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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갤러리/도시락-都市樂

갯가길,나만의 힐링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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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가길로 떠나는 힐링여행
-내가 만난 갯가길의 힐링 포인트-



내 가슴 속엔 어떤 추억들이 살고 계실까...




누구인가 '세월은 쏜 살 같다'고 말했다. 당시엔 몰랐지만 지내놓고 보면 일장춘몽 같은 게 세월의 모습이다. 인생은 하나의 기다란 꿈 같은 지, 장자는 이같은 모습을 '나비의 꿈(호접지몽,胡蝶之夢)'에 담아 시공의 벽을 허물었다. 당신이 어느날 꿈에서 본 나비 한 마리를 통해 '이상과 현실의 경계는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여수 갯가길을 다녀온 지 어느새 1주일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러니까 지난 주 이른 아침 필자는 서울에서 여수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있었다. 그곳에 가면 여태껏 살아오면서 보지 못한 희한한 정경들이 눈 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한 게 아니라, 연말연시에 늘 해 왔던 습관처럼 만나고 싶은 얼굴들이 먼저 떠 올랐다. 전화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겸손을 너머 수줍은 듯한 목소리.

"행님, 송년회도 겸해서..." 
 





그는 [사단법인 여수갯가]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여수 토박이이자 오랜 지기 임현철 아우였다. 거의 매일 사이버 공간에서 만나지만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우린 살아가는 공간이 너무 멀었다. 그러나 마음 한 편에서는 언제 어느때라도 말이 없어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넌지시 다 알고 있다고 보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인간의 오감은 주로 그런 것이었다. 말은 하지 않아도 통하는 이심전심(以心传心)의 세계. 나는 아우님이 전화 너머에서 말 하는 표정까지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어느날 내게 전화를 걸어 여수의 팸투어를 제안한 것이다. 알고 보니 주제는 <갯가길>이었다. 그 흔한(?) 갯가길이 금번 팸투어의 주제였던 것이다.




내심 마음은 갯가길 보다 평소 만나고 싶었던 블친 등을 만나 조촐하게 2013년을 소회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내가 아는 우리나라의 여행지는 '다 그렇고 그런 곳'이었는 데 특히 여수는 더 그랬다. 




내 고향은 부산. 대한민국의 제2도시 부산에는 바다와 그 부산물 등에 대한 추억들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는 데, 그 거만한 품 속에 여수가 헤집고 들 자리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부산과 지리적 위치가 다르긴 해도 항구도시라면 '다 거기서 거기겠지'라는 생각들...
 


그러나 그 생각들은 어느 한 순간부터 기억 속에서 새까맣게 지워져 가고 있었다. 여수는 부산이 가지지 못한 다도해의 본 모습 대부분을 간직하며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境地,정신이나 몸이 도달해 있는 어떤 상태)...아니 지경(地境,어떠한 처지나 형편)으로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경지와 지경이 이토록 큰 차이를 보일 줄 누가 알았누 ㅜㅜ) 




어쩌면 이런 처지나 형편이 어느날 장자가 꿈에서 만난 나비의 모습이 아닐까...




수채화 그리기에 열심인 아내 한테 요즘 걱정거리가 생겼다. 그저 눈 앞에 나타난 대상을 켄버스에 옮기는 베끼기 작업을 너머 마침내 창조적 경지(?)에 들어선 것이다. 무엇이든 처음에 호기심으로 덤볐다가 나중에는 뒷감당을 해야 할 때가 닥친 것이다. 이를 테면 테크닉에 열중하여 그림을 잘 그려보고 싶었는 데 어느 순간부터 대상을 그냥 옮기는 게 별로 의미가 없게 느껴지면서 마침내 예술 내지 예술혼에 눈을 뜬 것이다.




말장난으로 치면 예술과 막걸리는 천양지차다. 막걸리는 뇌신경을 흐트려 놓으며 기분좋은 상태를 만들지만, 예술은 뇌신경을 집중하게 만들며 기분좋은 상태 이상의 엑스터시를 제공하며 성취감까지 맛보게 하는 것. 기분좋게 만드는 건 같을 지 몰라도 고상한 면에서는 천양지차를 보이는 것. 




아내가 예술에 눈 뜨면서 생긴 숙제는 다름이 아니다. 그림 한 장을 그릴 때 마다 숙제 하나가 더불어 따라다니는 것. 그게 <작가노트>다. 그림의 대상을 바라볼 때 느낀 감정 등을 작품 한 점 마다 기록해 둬야 하는 것. 그 중 최근의 노트에 적힌 글은 이러하다.




