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가길로 떠나는 힐링여행
갯가길 어떻게 걸으면 더 행복할까...
여수갯가길을 처음 디자인한 사람들은 [사단법인 여수갯가]사람들. 주로 여수 토박이들로 이루어진 이분들은 이곳의 지리는 물론 향토에 대한 애착심을 드높이는 많은 추억들을 지닌 사람들. 그 분들 가운데 어떤 분은 여수에 태어나 자라고 여적 여수에서 살고있는 사람들고 있었는데 그 분은 이번 여수갯가 체험길을 처음 걸어보는 사람이었다.
여수갯가길,느리게 걸으면 기쁨 두배
나만의 힐링방법
그렇다고 마냥 느려터지게 걷는 것도 아니다. 오래된 습관에 따라 사냥감(?)이 포착되면 잠시 기다리거나 신속하게 슈팅을 날리고 다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처음 걷게된 갯가길은 물론 그 어떤 장소에서라도 나와 동행하는 건 카메라다. 어떤 때는 (할 수 없이)화장실까지 동행하는 게 카메란데 녀석과 동행하는동안 세상만사는 나와 무관(?)해지며 행복한 투어를 맛 보는 것이다.
느리게 걷는동안 눈에 띈 풍경들은 어느새 청량제로 변해 해묵은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고 새로운 세상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시간에 쫏기는동안에도 갯가꾼들이 저만치 사라지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거나, 발 아래에 펼쳐진 무수한 이야기들을 카메라에 담고있는 것이다. 기록의 의미를 너머 새로운 여행지 속으로 몰입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게 건져진 갯가길의 이야기들이 암실(?)에서 현상되고 적당히 건조되어 리얼한 모습으로 여러분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
여수갯가길 제1코스 우두리항(돌산대교 아래 출발점)에서부터 → 돌산공원→ 신추(거북선대교)(seaside) → 진목마을 → 밀듬벙 → 범바위 → 용월사 → 월전포 → 안심개 → 하동 삼거리→ 마상포 → 진모마을 → 안굴전 → 무술목(종착점)
자!...그렇다면 갯가길 체험 첫날 뷰파인더 속에는 어떤 장면들이 포착되었을까. 그 현장으로 가 보자.
서두에 잠시 언급한 바 우리 일행이 체험한 갯가길은 우두리항에서 무술목으로 이어지는 순방향이 아니라 역방향이었다. 그 중 취사 선택하여 안굴전에서부터 진모마을까지 걷게 되는 것이다.
갯가길로 이동하는 이 과정에서 굴양식장이 펼쳐진 여수의 겨울바다를 보고 있는 것. 멀리 남해가 손에 잡힐 듯 가깝고,굴양식장을 품은 바다는 금방이라도 무슨 이야기가 와르르 쏟아질 것만 같은 분위기. 여수의 겨울바다는 아직도 가을을 품고 있는 듯 바람은 적당히 차가웠지만 볕은 따사로웠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땅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갯가길이 길게 이어지게 될 것이라 상상하신 분들이 많지않을 것이다. 갯가길이라 해 봤자 고작 이 마을에서 저 마을까지 걸을 수 있는 짧은 거리 정도로 생각했을 것. 그같은 생각은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서해같은 경우 갯벌이 해안가 전부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인데 그런 길이 '갯가길'이라는 이름으로 여수에서 처음으로 '힐링로드'로 재발견될 줄 누가 알았으랴.
본격적으로 갯가길에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도 갯가길은 의문 속에서 별의 별 상상으로 포장되고 있었다. 더군다나 안굴전으로 이동하면서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바다는 갯가길을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안굴전 주변을 한바퀴 돌아 갯가길 시작점(종착점) 근처에 다다르자 갯가길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순간 만큼은 갯가길이 아니라도 무방했다. 더 열릴 가슴이 없었다. 살랑거리는 바람 속으로 실려온 찬기운만 아니라면 당장이라도 풍덩 뛰어들고 싶은 마음. 여수의 겨울바다가 어서오라고 손짓한다.
일행은 갯가길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를 돌아 다시 맨 처음 장소로 돌아왔다.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어김없이 전신주와 자동차와 생활용품들이 어지럽게 널린 가운데, 이 마을의 역사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고목군이 눈길을 끈다. 지금은 사람들이 미신으로 치부해 버린 샤머니즘이 이곳에는 여전히 마을의 안녕과 무사태평을 기원하거나 풍어를 기원하고 있단다. 그래서인지 안굴전은 굴농사가 풍년이다. 먼 바다로부터 돌아앉아 면경처럼 평온한 바다 곁으로 마을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 그곳에서 갯가길 투어 첫 걸음을 내 디딘 것이다.
보트 한 척이 오후 햇살을 받고 있는 이곳이 갯가길의 첫 걸음을 뗄 곳. 왼쪽으로 나 있는 작은 언덕 위에서 본 풍경이 조금전에 만났던 여수 앞 바다의 아름다운 겨울바다 모습을 본 곳이다. 보름이 다 되어 여덟물 정도로 생각된다는 바닷가는 갯벌을 많이도 드러내 놓고 있었다. 서해에서 봐 왔던 갯벌과 달리 모래와 벌이 적당히 섞인 듯한 모습.
첫발을 떼자마자 맨 먼저 눈에 익은 풍경이 들어온다. 어선에서 내려둔 그물이지만 언뜻 보아 사용할 수 없는 그물. 그물은 바위덩이 위에 아무렇게나 펼쳐져 있었는데 그 곁으로 폐목선의 잔해가 동시에 발견되었다.
