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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Chalten/Laguna Torre

[다음뷰]영혼을 세탁하는 힐링 로드


Daum 블로거뉴스
 

라구나 또레 가는 길
-영혼을 세탁하는 힐링 로드-



목마른 영혼을 말갛게 세탁하는 힐링 로드...


12월 첫 주가 시작됐다. 금년 한 해도 뒤돌아 보니 그야말로 다사다난 했다. 한 해 시작은 좋았다. 비록 정치적 환경은 급변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 미루어 두었던 여행기나 끼적거리면서 행복한 한 해를 보내고자 마음 먹었다. 마음을 다잡아 먹었다. 다시는 유황불이 이글 거리는 소돔과 고모라성을 돌아보지 않겠노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자칫 소금 기둥이 되어 먼 길을 못 가고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것 같았던 느낌이랄까.

새해를 시작하면서 행복한 추억만 되살리며 블로깅에 전념하기로 마음 먹었다. 빠따고니아(Patagonia) 투어를 끝내고 산티아고로 돌아왔을 때도 같은 생각이었다. 개인적인 경험을 여러분들과 공유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어쩌면 필자와 아내가 투어한 곳은 목숨을 걸다시피 한 길고 험한 여정이었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와 함께 현지의 생생한 정보들을 이웃과 나눈다는 건 기분좋은 일 아닌가. 하루라도 빨리 귀국하고 싶었다.
 

*라구나 또래로 가는 여정 중에 처음으로 크게 당겨 본 빙하가 만든 느낌표!!...곧 가까이 다가갈 테지...


생각 보다 달라진 블로깅 환경
 

그런데 외장하드에 빼곡히 기록된 대부분의 여행사진 등 이야기들은 여전히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한 블로거와 전혀 상관없는(?) 듯한 일이 우리사회를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블로그를 [즐겨찾기] 해 주신분들은 그 이유를 너무도 잘 아신다. 블로거 1인이 시사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전쟁터 같이 살벌한 데 컴 앞에 앉아 모른채 할 수 없는 법. 그렇다고 전적으로 시사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창 밖으로부터 요란한 불협화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신선처럼 살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같은 바람일 테지만, 신선이 도시 한가운 데서 살아가려면 여러 제약을 감수해야 할 것. 저자거리에 나서서 갓을 쓰고 점잖은 척 하는 건 또 얼마나 꼴불견인가. 신선도 아니고 선비도 아닌 블로거 1인의 양심은 우리 아들 딸들이 잘 살아 갈 수 있는 터전을 물려 주고 싶은 데, 그게 6년 전부터 삐거덕 거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여행블로거로 데뷔한 필자를 시사블로거로 만들고 말았다. 이를 테면 '사이버 전사(오해하지 마시기 바란다.)'로 거듭난 것이다. 





여행 끝마치고 돌아오니 더 답답해진 세상
 

빠따고니아 투어를 떠날 때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었다. 그 어떤 정치적 이익이나 누릴만한 경제적 이익 조차 얻지 못한 블로거 1인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국땅을 잠시 떠나게 된 것이다. 한국땅이 싫었다. 한국에 조금만 더 머물면 몸과 정신 모두가 황폐해 질 것만 같았다. 죽지 못해 사는 게 인생이 아니라면, 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재충전을 통해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세상은 여전히 살아볼만한 행복한 곳'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빠따고니아 투어는 생기를 더해 준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게 1년 전 빠따고니아 투어를 끝내고 귀국했을 때 쯤 생각이었다. 그런데 귀국 하자마자 한 블친께서 우스게 소리로 '다시 시사블로거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예언(?)을 해 주셨다.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라야 했다. 하지만 자꾸만 자꾸만 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게 필자를 둘러싼 더 참지 못할 블로깅 환경이었다. 필자와 더불어 블로깅을 시작했던 다수 블로거들이 보따리를 싼 암울한 환경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뷰의 일탈과 블로거의 파행

 

그동안 필자가 몸 담아 왔던 <다음뷰>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신에 변신을 꾀하며 지금까지 '블로거의 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아마추어로 시작해 세미 프로(블로거뉴스)의 길을 걸으며 전문블로거를 양산해 왔다. 또 개편 이전까지 에드센스를 통해 일부 블로거들에게 짭짤한 수익을 안겨주기도 했다. 블로거들이 달콤함에 빠져든 것도 잠시, 다시 블로거의 정치적 환경이 암울해지면서 단 맛에 빠졌던 블로거들이 뷰데스크에서 만나보기 힘들어졌다. 

