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반대편의 소박한 캠핑 장소
-네그로 강,대자연의 경이로움에 눈뜬 곳-
소박하지만 기적같은 캠핑 장소...
한국에서 오래 살아왔던 사람들이 이런 풍경을 처음 마주치게 되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이곳은 지구반대편 칠레의 북부 빠따고니아에 위치한 오르노삐렌 마을의 네그로 강 하류의 풍경. 강 윗쪽의 로스 까네로스 다리(Puente los canelos)에서부터 강가를 걷기 시작해 바다가 맞닿은 강 하구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관련 포스트에서 자주 봐 왔던)낮선 식물 칠레 대황(gunnera tinctoria)이 강 옆으로 즐비하다.
필자는 처음 '군네라 띤끄또리아'를 마주친 직후 반사적으로 살아있는 화석식물이라는 생각이 퍼뜩들었다. 흔히 못 봤던 탓도 있었겠지만 식물의 생김새나 크기 등을 보통 식물과 비교해 보면 엄청난 차이가 존재하는 것. 이파리 한 장의 직경이 보통 1m에 이르고 다 자라면 2m에 이를 정도이며, 잎 위에 서브 배낭을 올려 두어도 될 정도로 튼튼했다.
필자는 처음 '군네라 띤끄또리아'를 마주친 직후 반사적으로 살아있는 화석식물이라는 생각이 퍼뜩들었다. 흔히 못 봤던 탓도 있었겠지만 식물의 생김새나 크기 등을 보통 식물과 비교해 보면 엄청난 차이가 존재하는 것. 이파리 한 장의 직경이 보통 1m에 이르고 다 자라면 2m에 이를 정도이며, 잎 위에 서브 배낭을 올려 두어도 될 정도로 튼튼했다.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눈뜬 곳
처음엔 이 식물을 한 두 그루 정도만 만나 신기해 하다가, 오르노삐렌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길 옆과 강 하구 여기저기서 자라는 걸 보고 어느순간부터 그 속으로 푹 빠져드는 것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공룡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게 칠레대황의 존재감이었다. 뿐만 아니라 네그로 강의 물빛은 우리나라의 설악산이나 심산유곡에서 봐 왔던 수정같이 맑은 물을 안데스에서 쉼 없이 흘려보내고 있었다.
대략 500년 전 북부 안데스 지역에서는 엘도라도를 찾아나선 침탈자들에 의해 이 땅에 살던 인디오들과 문화가 처참하게 사라졌다. 그러나 남부 안데스지역에서는 엘도라도와 무관했던지, 인간들의 문화유적은 쉽게 찾아볼 수 없고 대자연이 태초의 모습으로 보존되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은 오늘날 빠따고니아(파타고니아,Patagonia)로 불리우고 있는 곳. 그곳에 첫발을 디딘 후로 여적 한 번도 잊지못하고 있는 곳이 오르삐렌의 네그로 강가의 풍경이다.
그 강가에 서면 가슴 속에 쌓였던 퇴적물들이 순식간에 잊혀지거나 말갛게 사라지는 걸 경험하게 된다. 누구인가 아무 소리도 나지않고 진동도 느껴지지 않는 진공청소기를 가슴에 댄 것 같은 시원한 느낌이랄까. 그저 강물과 그 곁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과 풀꽃과 하늘만 올려다 봤을 뿐인데 느껴지는 희한한 느낌. 그건 오래 전 경북 예천에서 봤던 모래강(沙川) 내성천을 처음 봤던 느낌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소월은 그 느낌을 이렇게 노래했다.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그 강가에 서게 된 배경에는 소월이 천국처럼 여겼던 우리의 강변이 한 미치광이로부터 초토화 되고 있었을 때 쯤이었다. 그냥 강을 막아 흐름을 멈추게 한 게 아니라,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의 정서가 깃든 강을 마구 파헤치며 혼백까지 황폐화 시키고 있었던 것. 엘도라도를 찾아 떠난 사람들이 가졌던 '청교도들의 침탈논리(날강도 마인드)'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던 참혹한 현장이었다.
그 안타까웠던 분노의 현장으로부터 멀어져 지구반대편에서 처음 만나게 된 곳이 오르노삐렌의 네그로 강가...내겐 새 생명을 찾아준 성지였다. 그곳에서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며 다시금 성지순례의 설레임을 품게 만드는 것.
그 안타까웠던 분노의 현장으로부터 멀어져 지구반대편에서 처음 만나게 된 곳이 오르노삐렌의 네그로 강가...내겐 새 생명을 찾아준 성지였다. 그곳에서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며 다시금 성지순례의 설레임을 품게 만드는 것.
그곳은 캠핑이 일상생활의 연장같은 편리함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곳. 잠시 일상을 떠나 먹고 마시는 일에 열중하는 게 아니라 대자연에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는 곳. 누구 하나 간섭하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누워서 밤하늘을 바라보면 무수한 별이 쏟아지며 솜털 하나까지 다 곤두서게 만드는 곳. 아침에 눈을 뜨고 강가에 나가보면 풀꽃들이 재잘거리는 곳이다. 그 곁에서 종달새가 높이날고 연어와 송어가 수정같은 물 속에 박재된 곳. 그리하여 잠시 자기가 떠나온 세상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 곳. 내가 서 있던 힐링의 성지는 주로 그런 모습이었다.
지구반대편의 소박한 캠핑 장소
캠핑온 친구들...우리의 모습과 조금 다르다.아니...완전히 달랐다!...
강 하구 끄트머리...
더 나아갈 곳이 없다.
이제 돌아가야 한다.
더 나아갈 곳이 없다.
이제 돌아가야 한다.
내 조국 한국 땅에 오래 살아오면서 점점 더 갈 곳이 없어졌다. 우린 이 보다 더 좋은 강을 네 개 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었는 데...<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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