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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Hornopiren

말 두 필이 연출한 몽환적인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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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범함으로 다가온 평범한 풍경
-말 두 필이 연출한 몽환적인 마을-



너무 흔하면 눈에 띄지 않는 법일까...

 
뿌에르또 몬뜨에서 7번 국도(까르레떼라 오스뜨랄,Carretera Autral)에 몸을 싣고 북부 빠따고니아의 오르노삐렌 마을에 도착한 직후부터 사용한 언어(표현)는 거의 제한적이었다.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친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형용사가 자꾸만 되풀이 되고 있는 것. 아마도 그런 느낌은 오래전에 이곳을 삶을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 한테도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르노삐렌에 도착한 직후부터 살펴본 이 마을 사람들은 '닭 소 보듯'한 게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이었다.




여행노트 우리가 묵은 숙소는 오르노삐렌 버스터미널 바로 곁에 있는 목조건물 2층이었다. 버스터미널이라고 해 봤자 티켓을 파는 여직원 1명과 나무로 만든 장의자 하나가 전부였다. 7번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는 사람들과 여행자들이 주로 애용하는 버스터미널에는 겉에서 볼 때 터미널인지 그냥 가정집인지 쉽게 분간이 가지않을 정도였는데, 차 시간에 맞추어 몇사람이 얼쩡거려야 그제서야 터미널의 형체를 갖추는 곳이기도 했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오르노삐렌 광장 한퉁이에 있는 목조건물이었다. 이 마을 대부분은 목재가 풍부해 나무로 집을 짓거나 뗄감으로 난로를 데우거나 오븐을 사용해 요리를 했다. 우리가 맨 처음 오르노삐렌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민박집(오스뻬다헤,Hospedaje) 아주머니는 무뚝뚝한 표정에 뚱뚱한 체격이었다. 그에 비해 남편의 체격은 더 작았다. 참 무뚝뚝한 표정들이었지만 다정다감했던 사람들.




두 사람은 거의 대부분을 난로 곁에서 지내고 있었는 데 난로 바로 곁에는 아예 간이침대를 만들어 놓고 틈만 나면 드러누웠다. 그 자리는 주로 남편의 자리였는 데 오르노삐렌에 머무는동안, 우리가 밥을 짓거나 요리를 해 먹을 때 그 자리는 잠시 우리 차지였다. 우리는 빠따고니아 투어 끝까지 지참한 코펠과 버너 등으로 셀프요리를 해 먹기로 하고 투숙했다. 

그런 모습을 본 민박집의 부부는 우리 모습을 이해할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기도 했다. 지구반대편에서 이곳까지 여행을 온 사람들이 '저러고 사나' 싶은 표정들인 것. 그리고 이들이 또 하나 이해하지 못하는 건, 숙소에 지불하는 돈은 쥐꼬리 만큼인 데 비해 지참하고 있는 장비 등은 생전 처음 본 것처럼 즈윽이 놀라고 있었다. 그런데 더 놀란 것은 이들의 표정을 바라 본 나와 아내였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2층 숙소에서 커튼을 열어 젓히고 창 밖을 내다보는 게 일상이었는 데, 커튼을 열어 젓히면 그날 일기를 한 눈에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날 오르노삐렌의 날씨는 짙은 안개로 자욱했다. 이런 걸 '안 봐도 비디오'라고 하나. 이 마을에 온 직후부터 무시로 나가 본 앞 바다는 일기에 따라 수시로 표정을 바꾸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재빨리 도시락을 챙겨 꼭 다녀오고 싶은 곳을 향해 걸음을 옮길 예정이었다. 

도시락과 짐을 챙기는동안 오르락 내리락 한 곳엔, 민박집 여주인과 남편이 난로 곁에 앉아 불을 쬐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인사를 나누며 표정을 보아하니 '날씨도 안 좋은 데 왠 호들갑인가' 하는 모습.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은 숙소를 나서는 우리 뒤통수를 향해 조용히 한 마디했다.

"날씨도 안 좋은 데..."




민박집을 운영하는 뚱뚱한 여주인과 달리, 작은 체구에 목수 일을 하는 남편은 비 내리고 추운 날씨의 우기가 지겨웠을 지도 모르겠다. (이미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했지만)이곳에서는 비가와도 우비를 따로 챙기지 않는 게 일상이자 오래된 전통이었다. 그대신 두툼한 옷을 덧입고 다닌다. 처음엔 그런 전통이 믿기지 않았다. 뿌에르또 몬뜨에서 살고있는 지인의 말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비가오면 그냥 비를 맞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인은 우산장사를 하면 '떼돈 벌겠다'는 생각으로 우산을 잔뜩 떼다 놓고 팔리기만 기다렸는 데 웬걸...누구 하나 사는 사람이 없고 그냥 비를 맞고 다니더라나 뭐라나...ㅋ 그리하여 우산장사는 쫄딱 망했다는 것. 지인의 불행했던 초기 이민사를 전해 들으면서 키득 거린 것도 처음이었다. 
사정이 대략 이러한데 어느날 두 꼬레아노가 빗방울이 오락가락 하기도 하고 안개가 잔뜩 낀 어느날, 아침부터 호들갑(?)을 떨며 카메라를 메고 나서는 모습은 얼마나 안 돼 보였을까 싶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소풍을 가거나 사진을 찍으려면 화창한 날씨가 필수라는 게 민박집 여주인의 남편 생각들. 그러나 이렇게 몽환적인 풍경의 결과물을 잘 알고 있는 내겐 행운의 날씨가 틀림없었다. 이슬비에 젖은 노란 풀꽃 무리들과 날씨 때문에 밥상(?)을 앞에 두고 한가로이 풀을 뜯는 두 필의 말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그렇지만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자, 전혀 놀라운 풍경이 아닐 게 분명해 보였다. 이분들에겐 너무도 평범한 풍경이자 일상의 모습들...


그 풍경들이 '너무 좋다'며 아침부터 도시락을 챙겨 떠나는 모습은 도무지 이해 안 될 것. 차라리 빙하와 호수가 있는 근처 국립공원으로 간다면 모를까 싶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날 이후부터 파타고니아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우리에겐 너무 낮설고 비범한 풍경으로 다가온 것이다. 숙소를 나서며 난로 곁에서 불을 쬐는 남편을 향해 웃으며 나직하게 한 마디했다.

"천만에요. 최고의 날씨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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