그분들이 처음부터 전업블로거의 길을 걸었던 건 아닐 텐데 어떤 분들은 (다음뷰에 대해)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다음뷰와 상부상조(?) 할 때 마음이 블로그 활동을 접으면서 동시에 사라진 것이다. 돈벌이로 나선 블로깅이 종말을 고하는 안타까운 장면. 그런 풍경은 다년간 블로깅을 통해 수도 없이 많이 봐 왔다. 뷰로 송고한 포스트를 베스트(픽)로 안 뽑아줘서 탈. 메인에 안 올려줘서 탈. 베스트에 등극했지만 페이지뷰가 적어서 탈. 황금펜으로 안 뽑아줘서 탈. 탈탈탈...지금 그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세상의 소통창구와 탈출구는 여전히 블로깅
 

뷰에서 꾸준한 권익을 누린 사람들 반대편에 서 있었던 사람들을 한 번 정도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별 내용도 없어(?) 보이는 데 끼적거리기만 하면 베스트로 뽑아주던 블로거도 있었지만, 1년 내내 '베스트 글(Pick)' 한 번 뽑히기 어려운 수 많은 블로거들의 한숨. 무슨 질긴 인연들이 무너지지 않을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인지. 행운을 누리는 사람 뒤에는 불행의 서러움을 겪는 블로거들이 다수였다. 다년간 블로깅을 해 오면서 느낀 점이자 공정하지 못했던 편집방향이 아니었던 지 반성해 볼 때다.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힘들어 하고 어디에서든지 숨 쉴만한 소통 창구를 발견하고 싶어했다. 그때 사이버 세상만이라도 사람들을 위로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 귀한 일에 매달려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며 즐기는 블로거들. 그들이 만들어 가는 행복한 공간을 뷰가 오롯이 보듬지 못한다면 인터넷의 존재는 또 얼마나 허황되고 유명무실 할 것인가. 

사정이야 없지 않겠지만 인터넷에 로그인 하는 순간부터 열어보게 되는 뷰는, 여전한 소통창구이자 답답한 세상의 탈출구였다. 그런 소통창구와 탈출구가 없었다면, 힘든 여정으로 다녀 온 여행지의 풍광이나 이야기가 다 무슨 소용이랴. 한 해를 뒤돌아 보니 처음 생각과 많이도 달라진 세상과 인터넷 환경에서 한 블로거는 여전히 목마르다. 그래서 목마른 영혼을 말갛게 세탁하는 '힐링 로드'가 동시에 필요했을까. 잠시 2013년 블로깅을 회고하며 '라구나 또레로 가는 여정'을 다시 시작한다.
 


 


 영혼을 세탁하는 힐링 로드

여기까지 인내하고 봐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본 포스트를 처음 접하신 분들을 위해 현재 위치를 구글어스로 표시해 봤다. 아마도 관련 포스트를 처음부터 보신 분들은 '왜 이렇게 진도가 느릴까' 싶은 생각도 들 것이다. 그게 앞서 언급한 블로깅 환경 때문이었다. 이상하게도 우리나라는 마음을 한군데 집중할 수 없는 잡음들이 많았기 때문이란 것. 암튼 위 지도를 참조하여 포스트에 등장한 풍광이 어디쯤인지. 현재 이동하고 있는 트래킹 위치가 어디 쯤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이른 새벽부터 출발한 곳은 엘챨텐(El Chalten)이고 목적지는 쎄로 또래(Cerro Torre) 기슭에 위치한 라구나 또레(laguna Torre)다. 지명이 온통 스페인어로 표기돼 조금은 까칠하지만, 이곳은 여행자의 천국이며 하이킹은 물론 트래킹의 천국이자, 암벽등반가의 성지로 불리우는 곳이므로 미국식 발음 보다 스페인식 발음에 익숙한 게 좋을 듯 싶어, 왠만하면 그렇게 표기하려 애쓰고 있다는 점 양해 바란다.





참고로 '라구나(Laguna)'라는 말은 웅덩이 개념이고, '라고(lago)'는 호수라고 보면 된다. 그렇지만 좁은 땅덩어리에 주로 살았던 꼬레아노 한테는 그게 잘 구별되지 않았다. 웅덩이란 게 얼마나 크고 넓던지.ㅜㅜ 곧 도착하게 될 라구나 또래의 규모도 그러했다. 또 본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보실 때 눈여겨 봐 둘 게 있는 데 그건 라구나 또레를 둘러싼 둥그런 둑의 모양새다. 



