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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Chalten/Laguna Torre

다시 태어나도 또 가고 싶은 곳


-다시 태어나도 또 가고 싶은 곳-



세월이 그렇게 빠른 줄 누가 알았으랴


한순간, 우리 앞에 나타난 낮설지만 친근한 풍경이 우리의 좌표를 일깨워 주었다. 바람의 땅 엘챨텐 산기슭엔 아직 여름이었는데 라구나또레 가는 길의 산중턱에 다다르자, 전혀 다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피츠로이산군(山群)에는 어느새 가을이 손님처럼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아니겠지...그럴 리가...사실이었다.

백발의 나목이 두른 울긋불긋한 수의. 이 세상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입는 정갈하고 화려한 옷. 라구나또레 가는 길은 꽃상여가 지나가는 길 처럼 엄숙하고 화려했으며, 알 수 없는 회한들이 가는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걸음이 점점 더 느려지고 있었다. 길 옆으로 나지막하게 또는 큼지막한 솟대처럼 줄지어 서 있는 나목들의 환영식이 길어지고 있었다.




한 때 이곳은 심연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바다속. 어느날 바다가 융기한 그 자리에 우뚝 솟은 암봉(Cerro Fitz Roy,Cerro Torre)이 생겨나고 1억년 전 암모나이트 화석들의 무덤이 산(loma del Pliegue tumbado)을 이루고 있는 곳이었다. 대략 오전 6시경에 숙소에 나서 오전 9시가 다 되어갈 즈음 라구나또레로 가는 여정은 편평한 고원으로 접어들었다. 우리는 전혀 색다른 풍경에 도취되어 걸음이 느려지고 있었다. 구름이 몰려오는가 싶으면 가끔씩 빗방울이 흩날리고 볕이 반짝 빛나기도 했다.




어느 봄날(현지 시각), 우리는 (한국을 떠나)지구반대편 산티아고에서 봄을 쫒아 남으로 남으로 이동한 끝에 마침내 꿈에도 그리던 빠따고니아 땅에 발을 디뎠다. 죽기 전에 꼭 한 번 더 보고 싶었던 바람의 땅. 그곳은 어느덧 가을로 접어들고 있었다. 하필이면 계절도 가을로 접어들고 있었고, 좌표에 드러난 우리도 어느새 백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마음은 늘 봄이었건만, 몸둥아리는 늘 청춘인줄 알았지만, 바람 따라 나선 길이 우리를 비춘 거울이 될 줄이야. 그런들 어떠하리. 바람의 땅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나목들을 못 보고 죽었으면 얼마나 억울할 뻔 했는가. 아내가 저만치 앞서 가고 있다. 바람에 희끗 날리는 백발과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은 나목들. 이게 정녕 꿈이 아니라 생시였지...
 

다시 태어나도 또 가고 싶은 곳
 
















어머머...세상에...이것 좀 봐!...

길을 가던 아내가 발걸음을 멈추고 스틱으로 가리킨 곳에는 나이를 알 수 없는 키 작은 고목이 가을(우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라구나또레로 가는 길에는 주로 이런 나목들과 너도밤나무가 빼곡히 자리잡고 있었다. 바람이 얼마나 거세게 불어댓으면 잘 자라지도 못한 나무들이 납짝 엎드려 있는 것. 8년 전 피츠로이로 가는 길에 만난 키 작은 고목들과 깔라파떼 나무열매는 바람의 땅으로 초대한 결정적인 풍경이었다. 바람의 땅에서 온 몸으로 바람을 맞이한 나무들의 모습은 주로 이러했다.




오던 길을 되돌아 보니 빛고운 아침 햇살에 잘 차려입은 나목들. 그 뒤 모자를 엎어둔 듯한 산봉우리 너머가 숙소가 있는 엘챨텐. 부지런히 걸으면 라구나또레의 절경 앞에서 우리는 또 얼마나 작아질런지...라구나또레 가는 길 가장자리에는 아름답게 늙어간 나목들이 줄지어 손을 흔드는 듯한 기분좋은 풍경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인생은 '만약'이 없으며 '연습'도 없다.


그러나 다시 이팔청춘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다시 청색시대가 다시 주어진다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다시 바람의 땅으로 가리라. 그 땅에서 바람과 함께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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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따고니아 관련 포스트에 게재된 여행사진들은 고급양장본으로 엮어질 예정입니다. 저작권에 유의해 주시기 바라고요. 구독으로 성원해 주심을 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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