작가노트 자동차를 타고 빠르게 평원을 질주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차창 너머로 사라지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자동차에서 내려보고 싶지만, 그냥 지나치고만 오래된 경험들. 어느날 거울 앞에선 내 모습 속에는 그 풍경들이 그리움으로 가득했다. 얼핏 스쳐 지나간 풍경 속에는 코끝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꽃들과 세포를 자극하는 먼지내음들과 바람에 흔들리던 이파리들. 
 




그리고 밤새 평원을 달리면 은빛가루를 쏟아붓던 달님과 여명 속에서 다가왔던 발그레한 일출 등. 그때는 내 앞가림 만으로도 힘들었지만 지천명의 세월을 지나 이순에 접어들면서, 그게 그리움으로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것. 그렇다고 마냥 회한만 붙들고 있기엔 내 가슴 속 열정이 나를 용서치 못한다. 어느날 거울 앞에서 그리움의 흔적을 쫒다보니 그게 하얀 종이 위로 모습을 나타냈다. 그게 내 가슴 속에 오래토록 자라고 발효되고 있었던 그리움이라니. 그리움의 실체가 그토록 아름다운 색과 형체로 내 앞에 나타나다니...

 



그러나 아직은 멀었다. 이 세상이 다하는 날까지 퍼 올려도 퍼 올려도 다 마르지 않을 것 같은 그리움을 화폭에 옮기는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됐다. 언제인가 내가 꿈꾸던 세상이 하얀 종이 위에서 바람이 되어 별들이 마구 쏟아지던 안데스 속으로 사라지는 그날까지.
 

여수 갯가길을 잠시 돌아보면서 별 거 아닌 것 같은 풍경들이 적잖은 영감(靈感)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마치 북부 파타고니아에 위치한 나우엘 우아피 호수의 아라야네스 숲에서 얻은 영감이 디즈니랜드를 만든 것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누구든지 언제든지 여행지로 떠날 때는 막연한 느낌을 안고 떠나겠지만, 여행지와 여행자의 교감은 나비의 꿈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교감은 반드시 거대한 어떤 사물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니라, 하찮아 보이던 나비 한 마리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장주는 호접지몽을 통해서 보여 줬는 지...




갯가길에서 내가 만난 힐링 포인트는 사람들이 주로 외면한 풍경들이었다. 누군가 입김으로 영감을 불어 넣기만 하면, 당장이라도 세상 저편에서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나타날 것 같은 삶의 모습들. 그 추억들이 갯가길에 널부러진 채 누군가 말을 걸어주길 기다리는 것이다.




한 발 한 걸음 내딛는 내 발 앞에는 그런 추억들이 색바랜 모습으로 '부비트랩(booby trap)'처럼 깔려 있어서, 혹시라도 잘 못 건드리는 날에는 타이타닉호의 전설을 재구성 하는 것 이상으로 힘든 작업을 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웬걸...어느날 잘 못 내디딘 한 걸음이 닫혀있던 줄만 알았던 추억의 창고를 산산조각 낼 줄 누가 알았는가. 




갯가길의 힐링 포인트는 누가 가르쳐 준다고 해서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 누구도 모를 일은 더더군다나 아니었다. 그저 가슴만 활짝 열고 대상을 나와 같은 처지로 바라보니 이심전심의 세계로 다가오며 판타지아를 연출하는 희한한 경험이랄까.




다 낡고 색이 바랜 나무 한 조각에서 한 시대를 살았던 목공과 어부의 삶을 기억해 내고 대장장이의 손길 등을 느낄 수 있다면, 갯가길에 자연스럽게 연출된 사물들은 죽은 게 아니라 여전히 살아숨쉬며 우리 곁에 있었던 것이다. 다만, 그 모습을 어느날 문득 깨닫게 되었을 뿐인 것.




세월이 제 아무리 쏜 살 같이 빠르게 우리를 보듬고 사라질 지 모르겠다만, 그리 먼 곳까지 날아가지 못하고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우리가 잊고 살거나 잃어버리고 살았던 나(我)의 본래 모습인지도 모르며, 장주가 꿈에 본 나비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갯가길이어서 그런지 호젓한 분위기 속에서 만난 갯가의 풍경들은 길가에 도열한 환영객들 같아 보였다.




뚜렷한 모습의 얼굴이나 형체들은 아니었지만 늘 한 공간에서 함께 살아왔던 유기체와 무기체들. 그 편린들이 갯가에 무수히 흩어진 채 초겨울 햇살에 번득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자기의 온기를 다 내 놓고 갯가에 드러누운 용암의 흔적들. 그들도 외롭고 고독했는지, 나처럼 온 몸에 두른 게 '갯가의 흔적들'이었다.














사단법인 여수갯가
전남 여수시 중앙동 686번지 2층
Tel. 061-920-5888
Web. www.getga.org
Facebook. https://www.facebook.com/getga.org


나는 어느새 일행과 멀어지며 갯가길이 선물한 마법 깊숙한 곳으로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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