한 때 이곳은 빙하가 골짜기를 밀어내 만든 흔적이다.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면서 '피츠로이 강'을 덮었던 빙하와 얼음이, 기온이 점점 더 따뜻해지면서 '느낌표가 있는 빙하' 쪽으로 후퇴하면서 지금의 '라구나 또레'를 형성한 것. 가까이 다가가 보니 인간의 존재가 무색할 정도로 대자연은 위대했다.

또 라구나 또래로 한 걸음씩 옮길 때마다 눈 앞에 나타나는 풍광들은 '
영혼을 세탁하는 힐링 로드'로 불러야 할 만큼 아름다운 숲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위 구글어스의 '현재 위치'를 참조하며 천천히 스크롤바를 내려주시면, 초가을에 새 잎을 낸 파타고니아 참나무(Nothofagus pumilio) 숲길을 만나게 될 것이다. 첨부한 영상은 지도에 표시한 지점에서 촬영된 것으로 라구나 또레로 가는 여정을 담은 아름다운 풍광이다.
 


파타고니아 참나무 숲에 깃든 가을 향기
 







 
















바람처럼 살고 싶다던 아내가 저만치 앞서간다.




파타고니아 참나무 숲길은 여행자의 혼백을 사로잡은 지 꽤 오래...




7년 전, 초행길에 엘챨텐에서 만난 파타고니아 참나무는 참으로 신기했다. 바람의 땅에서 납짝 엎드려 잘 자라지 못한 손바닥만한 나무의 수령이 수 십년도 더 된 것들. 그 생명력이 놀랍도록 경이로웠다. 그곳은 바람이 불어오던 방향에 뿌리를 내렸던 운 나빳던 나무들. 그러나 피츠로이산군의 피츠로이 강 옆에서 자란 나무들은 곧게 잘 자랐고 잎도 무성했다. 어쩜 그렇게도 우리네 삶을 쏙 빼 닮았는지...




라구나 또래로 가는 여정에는, 초록잎을 새로 낸 나무는 물론 노랗게 물들어 가는 나뭇잎이 자주 눈에 띄었다. 가을이 깃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찬바람이 느껴지는 숲 속에서 까만 애벌레가 발견댔다. 여름끝자락이자 곧 우기가 시작될 텐데 녀석은 어쩌자고 여적 애벌레로 남은 것일까.




잠시 걸음을 멈추고 녀석들을 살피니 생과 사의 사투가 느껴진다.




한 닢이라도 더 갉아 먹어야 살아 남을 수 있고, 한 닢이라도 더 피워야 잔가지 하나 더 늘리며 숲이 풍요롭겠지...




등산로 곁은 온통 태고적 원시림이 생몰을 거듭하고 있는 곳.




한 고사목이 흙으로 돌아가는 모습 앞에서 잠시 경건해 지기도 했다.




이 숲을 이루는 다수의 수종은 파타고니아 참나무들...




그 곁을 지나가는 것만으로 절로 행복해진다.




새파란 잎을 새로 내 놓은 나무들...
 




그 숲길은 목마른 
영혼을 말갛게 세탁하는 힐링 로드!!...
 




파타고니아 참나무
(
Nothofagus pumilio)의 정체
 

학명이 'Nothofagus pumilio'로 불리우는 파타고니아 참나무는,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  남위 35도 지역에서부터 57도에 이르는 띠에르라 델 푸에고(불의 땅,Tierra del Fuego)까지 자생하는 나무다. 바람이 적은 땅에서는 30m까지 성장하고 4~7mm되는 작은 열매를 맺는다. 이 나무는 저온에서도 잘 자라 섭씨 영하 20~30도에 육박하는 악천후에서 잘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발 500m부터 2000m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분포한다.  




씨앗의 발아율은 30% 이하로 알려져 있다. 다습한 지역을 좋아하지만 건조한 지역에서도 일정기간 잘 적응하는 파타고니아의 대표적 나무인데, 가을이 되면 노란 단풍색을 띄는 잎과 피빛을 닮은 붉은색 단풍으로 여행자의 발길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칠레에는 10여종이 있고 Lenga 혹은 Roble de Magallanes(마젤란의 참나무)라고 부른다.




 
뒤돌아 보니 우리가 지나왔던 곳. 볕이 잘 비치는 곳은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고, 피츠로이 강에는 빙하가 녹은 물이 쉼 없이 흐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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