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표가 있는 트래킹
-이름만으로 가슴 설레이는 곳-
안녕들 하십니까?...
지난 주말 저녁은 아내와 함께 광화문 네거리를 배회했다. 모처럼 대로가 시민들에게 한시적으로 접수되어 자유를 만끽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시민들의 표정을 보니 몇 해 전의 모습과 달랐다. 그 때 광화문 네거리 혹은 서울시청 앞으로 몰려든 사람들의 표정이 결의에 찬 표정이라면, 주말 광화문 네거리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표정은 수심이 가득해 보이는 표정들이었다. 2013년의 화두로 떠오른 '안녕'하지 못한 모습들.
그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는동안 기분좋을 리가 없었다. 도시를 가득 메운 시위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한동안 뇌리 속에서 까맣고 하얀 모노톤들이 오락가락 했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안녕하지 못하므로 더불어 안녕 할 수 없는 것. 대한민국은 한 밤중이었다. 이틀만 지나면 새해가 밝아오건만, 사람들의 가슴 속은 여전히 깜깜하고 긴 터널 같은 것. 그때 꺼내 본 여행지의 풍경들...
그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는동안 기분좋을 리가 없었다. 도시를 가득 메운 시위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한동안 뇌리 속에서 까맣고 하얀 모노톤들이 오락가락 했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안녕하지 못하므로 더불어 안녕 할 수 없는 것. 대한민국은 한 밤중이었다. 이틀만 지나면 새해가 밝아오건만, 사람들의 가슴 속은 여전히 깜깜하고 긴 터널 같은 것. 그때 꺼내 본 여행지의 풍경들...
이름만으로 가슴 설레이는 곳
뽀얀 냇물이 흘러 내리는 평범해 보이는 사진 한 장 속에는, 세상사가 직선으로만 그어지는 게 아니라 곡선으로 혹은 둥근 모습으로도 그려진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만들기도 한다. (관련 포스트에서 확인되는)엘찰텐은 피츠로이 산군(山群)의 베이스캠프 같은 아늑한 마을 이름. 그곳은 년중 태평양의 습기들이 피츠로이 산군을 지나치면서 구름을 만들거나 눈을 만들어 만년설과 빙하를 이룬다. 사진은 그 빙하가 녹아 라구나 또레(Laguna Torre)에 모여든 후 피츠로이 강(Rio Fitz Roy)을 이루고 흐르는 모습.
(영상을 열어보시면)참 평범한 냇물이지만 의미를 부여하기에 따라 심오해 지기도 한다. 고온 다습한 바닷물 등이 증발해 어느때 쯤인가 찬공기를 만나면 비가 되거나 눈이 되어 산중에 갇혔다가, 다시 강이나 바다로 흘러드는 순환을 무한 반복하는 것. 그 사이클의 한 부분을 바라보는 한 여행자의 가슴은 어떤 기분이 들까...
7년 전 남미일주 투어를 마치고 다시 찾은 엘찰텐은 여태껏 다녀 본 여행지 가운데서 손가락 몇 번째에 해당하는 아름다운 곳이자 청정한 지역이었다.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깔라파떼에서 버스편으로 오는 도중 마주치게 되는 피츠로이 산군은 마치 신들이 모여사는 하늘나라 같은 기분이 들 정도랄까.
먼 곳에서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마치 지남철에 이끌리듯 한 곳이다. 작은 산화철 같은 존재를 끌어당기는 힘이 여간 강하지 않은 곳. 그곳에서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영적각성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리가 언제인가 돌아가야 할 땅이나 하늘이 대자연이란 것을 각성시켜 준 것이다.
어느날 새벽 엘찰텐은 나를 흔들어 깨웠다. 달빛도 없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 아내 혼자만 숙소에 남겨 둔 채 헤드랜턴에 의지해 산길을 걸어 간 곳은 아길라 전망대(Miradora Aguila)였다. 마치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간 것 같은 느낌. 지금 생각해 봐도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그곳에서 일출을 기다리며 사람을 날릴 수 있는 거센 바람과 맞섰던 기억은 특별했다. 그 산중에서 환청을 듣게 되는 것. 바람의 땅에서 처음 느낀 묘한 체험이었다. (그 느낌 전부와 바람의 땅에서 겪은 기록들은 2014년 새해에도 계속 이어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은 생각 보다 드라마틱 하고 놀라운 곳. 지구별의 아름다움과 신비에 눈 뜨게 해 준 그곳은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곳이다. 안녕하지 못한 기억 전부를 날려버릴 수 있는...
느낌표가 있는 트래킹
엘챨텐의 피츠로이 강 상류의 물은 뽀얗다.
빙하가 녹은 물이 년중 쉼 없이 흐른다.
라구나 또레로 가는 길
한 때 이곳은 빙하가 덮혀있던 골짜기다.
저 언덕 너머(엘챨텐)에서부터 여기까지 걸어왔고, 라구나 또레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칠레 참나무 숲 속에서 만난 이름모를 새 한 마리...참새를 닮았다.
등산로 곁에서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는 고사목...
수목한계선에 이루어진 숲이 마치 이끼같은 모습이다. 이곳은 바다가 융기한 곳.
이끼를 닮은 거대한 산허리의 숲
저 멀리 빙하가 만든 느낌표 앞의 언덕이 목적지 라구나 또레가 위치한 곳이다.
쎄로 또레는 안개 속에 가려져 있고 가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자연에서 얻은 부산물로 친환경 등산로를 만들어 둔 게 이채롭다.
쎄로 또래(Cerro Torre)는 구름 속에 숨어있다. <계속>
내가 꿈꾸는 그곳의 Photo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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