵떵거리고 사는동안, 이들은 오로지 자기의 명예 회복에만 매달렸던 것. 그 누가 어떤 보상을 해 줄지라도 부족한 회한만 남긴 게 무죄판결의 모습일까. 




부림사건의 무죄판결 이유 등을 보고 있노라니 2012 대선 직후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의원 등에 가해진 정치보복성 내란음모 사건이 절로 오버랩됐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이 억지로 꽤맞춘 엉터리 증거로 공작수사 비난을 면치못하고 있었던 게 이른바 '내란음모 사건'이었다. 지난 3일자, 검찰이 징역 20년과 자격정지 10년을 구형한 데 대해 이석기 의원은 최후변론에서 검찰이 든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이 의원은 최후변론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없는 것을 없다고 하는데, 이를 증명하라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른바 색깔론, 종북몰이는 낡은 수법이지만 여론전을 앞세우며 정교하고 교활해졌다. 만약 음모가 있었다면 내란음모가 아닌 박근혜 영구집권 음모가 있었다는 것이 사실에 부합할 것"





내란음모 사건을 기소한 당사자가 유죄를 입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처지가 뒤바뀐 것이다. 이에 이 의원은 "검찰은, 저를 들어본 적도 없는 이른바 RO총책이라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그야말로 토끼에게서 뿔을 찾는 격"이라며 최후변론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게 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33년 전 부림사건 당시의 기소 내용과 형식은 달랐지만, 2012년 대선 당시 국가기관에 의해 저질러진 댓글사건으로 정체성을 심히 의심받고 있는 정권으로부터 가해진 또 다른 공안사건이라고 생각하면, 눈 먼 권력이 멀쩡한 사람을 잡고있는 무서운 풍경이다. 검찰이 이석기 의원 등에 구형한 이유를 보면 사법부의 이름으로 국가가 개인에게 저지르고 있는 폭력은 상상 이상이다. 검찰은 구형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헌법의 가치를 부정하면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폭력혁명을 시도하려 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이석기 의원 등은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폭력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공안당국이나 이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권력 뿐일 것. 따라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재판에서 드러난 사실관계를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면 내란음모 등은 당연히 무죄"라며 "검찰 주장은 극단의 적대의식이 만들어낸 상상 속의 공포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부림사건의 무죄판결로 33년의 세월을 명예회복에 묻어버린 것과, 국가기관의 댓글사건을 고발한 당사자 등을 내란음모로 기소한 게 별로 달라보이지 않는다. 특정 정권이 정체성을 상실하거나 정체성을 꾸며보기 위해 폭력과 다름없는 권력을 휘두르면서 나타난 산물이란 것. 33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로부터 저질러지고 있는 인권유린 사건에 뛰어들면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다. 




(그런 당신을 일컬어 얼토당토 않은 '빨갱이'라니요...)




누군가 나서야 했지만 권력의 눈치만 보고 있을 때 당신이 팔을 걷어부친 사건이 부림사건이었다. 국가를 이루는 실체는 권력이 아니라 민중이자 국민이다. 또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올 때 비로소 권위를 되찾게 된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 부림사건이기도 하다. 부림사건의 무죄 판결 소식을 하늘에 계신 내 마음의 대통령께 바친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곳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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