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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Natural

안데스에 드리워진 가을의 실루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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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의 가을 속으로
-안데스에 드리워진 가을의 실루엣-



우리와 전혀 다른 지구반대편 안데스의 가을은 어떤 모습일까...


지구반대편에 위치한 남반구의 칠레 산티아고는 칠레의 중부에 속해 있는 곳. 산티아고에서 세계 최고 청정지역으로 손꼽히는 빠따고니아까지 거리는 대략 1,000km 이상의 거리. 우리나라로 치면 남한과 북한을 이을 정도의 거리 보다 더 먼 곳이다. 빠따고니아는 마니아들로부터 널리 알려진 곳이다. 그곳은 그 누구도 한 번 보기만 하면 빠져드는 빼어난 비경이 혼백을 쏙 빼놓을 만한 곳이었다.

그러나 산티아고 안데스의 가을은 칠레 남부의 빠따고니아 지역 보다 덜 알려진 곳이자 사람들이 별로 찾지않는 곳. 칠레 중부지역은 만산홍엽의 우리네 10월은 물론 빠따고니아의 가을과 거리가 멀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포도 주산지로 유명한 이곳 안데스의 기후는 일교차가 매우 큰 지중해성 기후로 포도농사 등 소채 재배에는 적합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늘 봐 왔던 가을의 단풍은 이곳 안데스 산지에서 느끼기 힘들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의 공원에서는 우리와 비슷한 느낌의 단풍들이 가을을 느끼게 하지만, 시내로부터 대략 1시간 정도 이상의 거리에 위치한 안데스(산맥)로 가 보면 쭉 뻗은 선인장이 을씨년 스럽다. 울긋불긋한 단풍닢 대신 선인장이 뾰죽한 가시를 내 놓고 이방인을 맞이하는 것. 하지만 건기가 끝나가는 어느날 안데스에 산그림자처럼 살며시 발길을 드리우면 사정이 달라진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비경들이 눈 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안데스에 드리워진 가을의 실루엣이다. 그 현장을 보여드리고 싶다. 아내와 함께 발도장을 찍은 안데스의 '쎄로 뽀쵸코(Cerro Pochoco)'의 가을 실루엣은 이러했다.


안데스에 드리워진 가을의 실루엣




아내와 필자는 이른 아침부터 서둘어 산티아고의 봄베로누녜스 거리를 빠져나왔다. 걸어서 대략 30분 거리에 위치한 버스정류소로 이동했다. 그곳은 우리가 이미 사전 답사해 둔 곳으로 지인 한테 안데스의 '쎄로 뽀쵸코'로 가는 노선 점검을 마친 뒤였다. 한 번 이곳을 다녀온 이후로 쎄로 뽀쵸코의 매력에 빠졌던 것이다.




그곳은 인적이 드문 곳이자 한국의 암산이나 토산과 다른 지형을 간직한 곳이었다. 특히 건기의 절정에 이른 때여서 등산로는 매우 건조했다. 등산로 바닥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는데 그 위로 작은 돌멩이들과 굵은 모래같은 입자들이 깔려있어서 운동화를 신고 가파른 길을 걸으면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더군다나 쎄로 뽀쵸코의 등산로 경사각은 거의 50도 이상에 육박하는 가파른 곳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등산로와 전혀 다른 산길이 쎄로 뽀쵸코 입구로부터 정상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등산로 같으면 가파른 길에 계단을 설치하거나 로프를 설치해 두고 등산객들의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시설이 돼 있지만 쎄로 뽀쵸코는 달랐다. 산기슭 등산로 시작 지점부터 산 정상에 다다를 때까지 이정표 하나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와 다른 문화의 이질적인 장면이 가져다 준 엑스터시는 대단했다.



**녀석을 잘 봐 두시기 바란다. 우리와 함께 산행에 나선 귀족같은 녀석이다. ^^


산 아래, 멀리서 산 정상만 바라보고 무조건 앞만 보고 걸으면, 산이 우리에게 늘 그랬듯이 우리가 알지 못한 선물을 준비해 두고 있는 것이다. 애시당초 우리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선물이 쎄로 뽀쵸코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쎄로 뽀쵸코에 가을이 접어든 것이며 신(神)은 당신을 사랑하는 우리에게 행운을 선물해 주고 있었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안데스의 가을이 뷰파인더 앞에서 얼쩡거리고 있는 것. 한국을 떠나 해를 넘기며 빠따고니아 투어에 올인한 우리에겐 향수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늘 봐 왔던 가을이 아니었다. 뽀송뽀송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푸석이던 산길 곁에서 화장기 없는 얼굴로 배시시 미소를 짓던 꽃과 나뭇잎들...





이때부터 아내와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뷰파인더 속에서 안데스의 가을이 발목을 붙들고 놔주지 않는 것. 빠따고니아를 돌아올 때부터 이어진 이런 습관은 산티아고의 '로스 안데스'까지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가을의 지독한 그리움이 여전히 안데스 곁에서 일렁이고 있었던 지...




나는 쎄로 뽀쵸코를 하산 할 때까지 그 습관을 놓지 못했다. 안데스에 가을이 찾아든 것이며 독감같은 (가을의)가슴앓이가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안데스가 내게 준 지독한 엑스터시는 그렇게 시작됐다.


























































쎄로 뽀쵸코로 가는 첫번째 관문을 통과한 것일까. 쎄로 뽀쵸코 가는 길 세번째 봉우리에 누군가 돌맹이를 모아 행복한(feliz) 미소를 그려 놓았다. 여기서부터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가파르다. 쎄로 뽀초코 정상으로 가는 길목엔 여전히 (말뚝,기둥)선인장 숲이 이어지고 있다. 흔치않은 광경이다.















 
쎄로 뽀쵸코에 발을 들여놓으며 고도를 높여가는동안 엑스터시의 감도는 더욱 더 짙어만 갔다.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발길을 옮긴 우리 앞에 동쪽의 안데스는 희뿌연 실루엣을 드러내며 깊은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정상이 가까워지며 보게 된 흔치않은 장관들. 산등성이 세 곳을 지나자 안데스의 실루엣은 우리가 전혀 기대하지 않은 황홀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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