누가 일부러 연출해 둔 게 아닌데 이들은 누군가 갯가길을 위해 조성해 둔 조형물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 곁에는 생활쓰레기도 조금 방치되고 있었다. 만약 소량의 그 쓰레기들만 없었다면 갯가길이 연출한 최고의 작품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는 그동안 무슨 길만 조성하면 주변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조형물들로 도배를 하다시피 했다. 그러면서 천혜의 자연환경은 우리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 갔다. 이런 사정을 나중에 [사단법인 여수갯가] 김경호 이사장(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교수)에게 물어봤더니 의외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여수 갯가길은 "자연 그대로 모습을 적절히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민들이 갯가로 나설 때 다니던 갯가길과 낚시꾼들이 다니던 소로 등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갯가길을 조성하고 있었던 것. 갯가길의 백미가 이런 것일까. 첫 걸음이 좋았다. 내 앞에는 일부러 펼쳐둔 것 같은 풍경이 다시 나타났다. 잠시 뒤돌아 본 풍경 속에는 첫발을 디딘 갯가길로 갯가꾼들이 사라지고 있다.
갯가길을 찾는 사람들이 여러분들이었다. 그분들은 우리 쪽을 향해 오고 있고 우리는 그분들이 왔던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조금 전 우리가 돌아왔던 안굴전의 포구가 보이고 작은 산을 넘으면 무슬포 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현재 여수갯가길의 종착지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다시 길을 재촉한다. 그러나 갯가길의 첫느낌은 자꾸만 발목을 잡아챈다.
갯가의 평범한 듯한 풍경도 국내 처음으로 소개되는 갯가길에서는 모두가 진풍경이다. 소수의 사람들만 제외하면 대체로 동적인 도회지에 사는 사람들은 정적인 시골이나 산중 혹은 바닷가를 찾게 되지만, 정적인 환경의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동적인 곳을 동경하게 된다. 특히 자기가 살고 있는 고장의 아름다운 풍광에 대해서는 큰 값어치로 여기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봐 왔던 익숙한 풍경들 때문에 신비로움이 모두 사라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서울에서 이같은 풍경을 늘 봐왔다면 무슨 감동을 줄까. 그러나 내 눈에 비친 갯가길은 발을 떼는 순간부터 이벤트의 연속이었다. 갯가꾼들이 그냥 지나친 그 자리에 지난 가을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 이방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아무도 거들떠 봐 주지않던 풍경들은 사람들에게 갯가길이 선보여지면서 힐링의 도구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가슴을 말갛게 정화해 줄 힐링의 도구는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여수의 갯가길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풍경 하나면 족하다. 그게 유명세를 타지 않으면 않을 수록 더 좋다. 너무도 평범해 사람은 물론 바람 조차(?) 거들떠 보지않는 것이라면 금상첨화다. 누군인가 갯가길을 걷다가 그 존재를 발견하는 날이면 걸음을 반드시 멈추게 될 것이다.
누가 일부러 가르쳐 줄 필요도 없다. 천천히 갯가길을 걸으며 가슴을 열기만 하면, 금방이라도 왈칵 눈물을 흘리며 울 것 같은 모습으로 마른 가슴을 적실 것이다. 그 순간 당신을 괴롭히던 알 수 없는 무거운 존재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걸 느끼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때가 언제쯤인지 알지못한다. 그러나 어느 한순간 당신이 떠나온 곳이나, 늘 당신 곁에 머물던 사람들 혹은 공간으로부터 까마득히 멀어진 느낌을 받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타는 갈증이 해갈되는 시원함이랄까. 갯가에 늘어선 힐링로드는 그렇게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이제 겨우 갯가길의 초입에 들어섰을 뿐인데, 일행은 저만치 멀어지고 또다른 갯가꾼들이 갯가길로 돌아오고 있었다.
나는 새빨간 열매를 달고 초겨울 햇살에 반짝이는 팥배나무 아래서 그들을 지켜봤다. 내가 팥배나무라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 거릴 것. 46억년 전 지구가 생기고, 또 태고적에 한반도가 생기고, 남해 바닷가의 용암이 파도에 식을 때까지, 갯가길에 사람들이 이렇게 웅성거리긴 처음이었을 것.
대자연 속에서 누군가 첫 발을 내 디디면 그곳은 길이 됐다.
한 때 척박한 땅에서 육신의 삶을 연장해 주었던 갯가길이 있었다.
이제 그 길은 삶의 질을 드높이는 '행복의 힐링로드'가 됐다.
힐링로드는 단지 평면 위에 기다란 줄을 그어둔 게 아니라, 줄로 이어진 면과 면이 만든 공간 속에 무엇이 존재해야 했다. 마셔도 마셔도 해갈하지 못했던 갈증을 풀어줄 뭔가가 필요했다. 그게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였는지, 두 팔을 벌려도 다 품을 수 없는 산이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늘 누군가로부터 관심을 받고자 하는 어린 아이같이 연약한 존재. 그들이 세상에 나가 입은 생채기들이 갯가에 흩어진 존재로부터 위안을 받게 되다니. 우리는 늘 곁에 두고도 그게 귀중한 보물인지 몰랐다. 회색도시를 떠나오자마자 생기를 되찾게 만들어 준 귀한 존재들...
그 곁에서 걸음을 떼지 못한 채 자꾸만 자꾸만 일행들과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법같은 일이 갯가길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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