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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Natural

용설란만 알고있는 비밀?


-파타고니아를 품은 칠레의 두 얼굴-



용설란이 무슨 비밀이라도 간직한 것일까...


이곳은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의 산 끄리스또발 공원(324m)에 위치한 한 수영장 옆의 도로에서 본 북부 산티아고의 풍경. 멀리 로스 안데스의 산자락이 시꺼먼 스모그를 품고 있는 모습이다. 거대한 용설란(Agave americana)들이 줄지어 서 있는 곳에서 산티아고 시내를 내려다 보면 마치 죽음의 도시처럼 스모그 현상이 심각하다. 산티아고는 세계의 도시들 중에서 공기오염이 심각한 지역 중 한 곳이다. 도시의 자동차들이 뿜어낸 매연은 빠져나갈 곳이 없다. 도시를 성곽처럼 빙 둘러싼 산들이 문제다.

이 때문에 산티아고 시민들은 보다 나은 지역으로 주거지를 옮겨가고 있는데 산 끄리스또발 언덕을 중심으로 북부지역은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고 남부지역은 부자들이 살고있다. 따라서 산 끄리스또발 언덕은 빈부를 둘로 쪼갠 경계선 처럼 작용하고 있는 것. 그렇다고 남부지역이 스모그 현상에서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다만, 남부지역은 신도시 지역이어서 북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편리한 도시 인프라가 구축되었을 뿐이다. 두 곳 모두 스모그 현상으로부터 시달려야 했다. 




그래서 그런지 도시 곳곳에서는 스모그 현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감지된다. 도시의 식물들을 잘 가꾸는 게 좋은 예다. 산 끄리스토발 언덕만 해도 황무지였던 곳을 나무와 화초 등으로 잘 가꾼 공원이다. 인공적으로 숲을 만든 것이다. 용설란은 그런 곳에 심어진 것이다. 그런데 빠따고니아 투어를 끝마치고 산티아고에 머무는 동안 재밌는 생각이 들었다. 산 끄리스또발 공원을 아침 마다 산책을 하면서 칠레노들의 로망에 대해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칠레 북부에서부터 빠따고니아가 위치한 남부 끝까지 투어를 하는 동안 칠레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World Bank의 자료에 따르면 칠레의 인구(Composión de población)는 2011년 현재 1,740만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을 지역으로 나누어 보면 인구의 약 38%인 약 660만이 수도 산티아고(Metropolitan Santiago) 인근지역에 살고 있다. 칠레의 제2도시인 꼰셉시온 지역(Gran Concepcion)에 102만명, 발빠라이소 지역(Gran Valparaiso)에 99만명, 라 세레나 지역(La Serena) 42만명, 떼무꼬(Temuco)지역에 37만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칠레인구의 대부분은 지중해성 기후에 해당하는 중부지역에 모여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반면 칠레의 북부 지역은 광업과 관광명소가 주를 이루고 있고, 빠따고니아 여행기를 통해 아름다운 자연을 소개하고 있는 뿌에르또 몬뜨 이하 남부지역 빠따고니아는, 뿐따 아레나스(Punta Arenas)를 제외하면 사람들이 거의 살지않거나 도시 규모에 비해 사람들의 수가 턱없이 적은 곳이다. 빠따고니아 중심 도시 꼬자이께(Coyhaique) 같은 경우 인구 3만 명 정도가 살고 있을 뿐이다. 그 나머지 군소 도시 내지 마을은 수 천명 또는 수 백명 정도가 원시 자연 속에서 묻혀 살고 있는 것이다. 본 포스트에서 언급하고 싶은 칠레의 두 얼굴은 빠따고니아 지역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빠따고니아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 건 자나깨나 그리워 한 때묻지 않은 대자연 때문이다. 1차 남미일주 투어에서 본 빠따고니아는 천국같은 곳이었다. 격한 표현을 쓰자면 '죽어도 그곳에서 죽고 싶은 곳'이었다. 우리의 생각은 칠레노들의 생각과 별로 틀리지 않았고 세계인들의 시선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칠레노들이 빠따고니아 지역 '바께르 강(Rio Baker)'에 댐 건설을 반대한 이유도 그러했다. 칠레노들이 보물처럼 여기는 곳이 빠따고니아였다. 특히 산티아고 시민들에게 빠따고니아는 로망이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이들이 남부 빠따고니아로 여행을 떠나기란 쉽지않다. 기다란 국토 때문에 연말연시 긴 휴가철을 제외하면 빠따고나의 원시 품에 안기기 쉽지않은 곳이다. 더군다나 스모그 현상이 년중 지속되는 도시속에서 단 하루라도 떠나보고 싶은 곳이 빠따고니아다. 인지상정 산티아고 시민 내지 도시인들이 자나깨나 그리워 하는 곳이 빠따고니아였던 것이다. 




그런데 칠레의 북부 또는 천혜의 원시 대자연 속에 살고 있는 빠따고니아 사람들의 로망은 달라도 한참 달랐다. 이들의 로망은 죽을 때까지 단 한 번 만이라도 수도 산티아고에서 살아보는 것. 산티아고 시민들은 자나깨나(?) 산티아고 탈출을 꿈꾸는 데 비해 원시 대자연에 묻혀 사는 사람들의 꿈은 시꺼먼 매연이 죽음의 띠 처럼 드리운 산티아고에서 살아보는 것이라니...이해가 되실런지. 





이런 현상은 남부 빠따고니아 끝의 또르뗄(Caleta Tortel)을 기점으로 점점 북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예컨데 또르뗄에 사는 사람들은 먼저 꼬끄랑(Cochrane)으로  꼬끄랑이나 주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꼬자이께로 진출하는 게 로망이었다. 그러나 정작 꼬자이께 시민들은 뿌에르또 몬뜨에서 사는 게 꿈이었고 뿌에르또 몬뜨 사람들의 꿈은 산티아고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매연의 도시 산티아고를 그리워하게 된 이유는 뭘까. 간단했다. 7번국도 까르레떼라 오스뜨랄을 제외하면 길 조차 변변치 못한 빠따고니아에서 주로 사용된 통신수단은 단파송수신기가 전부였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인터넷이 보급되고 이들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있었다. 스마트폰에 나타난 건 '듣보잡' 세상. 평생 자연의 품에서만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에게 도시는 그야말로 천국같은 세상이었던 것이다. 아날로그 세상과 디지털 세상의 문화적 충돌이 빚어낸 기막힌 현상이었다.

따라서 용설란이 줄지어 서 있는 산 끄리스또발 언덕 위에 서면 칠레의 두얼굴 또는 사람사는 세상의 두 얼굴이 서로 교차하는 걸 단박에 느끼게 되는 것이다. 도시 속에 사는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러나 도시를 잠시 벗어나 숲을 관조할 수 있는 위치에 서기만 해도 도시가 가진 속성을 금방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산 끄리스토발 언덕 위의 용설란은 죽음의 띠 처럼 드리워진 스모그 현상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 

파타고니아를 품은 칠레의 두 얼굴
































여러분들의 로망은 어디신가요?...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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