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의 호수 따구아 따구아 비경
-Lago Tagua Tagua,Patagonia Chilena Norte-
물기를 잔뜩 머금은 하늘 안데스의 따구아 따구아 호수(Lago Tagua Tagua)를 병풍처럼 둘러싼 거대한 바위산이 꿈틀거리는 듯 하다.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시작되는 안데스 자락의 원시의 봄 풍경. 대자연의 부드러운 호흡이 호수 저편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조금 전 우리가 떠나왔던 선착장이 점점 더 멀어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뿌엘로 마을에서 따구아 따구아 호수를 건너 다시 뿌엘로 강을 따라 쟈나다 그란데(LLanada Grande) 마을로 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곳은 지명만 알고 있을 뿐 초행길이었다. 따라서 우리를 실어날으고 있는 훼리호 상갑판에 보는 풍경들은 전부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가끔씩 빗방울이 날리는 상갑판에서 호수 저편의 바위산을 보고 있노라니 위압감을 느끼기 보다 오히려 편안함을 그끼게 된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을 것 같은 거대한 바위산에는 적당한 크기의 원시림이 이끼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들. 그곳에서 거의 수직으로 흐르는 천(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언뜻 보면 가느다랗게 이어지는 폭포같지만 바위 골짜기로 길게 이어지는 물길이 천으로 보이는 것. 진풍경이었다.
이 땅이 맨 처음 태동했을 때부터 이어졌을 물길이 우기를 마지막으로 하얀 물거품을 보이고 있는 것.
저 멀리 민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바위산의 크기가 비교되며 인간의 존재를 다시 한 번 더 돌아보게 되는 것.
우리의 존재는 미약하기 짝이없어 보이는 데 천하를 품을 듯한 욕심으로 가득차 있었지...
천하의 따구아 따구아 호수는 작은 생명을 오롯이 품고 있었다.
가끔 먹구름 사이로 볕이 내리쬐면 하늘빛을 통째로 품은 에메랄드빛 호수가 반기는 곳.
뿌엘로 할머니가 떠밀지(?) 않았다면 후회할 뻔 했던 진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태고적 비경 속에 인간의 체온이 느껴진다.
폭포라기 보다 수직으로 흐르는 강이랄까...흔치않은 풍경이다.
돌아보는 것 만으로도 태고적 숨결이 느껴지던 따구아 따구아 호수가 자꾸만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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